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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일상 Nov 01. 2023

불편한 편의점

독서 12. 세상이 원래 그래. 사는 건 불편한 거야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지음



'불편'과 '편의'가 공존하고 있는 제목.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걸까.




이 책은 전국 베스트 1위, 누적 판매 40만 부 돌파 기념으로 현재는 벚꽃 에디션까지 출간되었다.






차례






책 소개



청파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 ALWAYS. 어느 날 서울역에서 살던 덩치가 곰 같은 사내가 야간 알바로 들어오면서 편의점에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원 플러스 원의 기쁨, 삼각김밥 모양의 슬픔, 만 원에 네 번의 폭소가 터지는 곳!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가온 조금 특별한 편의점 이야기.





정여울 작가님 서평글


서울역 홈리스로 지내면서도 자기의 안위보다는 지갑을 잃어버린 낯선 부인의 안부를 걱정하는 독고 씨. 그런 독고를 향해 우정과 치유의 손길을 내미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 두 사람의 아름다운 우정의 역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고독과 불안을 더욱 예민하게 느끼게 된 우리들에게 눈부신 영감의 씨앗을 심어준다. 모두가 무시하고, 외면하고, 회피하던 홈리스 독고 씨의 변신은 어쩌면 덜 놀라운 사실이다. 독고 씨의 진짜 재능은 많은 사람을 너끈히 구할 수 있는 눈물겹도록 따스한 마음이기에.









본문 중에서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의 이야기



좋을 때다. 근데 너희들도 얼마 안 남았어. 대학을 벗어나는 대로 나처럼 최저시급을 받으며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올 거란다. 그런 생각을 하자 자신이 늙은 것만 같아 더 우울해졌다.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돈도 없고 애인도 없는 스물일곱의 늦가을...... 몇 해 더 이대로 보내면 서른이다. 서른이면 청춘이 다 끝났다고 여기던 그 숫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65  






50대 생계형 알바, 오 여사 이야기



"내가 말이 너무 많았죠? 너무 힘들어서.....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독고 씨가 좀 들어줘서 풀린 거 같아요. 고마워요."


"그거예요."


"뭐가요?"


"들어주면 풀려요." 108






매일 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의 이야기



집에 간다고 지옥에서 로그아웃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114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마치 지난해를 더러운 옷인 듯 세탁기 옆에 던져놓고 새 옷을 입은 것처럼 굴었다. 121


마치 세상이 자신만 따돌리는 것 같았다. 집에서는 은따(은근 따돌림), 회사에서는 대따(대놓고 따돌림), 세상은 왕따..... 122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글을 쓰는 30대 작가, 인경의 이야기



어떤 글쓰기는 타이핑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오랜 시간 궁리하고 고민해 왔다면, 그것에 대해 툭 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 만큼 생각의 덩어리를 키웠다면, 이제 할 일은 타자수가 되어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게 작가의 남은 본분이다.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163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의 이야기



"당신 어머니 요 며칠 계속...... 아프시다고. 그런 어머니 돌보진 못할망정...... 날 자르면 편의점 야간 일...... 어떡하려고? 또...... 엄마 시키려고? 사람이라면 그게 가능해?"


텅. 무언가가 민식의 몸속 어딘가에 낙하했다. 고통의 추가 내장을 관통해 바닥으로까지 그의 몸을 끌고 가는 게 느껴졌다. 민식은 엄마가 아픈 것도, 엄마가 자신에 대해 그런 식으로 남에게 말한다는 것도 몰랐다. 사내가 판결문 읽듯이 숨을 골라가면 진술한 말들이 무거운 추가되어 민식을 심해의 어두운 곳으로 끌고 들어가는 듯했다. 182 독고 씨와 민식의 이야기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는 식탁에 발그레한 얼굴을 묻고는 낮게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한동안 민식은 잠든 엄마의 모습을,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많은 조그마한 여인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엄마를 들어 안방으로 향했다. 엄마의 몸은 가벼웠고 아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190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곽의 이야기



혼자 살아보니 곽은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돈만 벌어다 줄 줄 알았지 요리라곤 라면 밖에 못 끓였고 세탁기도 돌릴 줄 몰랐다. 자식들과 대화하는 것도 너무나 어색하고 힘이 들었다. 아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손찌검만 안 했지 수시로 고함을 치고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아이들 역시 그것을 보고 자라지 않았겠는가? 결국 고립은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215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매사에 교사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의 이야기



염 여사는 교사 연금으로 자기 몸 하나는 건사하고 살 수 있었다... 그렇게 평생 사장이나 자영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염 여사가 편의점 경영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이 사업장이 자기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삶이 걸린 문제라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였다. 33


"마스크가 불편하다 코로나에 이거 저거 다 불편하다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떠들잖아. 근데 세상이 원래 그래. 사는 건 불편한 거야."264 염 여사의 이야기








