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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일상 Sep 26. 2023

열두 살, 겨울 이야기

기록 07. 쉬이 좌절하지 않는 사람이 되길

열두 살이 된 겨울 이야기

겨울이는 열두 살이 되었다.

겨우 두 해가 지났을 뿐인데 엄마인 내가 해줄 게 별로 없어졌고 아기 때 귀여운 얼굴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뽀뽀도 내가 해달라고 해야 겨우 해준다. 마법천자문 만화책과 흔한 남매 만화책도 이제 쌓아놓고 보지 않는다. 날이 더운 탓인지 방학이면 놀이터에서 살고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고 탁구장에 가던 아이는 온데간데없다. 코인 노래방에 가서 가호의 시작과 보이즈 플래닛의 경연곡을 부르고 아이돌의 춤을 따라 하기 바쁘다. 머리는 물을 묻혀 5 대 5 가르마도 해보고 6 대 4 가르마도 해본다.

여름휴가 다녀와서 얼굴이 검붉어지고 따갑다고 하더니 이틀 전부터는 피부가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알로에 수딩젤과 오이팩을 하니 붓기와 열감은 덜어졌는데 곧 피부가 허물 벗듯이 벗겨졌다. 어제부터는 화장솜을 우유에 적셔서 얼굴에 팩을 해주었다. 피부가 얼룩덜룩 벗겨져서 얼룩소 얼굴이 되었는데 우유팩으로 피부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 좋겠다.






지난 오늘 글에 배달된 열 살 겨울이는 가족 모두에게 손 편지를 받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 생일에는 하얀색 후드 티셔츠를 선물로 받고 싶다고 했다. 요즘은 화이트와 블랙에 심취해 있는 듯하다.

무더위와 폭염 속에 태어난 겨울이는 생일마다 대체로 여름휴가 중이며 폭염의 날씨이므로 치킨이나 중국음식 같은 배달음식과 케이크로 생일을 보낸다.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폭염이 찾아왔다. 겨울이를 낳던 해에도 엄청 더웠었다. 넷째라 배도 빨리 불러왔고 조산의 위험도 있었는데 겨울이는 무사히 뱃속에서 열 달을 꼬박 채우고 건강하게 태어나 무럭무럭 자랐다.

아이가 어릴 때는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다가 점점 바람이 커진다. 이웃집 아이처럼 공부도 잘했으면, 예의도 바른 아이로 자랐으면, 키도 크고 운동도 잘했으면 하고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첫째 봄이를 키울 때보다 엄마의 경험이 쌓여서인지 자꾸 하나 둘 내려놓게 된다는 것이다.

겨울이가 무더위와 폭염 속에도 태어나 잘 자라준 것처럼 앞으로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고난이나 역경에도 쉬이 좌절하지 않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2023.8.2. 수요일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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