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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Nov 01.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20

12. 다시 여름나라로 -1

“오! 드디어 여름나라가 보인다!”


몇 날 며칠의 긴 여행 끝에 해나의 눈앞에 드디어 여름나라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나는 들뜬 마음에 두루를 붙잡고 소리쳤다.


잠에서 막 깬 두루는 해나가 뭐 때문에 이렇게 기뻐하는지 잘 모르는지 눈을 끔뻑거릴 뿐이었다.


“두루, 보여? 여름 나라야! 우리 이제 드디어 집으로 돌아온 거야!”


해나는 두루를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려놓고 여름나라를 향해 손을 가리켰다.


그렇지만 두루는 해나의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해나의 머리카락을 꽉 움켜잡았을 뿐이었다.


“아아! 아파! 두루, 이러다 내 머리 다 뽑히겠어!”



                                        * * *



한편 여름나라에서는 매일 아침과 밤마다 해나의 어머니가 바닷가에 나와 해나가 언제 돌아오는지 소식이 궁금해서 계속 바다를 쳐다봤다.


“해나는 어떻게 된 걸까요?”


걱정하는 어머니의 옆에서 해나의 아버지도 바다를 바라보고 서서 같은 마음으로 기다렸다.


“아마 무사히 잘 돌아올 거예요. 우리 딸은 씩씩하고 야무진 아이잖아요. 기다려봅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틈만 나면 바닷가에 나와서 해나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해나 걔가 괴짜긴 해도 막상 없으니까 영 궁금하고 심심하네.”


마을 사람들도 해나가 얼른 돌아와서 여행담을 들려주기를 바랐다. 평소에 해나를 놀려대긴 했어도 다들 알게 모르게 해나를 내심 아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조금씩 애가 타기 시작했다.


“근데 정말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 왜 이렇게 안 돌아오지?”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초조해졌다.


“그러게.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어이! 무슨 재수 없는 소리야! 해나네 가족들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렇지만 너무 안 돌아오잖아. 살아 있었으면 그 뭐 병에 편지라도 담아서 보냈겠지. 그 친구한테 그랬었다며?”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말을 거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해나의 가족들도 조금씩 걱정이 되었다.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해나는 분명 고래가 지켜줄 거다.”


해나의 할머니는 어머니를 위로하며 다독였다. 그 이야기를 믿으면서도 해나의 어머니는 밤에 홀로 바닷가에 나와서 해나가 보고 싶어 눈물을 흘리곤 했다.


“해나, 어서 돌아오렴. 우리가 기다리고 있단다.”


마을 사람들이 해나가 죽은 게 아니냐는 말을 하고 며칠 후 바닷가에 해나의 카누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 저기 해나가 타고 갔던 카누가 보여요! 해나가 돌아왔나 봐요!”


해나의 카누를 발견한 사람들이 신나서 환호성을 치면서 해나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카누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근데 카누만 있고 사람이 전혀 안 보이는데요?”


카누를 지켜보던 사람이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와서 직접 그 광경을 보고자 바닷가에 서서 카누를 봤다.


“뭐라고? 해나의 카누에 해나가 안 보인다고?!”


해나의 어머니는 그 소식을 듣고 바닷가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배를 타고 해나의 카누가 있는 곳까지 가봤지만 사람들이 본 대로 해나의 카누만 덩그러니 있을 뿐 해나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버지는 해나 없이 비어 있는 카누를 보고 당혹스러웠다.

“해나! 해나, 어디 있니?!”


해나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할머니, 할아버지는 사람들의 말처럼 해나가 죽은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가족들과 사람들은 놀라서 해나의 이름을 부르며 해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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