서울역에서 독고라는 이름으로 노숙생활을 하던 남자.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잘 기억 못 하지만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 독고 씨의 이야기



신분증을 다시 만드는 순간 나는 살아야 할 것이고, 제대로 살게 된다면 또다시 고통받을 것이 분명했다. 희미한 기억 속 사건들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를 내 과거를 목격할 용기가 없었다. 기억의 퓨즈를 끊어놓을 정도의 견딜 수 없는 트라우마를 다시 일깨워봐야 무엇할 것인가? 232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죄스러움을 지니고 있기로 했다. 도울 것을 돕고 나눌 것을 나누고 내 몫의 욕심을 가지지 않겠다. 나만 살리려던 기술로 남을 살리기 위해 애쓸 것이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 266








여름이의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서 옆에 앉은 중3 여름이에게 슬쩍 책을 건넸다.


"여름아 이 책 베스트셀러인데 엄청 재밌대. 인기가 많은 책이라 도서관에서 예약 도서 신청해서 기다리다가 빌려 온 건데 한 번 읽어볼래?"


여름이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겉표지만 보더니 "불편한 편의점? 제목에 편의점이 들어가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편의점이란 제목이 시선을 끌었나 보다.


여름이는 내가 빨래를 개는 동안 옆에서 읽다가 어느 순간 없어졌다. 그럼 그렇지 했는데 밤 12시가 되어서 눈이 벌게져서 방에서 나왔다. 티브이도 집중해서 두 시간은 못 보는 여름이가 책을 두 시간 만에 다 읽었다고 하며 책을 내게 건넸다.


"여름아, 엄마는 아직 못 읽었으니까 내용은 스포 하지 말고 느낌만 말해줘."


"엄마, 이 책은 슬퍼. 책 읽다가 세 번은 크게 눈물이 쏟아져."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



'불편'과 '편의'가 공존하고 있는 제목.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걸까. 나는 배고픈 상태에서 산해진미 도시락을 먹는 사람처럼 아주 허겁지겁 책을 넘겼다. 이 책은 나의 호기심에 대한 허기를 채워주면서도 속을 든든하게 데워주었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5천 원어치 술과 안주를 놓고 하루의 고단함을 위로받고 싶어졌다. 나도 '참참참'에 합류하고 싶어졌다. '참깨 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편의점 폐기물이 나오는 시간 즈음에 가서 독고 씨가 말없이 내어오는 열풍기 온기에 나도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싶어졌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여덟 명의 시점으로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구성이 여름이도 단숨에 몰입해서 읽게 만든 것 같다. 본인이 처한 상황이나 생각은 각각 달랐기에 다른 시선으로 다시 재구성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고가 아닌 본인의 시선에서는 진심이었을 이야기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일이 잘 안 풀린다고 느끼는 등장인물들은 독고 씨의 작은 친절과 그저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도전해 볼 용기를 갖게 되고, 등 돌린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 관계를 회복할 의지도 다지게 된다.



쉽게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편의점이란 장소에서 코로나로 더 각박해진 마음을 산해진미 도시락, 삼각김밥, 원 플러스 원 상품, 네 캔의 만원 맥주, 참참참 세트, 옥수수수염차, 폐기 시간 직전의 상품들로 소소한 기쁨을 채우면서 위로받는 건 아닐까.



불편한 편의점이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산해진미 도시락의 넉넉하고 푸근한 마음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삼각 김밥을 먹는 그 이면의 슬픔을 가진 인물도, 지갑 속 원 플러스 원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도, 사회에서 폐기 상품이 되기 직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도 등장시킨다. 꼭 주변에 있다는 캐릭터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JS of JS), 진상 손님도 만날 수 있다. 문득, 편의점에서 나랑 닮은 상품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불편한 편의점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오해하기도 하고, 충돌과 대립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노숙자 독고 씨를 통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통으로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며 마음이 뜨뜻해지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독고 씨도 용기를 내서 본인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 발걸음을 내딛는다.



아주 매콤하거나 달달하거나 자극적인 맛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마음이 머문 이유는 잠시나마 야외 테이블에서 독고 씨가 말없이 건넨 열풍기 같은 소통의 온기로 비대면 시대에서 겪는 외로움이나 헛헛함, 허기를 달래고 간 건 아닐까 싶었다. 저자는 '삶은, 결국 소통이다'라는 이야기를 독고씨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편의점 사장님 '염 여사'의 이야기다. '마스크가 불편하다 코로나에 이거 저거 다 불편하다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떠들잖아. 근데 세상이 원래 그래. 사는 건 불편한 거야.'

사는 건 원래 불편한 거라니. 난 언제쯤 편하게 살 수 있을까 했는데, 사는 건 불편한 거라며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는. '불편'과 '편의'가 공존하고 있는 제목, '불편한 편의점'에 이미 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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