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바 일루즈, <사랑은 왜 아픈가>
사랑의 시작에 서로의 동의가 필요하다면 사랑의 끝에는 한 사람의 동의만 있어도 된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사랑은 늘 고통을 야기한다. 너와 나 사이를 무엇이 가로막고 있기에 우리의 사랑은 실패했는가. 또 실패하는가.
사랑의 실패를 위로하는 수많은 심리학 서적이 있다. ‘네가 지금 실패한 사랑은 과거의 네 트라우마 때문이야.’ ‘열심히 상담받고 고치면 좋아질 거야.’ 혹은 ‘사랑에 실패해도 너는 그 자체로 좋은 인간이야.’ 이런 말들로 우리는 위로한다.
하지만 여러 번 사랑의 실패를 겪다 보면 그런 위로도 지루하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정말 나는 사랑할만한 인간인가(사랑받을 만한 사람인가).’ 나 역시 그런 과정들을 반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사랑은 왜 아픈가>가 반가웠다. 현대인의 사랑을 사회학적인 시선으로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심리학과 사회학은 대척점에 서는 학문이다.
이 책은 심리학이 사랑에 접근하는 시선들을 많이 비판한다.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기보다는 현대라는 특성이 야기하는 면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현대에 어떠한 특성이 있길래 현대적 사랑이 아픔을 야기하는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와 함께 총 5장에 걸쳐서 이야기한다.
‘1장 사랑의 일대 전환’에서 결혼시장이 어떠한 방식으로 형성되는지 살펴보고 ‘2장 낭만적 선택의 새로운 아키텍처’에서 여자는 안정을 찾고 안주하고 싶은데 남자는 왜 거리를 두고 도망(?) 치는지를 분석한다. ‘3장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는 현대에서 이성적 사랑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과 사랑으로 얼마나 인정받느냐에 따라 자아도 어느 정도 인정받는지가 결정된다는 사실 역시 말해 준다. (나는 3장이 가장 좋았다.)
‘4장 사랑, 이성, 아이러니’에서는 열정적 사랑을 방해하는 것들을 분석하고 ‘5장 낭만적 상상에서 실망으로’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만남이 왜 실망스러운지와 각종 미디어에서 양산하는 사랑이 멋있어 보이는 데 비해 현실의 사랑은 왜 이토록 찌질해 보이는지를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랑과 결혼은 자유경제라는 경제시스템과 자본주의 사회라는 구조를 빼고 말할 수 없다. 자유는 무수히 많은 장점을 가지고 왔지만 자유경제가 초래한 각종 문제점이 현재의 우리 삶을 힘들게 하는 것처럼 자유연애 역시 원하지 않아도 우리를 힘들게 하는 점이 있다.
매체에서 보이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최근까지 회자된 TVN드라마 ‘도깨비’ 속 공유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러나 현실에서는 결코 드라마 속 도깨비를 만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판타지와 현실의 틈에서 열정적 사랑은 가능할까.
저자 에바 일루즈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를 망설이게 하는 사랑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열정에 빠지라고 말한다.
“열정적 사랑은 불확실함과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준다. 만남에서 우리는 흔히 불확실함과 불안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던가. 이런 의미에서 열정적 사랑은 우리에게 중요한 바로 그것을 이해하고 실현해 줄 지극히 중요한 원천이다.” -<사랑은 왜 아픈가> 에필로그 472쪽.
이 책이 우리에게 사랑이 어긋나는 책임은 너에게 있지 않으니 수많은 고통이 있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계속 사랑하라고 권한다.
조너선 프랜즌의 견해를 빌려 “고통이 아프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고통으로 죽는 것은 아니다. 마취를 한 채 기술의 힘을 빌린 자급자족의 꿈이라는 대안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 본다면 아픔은 자연의 산물이며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해 주는 자연의 지표다. 아무런 아픔 없이 인생을 헤쳐왔다는 말은 살아보지 않았다는 뜻이다.(471쪽)”이라고도 말한다.
너와 나, 사랑과 이별, 행복과 고통. 그 틈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 너에게 가는 나의 길, 이별이 아닌 사랑으로, 고통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길을 틈 속에서 찾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