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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Nov 01.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21

12. 다시 여름나라로! -2

그때였다.


“아이 참, 이렇게 다들 놀래서 찾으시니 오래 숨어 있을 수가 없네?!”


해나가 자신의 아지트에서 튀어나오며 말했다.


“해나 너 진짜 어쩜 이렇게 철이 없니! 너 때문에 우리 모두 네가 잘못된 줄 알고 걱정했잖아!”


어머니는 해나를 발견하고 화를 냈다.


“죄송해요. 돌고래와 혹등고래님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인사드리고 가려고 했어요.”


사람들이 화났다는 생각에 해나가 목을 움츠리며 말하자 할머니가 안아주시며 말씀하셨다.


“무사히 돌아왔으니 됐다. 아이고, 우리 해나 고생이 많았다!”


그러자 해나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가 와서 다 같이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마을 사람들도 해나가 돌아온 게 기뻐서 모두 신이 났다.


“자, 해나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이제 우리 축제를 열어봅시다!”


사람들은 아예 해나가 돌아온 날을 마을의 축제날로 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돌아온 날 밤부터 해나의 귀환을 환영하는 축제를 몇 날 며칠이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다들 이렇게 자기를 반겨주는 게 해나는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환대가 놀라우면서도 좋았다. 여름나라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소속감이었다.


해나는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모두 숨죽여 모험 이야기를 들으며 긴박한 순간에는 긴장하기도 하고 기쁜 순간에는 ‘와아’하고 소리치기도 했다.


‘역시 돌아오길 잘했어.’


모험도, 여행도 좋았지만 해나는 집에 돌아온 게 너무나 기뻤다.


“그동안 말썽 부려서 죄송해요. 제가 항상 옳은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오르골도 할머니 말씀대로 도움이 잘 되었어요. 덕분에 모두를 구할 수 있었어요.”


해나는 어머니 아버지의 말씀도 잘 새겨듣고 무턱대고 반대하며 자기 의견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오르골은 어쨌니? 잃어버렸니?”


머니는 해나에게 걸어준 오르골 목걸이가 보이지 않자 궁금해서 물어보셨다.


“그거는 바론에게 주고 왔어요. 저는 그것 없이도 엄마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배웠거든요. 겨울 나라 사람들에게는 그게 필요할 것 같아서 남겨주고 왔어요.”


가족들은 해나가 뭔가 의젓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나의 변한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그만큼 성장한 해나를 믿고 존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해나, 혼자 여행을 다녀오더니 이제 다 큰 것 같구나.”



                                       * * *



몇 주 뒤, 돌리는 해나에게 편지가 담긴 병을 건네주었다. 해나는 병을 받자마자 아지트로 가서 편지를 꺼내어 읽었다.


“해나, 방금 네가 떠났는데 벌써 네가 보고 싶어. 너는 무사히 여름나라로 돌아갔을까?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다 너를 그리워하고 네 소식을 궁금해해.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는 내가 여름나라로 가보면 어떨까 싶어. 네 의견을 알려줘!”


바론의 편지를 읽자마자 해나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해나는 집으로 가져가서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론에게 바로 답장을 썼다.


“안녕 바론, 나는 여름나라에 잘 도착했어. 네가 오고 싶다니 환영이야! 너에게 얼른 여름나라를 보여주고 싶어. 나는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게!”


해나는 편지를 병에 담아 돌리에게 가져다주었다.


“돌리야, 이번에도 편지 잘 부탁해!”


돌고래들은 병에 담긴 편지를 소중히 가지고 겨울나라에 사는 해나의 친구 바론에게 전해주러 떠났다.


해나는 멀어져 가는 돌고래들을 바라보며 1년 전 이맘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바닷가에서 홀로 외로운 마음을 달래며 어딘가 다른 곳에 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불과 1년이 지났을 뿐인데, 그 사이에 많은 게 변했다.


‘이 모든 게 병 속에 담긴 편지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됐지.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는 혼자 이 바닷가에 앉아 있어도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았다.


병 속의 편지로 바론을 알게 되면서 세상 어딘가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롭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어딘가에 한 명이라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바론을 통해 깨달았다.

 

비록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그 어딘가에 나와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달라진다.


 

그리고 떠나고 돌아오면서 꼭 떠나는 것만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자신을 기다려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도.


늘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자기를 완전히 이해해주지는 못해도 아껴주고 행복을 빌어주는 가족들이 곁에 있었다.


겨울나라에서 돌아온 후, 몇몇 사람들이 종종 해나를 찾아와 겨울나라에 대해 묻곤 했다.


마을 사람들 중에서도 겨울나라나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이 기회에 알게 되었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들도 해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여기에서도 더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누구도 완전히 혼자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각기 섬 같이 떨어져 있어 보이지만 서로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원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혼자 고립되지 말고 다리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과 연결해나가고 싶다.


해나는 바론에게서 답이 오기를 기다리며, 언젠가 자기처럼 사람들에게서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 혹은 모험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면 자신이 겪었던 일과 함께 그 사람에게 힘을 내라고 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세상의 외톨이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모험하고 싶은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하기 위해 해나는 자기가 겪었던 모험 이야기를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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