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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14. 2021

집에서 버섯을 키우며.

오묘한 미각의 세계를 만나다.

동네 화원(Nursery)에 들렀다가 버섯 재배 킷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구매했다. 키우는 방법이 간단해 보였고 2주 간의 방학 동안 사춘기 아들과 버섯 성장을 관찰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했다. 상자 위에 적힌 '자연의 언어를 집에서 경험해 보라'는 문구도 솔깃했다.

방법은 초간단. 상자 앞부분을 열어주고 스프레이로 물을 약간 뿌려주는 게 전부다. 긴가민가 별일 없어 보이던 4-5-일이 지나고 작은 돌기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버섯 이름이 '골든 이노키'인데 이름 그대로 금빛의 버섯 머리들이 자라났다.

그때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폭탄이 터지듯 상자를 쑤시고 나왔다. 팽이버섯류. 4-5일쯤 재배하라 했는데 일주일쯤 나둬도 여전히 자라났다. 매 줄기마다 건강한 탐스러움이 가득했다.

한줄기 뽑아 맛을 보았다. 모든 미각을 집중해서 그런가, 혀 끝에서 터지는 깊고 진한 버섯 향에 깜짝 놀랐다. 예상은 했지만, 슈퍼에서 사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향이다. 거기에 더해 흙 맛 숲 맛 너트 맛 쌉싸름한 인삼 맛까지 느껴졌다. 관심이 과해 허풍을 떠는 건가 나 자신을 성찰하며 다시 한번 맛을 보았는데, 느껴지는 향들이 더 깊어졌다.


예전에 스킵튼에 살 때, 그곳에 터줏대감 할머니들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유채꽃이(아마도) 목장에 한참 피어오를 때 그걸 잔뜩 뜯어먹은 소의 우유를 짜서 버터를 만들면 그 향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

"아니 이 느끼한 버터에서 소가 먹은 풀의 향을 느낀다고요?" 믿기 어려웠지만 거짓말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었다.

가끔 와인 감별사가 몇 방울 홀짝이고 지중해 바람 맛이 난다는 둥 히말라야 흙 맛이 난다는 둥 온갖 표현을 할 때 '저게 뭔 소리고?' 할 때도 있었는데..

미각을 곤두세우고 혀 끝에 닿는 그것의 맛을 분자 원자 단위로 쪼개 내어 근원을 낱낱이 해석해내는 세계도 있는 거구나, 이해가 됐다. 그냥 되는대로 지어내고 떠드는 게 아닌 범인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맛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내가 키운 한줄기 버섯을 통해 알게 됐다는 거다.^^

집에 놀러 온 지인에게 키운 버섯을 보여주었더니, 그는 태즈메이니아 섬(호주 남단)에 있다는 폐기차 터널을 개조한 버섯 농장 사진을 보여주었다.(Tunnel Hill Mushrooms) 오호!! 놀라운 업사이클!! 기차 터널을 개조한 농장이라니 정말 기발하다. 


몰랐던 세계를 도전하고 배우고 체험하고 나누는 일은 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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