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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Nov 01.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19

11. 돌아가고 싶어

“자, 우리 어둠의 마왕을 무찔렀으니, 이제 축제를 열어봅시다!”


어둠의 마왕에게서 벗어난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축제를 열자고 했다. 그리고 그 축제의 주인공은 바로 해나와 바론이었다.


“옳소, 우리 영웅들을 위해서 축배를 듭시다!”


겨울 나라 사람들을 어둠의 마왕에게서 구해낸 해나는 겨울 나라 사람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해나는 난생처음 받아보는 이런 멋진 대우에 기쁘면서도 어쩔 줄 몰랐다.


여름나라에서는 매일 그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하는 엉뚱하고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았었는데, 겨울나라에서는 전설 속에서 겨울나라를 구했다는 천사처럼 영웅이 되었다.


‘아, 내가 겨울 나라 친구와 사람들을 구한 것을 알면 집에서 얼마나 나를 자랑스러워하실까? 엄마, 아빠랑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이 소식을 전하고 싶다!’  


해나는 겨울나라에서 자신의 친구인 바론과 노는 것도 좋았지만 가족들이 보고 싶어 졌다. 사실 여행을 떠나면서부터 이미 가족들이 그리웠지만 그때는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나가 해야 할 일이 모두 무사히 끝났다. 게다가 해나는 겨울나라도 좋았지만 뜨거운 태양 햇살이 가득한 여름나라가 무척 그리웠다.


처음으로 한 긴 여행과 어둠의 마왕을 물리치는 일까지 하고 나니 몹시 지쳐 가족들의 품이 간절했다. 늘 떠나고 싶었지만 떠난다는 것은 멋진 것이면서도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덕분에 늘 곁에 있는 게 당연해서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왜 그렇게 기운이 없니, 해나? 너는 축제가 즐겁지 않니?”


무언가 딴생각을 하는 듯한 해나의 표정을 보고 바론이 물었다.


“당연히 즐겁지. 그런데 우리 가족들도 보고 싶어.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해나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자 사람들은 다시 웅성거렸다.


겨울나라 사람들은 어둠의 마왕을 물리친 해나를 영웅 취급하며 해나만이 어둠의 마왕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어둠의 마왕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잖아?”


“그래 맞아, 만약에 해나가 돌아간 후에 어둠의 마왕이 다시 나타나면 어떡해?”


사람들은 해나가 여름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겨울나라에 남아 있어 주기를 바랐다. 해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해나에게는 해나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어요. 해나도 분명히 가족들이 보고 싶을 거예요.”


바론의 아버지는 해나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해나를 대신하여 말했다.


“그래요 맞아요. 해나의 가족들도 해나를 걱정하고 있을 거고요.”


아버지를 거들어 바론의 어머니도 해나의 뒤에서 해나의 양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해나가 어디까지나 바론을 도와주러 온 것일 뿐, 어둠의 마왕을 물리쳐야 하는 의무를 지닌 것은 이니라는 것을 마지못해 수긍하며 해나의 의견을 존중해서 돌려보내 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 어둠의 마왕이 다시 나타나면 어떡하지?”


그래도 사람들은 해나를 보내는 게 못내 아쉬운지 다시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땐 해나가 가르쳐준 노래를 우리가 다 같이 부르면 되지요!”


바론이 걱정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제가 또 도우러 올 수도 있고요!”


해나는 바론의 말을 거들었다. 사람들은 해나의 말을 듣고 안심하는 듯 웃었다.


“미안하다 해나, 우리가 너를 너무 귀찮게 했지?”


바론은 해나에게 마을 사람들을 대신해서 사과했다.


“아니야, 다들 내게 너무 잘해주신 걸. 그래도 여기 와서 너를 만날 수 있게 되고 겨울나라 사람들을 알게 되어 즐거웠어.”


해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목에서 자신의 오르골을 벗어서 바론의 목에 걸어주며 말했다.


“이거는 우리 엄마가 내게 주신 건데 너에게 줄게. 이게 있으면 어둠의 마왕이 나타나도 다시 문제없이 물리칠 수 있을 거야.”


그러자 바론은 받을 수 없다며 다시 목걸이를 빼려고 했다.


“이건 네 보물이잖아? 너를 지켜주라고 주신 건데 나한테 주면 어떡해?”


해나는 바론이 목걸이를 빼지 못하도록 막으며 말했다.


“나는 이제 이거 없이도 괜찮아. 그 안에 든 보물은 이제 내 가슴속에 있거든. 이건 내 우정의 증표야. 너는 내 소중한 친구니까 네가 가지고 있어. 그리고 혹시 내가 위험에 처하게 되면 그땐 네가 도와주면 되잖아.”


바론은 해나의 말에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알겠다고 했다.


“대신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내게 알려줘. 만사를 제쳐두고 너를 위해 달려갈게!”


해나는 바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둘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였다.

 

“우리는 서로 어디에 있든,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상관없이 영원히 친구야.”


둘은 헤어지기 전에 서로를 꼭 껴안아주었다. 그리고 해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카누를 타러 바다로 향했다.


“해나 잠깐만!”


바론은 무언가 깜빡하고 있었다는 듯 해나에게 뛰어와서 해나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등대에서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눈 결정 모양의 목걸이를 해나에게 걸어주었다.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야. 이걸 보고 겨울나라를 생각해. 거기서는 눈 볼 일이 없으니까. 언제든 눈이 보고 싶거나 우리가 보고 싶으면 놀러 와! 너는 언제든 환영이야!”


나무로 만들어 하얗게 칠한 눈 결정 모양은 흰 눈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해나는 언제고 이렇게 눈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래, 너도 여름나라에 놀러 와! 기다릴게!”


해나는 겨울나라 사람들이 챙겨준 많은 선물과 먹을거리들을 가지고 카누에 올랐다.


등대 앞에는 이미 돌리와 돌고래 떼가 해나를 여름나라로 안내해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해나가 휘파람을 부르자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겨울나라 사람들은 모두 항구에 나와 손을 흔들며 해나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우리의 소중한 친구 해나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론과 바론의 가족들, 그리고 해나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해나가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그들은 해나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계속 항구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해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바론은 집으로 돌아가 해나에게 바로 다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해나, 방금 네가 떠났는데 벌써 네가 보고 싶어. 너는 무사히 여름나라로 돌아갔을까?”


모두의 기도 덕분인지 겨울나라에서 여름나라로 돌아가는 길은 여름나라에서 겨울나라로 올 때보다 험난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나는 혹등고래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나를 지켜줄 거야.’


비록 오르골을 걸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오르골을 주면서 해나가 다치지 않고 건강히 잘 다녀오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해나의 마음에 전해졌다.


그리고 해나는 오르골보다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아껴주고 사랑한다는 것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마음들이 나를 지켜주고 집으로 인도해줄 거야.’


비록 해나의 여행은 바론을 돕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으나 바론을 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족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가족들은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해나의 울타리가 되어 언제나 해나를 지켜주고 지지해주는 힘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


해나는 하루빨리 여름나라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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