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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Lewis

by 몽기 Jul 21. 2023

'옥스퍼드' 석학들이 찾던 360년 전통 맛집은?

영국 대표 석학들의 단골집 풍경.


'The Eagle and Child'. 옥스퍼드를 여행할 때 들렀던 펍(Pub)이다. 가장 영국적인 메뉴라면 이 정도가 아닐까. 피쉬 앤 칩스(생선과 감자튀김), 미트 파이(고기와 야채를 다져 넣어 오븐에 구운 파이), 치킨 파머자너(닭가슴살을 옷 입혀 튀기거나 그릴에 익힌 뒤, 파머산 치즈를 덮어 오븐에 구운 것). 그리고 맥주 한잔.


이 집은 미트 파이가 모양도 색달랐고 특히 맛있었다. 각 메뉴에 곁들인 감자는 여러 모양으로 튀겨지거나 으깨져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굽거나 볶거나 했다.

이 집은 옥스퍼드에서 매우 유명한 맛집이라는데, 360년이란 오랜 역사뿐만 아니라 (1650년 개업) 이곳을 드나들었던 옥스퍼드 출신의 유명 작가들과 석학들로 인해서이다. 가장 대표적인 두 사람을 꼽자면, 나니아 이야기를 쓴 C.S.Lewis와 반지의 제왕을 쓴 J.R.R.Tolkien을 들겠다. 같은 문학 클럽에 소속된 두 사람은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문학과 인생을 논하며 서로의 작품 활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단다.

두 작가들의 흔적이 펍 곳곳에 있다. 작품 속에 삽입됐던 삽화들도 걸려있고 그들이 앉았다던 벽난로 앞 탁자도, 낡은 시계도 그대로란다. 여느 대학가에도 있을 듯한 낡고 후줄근한 분위기의 밥집이다. 가장 평범하고 서민적이면서도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내놓아 그 학교 학생들이며 교수들이 편하게 드나드는 곳. 따로 약속을 정하지 않아도 한 테이블 건너 앉은 지인들과 언제든 반갑게 만날 수 있는 아지트.

그리고 23년 동안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모였다는 이 끈끈한 문학 친구들. 이들이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문학을 논했다던 그 자리에서 나도 따뜻한 한 끼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 존 레넌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들의 작품과 인생과 우정을 생각해 봤다. (2013/11/06씀)



코로나로 세상이 서로 문을 닫던 즈음, 나는 20여 년간 연락이 거의 끊겼던 옛 교회 친구들과 우연히 다시 연결이 되었다. 한국 각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우리 10여 명은 북클럽을 만들었고 줌으로 한 달에 두 번씩 모여 독서 토론을 했다. 

C.S. Lewis의 책을 몇 권씩 함께 읽고 나누며 종종 옥스퍼드를 여행하던 때를 떠올렸다. 락다운으로 삶의 활력을 잃고 불안했던 때, 젊은 한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연결로 20대의 시절을 떠올려보기도 했고 10년이 지난 여행의 추억을 즐겁게 더듬기도 했다. 루이스와 톨킨이 오랜 시간 나누었던 지성과 우정을 흠모하며 나도 내 북클럽 안에서 그것들을 쌓아 올려보고 싶다는 소망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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