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과학

- 앨릭스 코브, <우울할 땐 뇌과학>

by 어스름빛


이 책의 원제는 "The Upward Spiral"이다. 우울증을 하강나선이라고 비유한다면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는 상승나선=Upward Spiral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우울증'이라는 하강나선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상승나선을 만드는 가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목차는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하강나선에 갇힌 뇌', 우울증에 왜 빠지는지를 분석하고 2부에서는 상승나선을 만드는 뇌,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일반인을 위해 쓰인 책으로 학술적인 내용보다는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예들을 위주로 다룬다.


저자에 의하면,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뇌나 걸리지 않은 사람의 뇌나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우울증을 앓진 않는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신경 회로와 뇌 구조를 갖고 있지만 뉴런이 연결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고 그 회로들 사이의 활동과 의사소통도 다르기 때문이다. 신경 회로는 조율되는 방식에 따라 특정한 패턴을 이루며 전체 시스템과 공명을 일으키는 경향성이 있는데, 우리에게 벌어지는 사건이나 우리가 하는 생각에 따라 하나의 동요가 우울증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뇌 회로의 조율 방식을 결정하는 5가지 요인은 '유전자,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경험, 현재 삶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수준, 사회적 지원의 양, 운'이라고 한다. 마지막의 운은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에 의하면 "뇌 같은 복잡계는 아주 작은 변동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인간의 뇌는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 왔고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진화의 원재료이다. 그러므로 기분 변화의 이유를 모두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이유를 찾겠다고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도 말라고 충고한다. (설명하기 어려우면 다 유전자 탓이다. ㅎㅎㅎ)


우울증을 촉발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걱정과 불안이다. 이 둘은 원인인 동시에 증상이기도 하다. 걱정과 불안은 다르지만 연관된 개념이다. "걱정은 주로 생각에 기반하고 불안은 신체감각 같은 육체적 요소나 관련 행동과 더 깊은 관계가 있다." 정리하자면, "걱정은 잠재적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고 불안은 잠재적 문제를 느끼는 것이다."(67-68쪽) 이 둘은 서로를 촉발하며 문제가 가중시킨다.


불안과 걱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안과 걱정은 자신을 미래에 투사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현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면서 "판단하지 않는 알아차림 nonjudgmental awareness(감정적 반응을 덧붙이지 않고 현재를 의식하는 일)"(78쪽)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하강나선을 그리도록 하는 우울증에서 벗어나 상승나선을 만드는 일도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선, 간단한 산책부터 시작해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운동 전후의 뇌를 관찰한 바에 의하면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력이 증가하며 더 빨리 잠들 수 있다고 한다.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걱정과 불안을 촉발하는 것은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결정을 하면 습관을 조절할 수 있고 통제감이 생긴다.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면 자신감이 커지고 의사결정 능력이 상승한다. 그러니 거창한 결정은 아니더라도 삶의 어떤 부분에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


좋은 수면은 삶의 질을 결정하니 잘 잘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잠은 명료한 사고력을 갖도록 하고 걱정을 줄여주며 뇌 회로의 의사소통을 개선하고 학습과 기억력을 향상한다. 그뿐이 아니다. 멜라토닌을 만들고 기분을 좋게 만들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도파민을 형성하고 통증을 줄여준다. 잠은 뇌의 청소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잠을 자는 동안 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노폐물을 청소하기 때문이다.


간헐적으로 불면증을 겪고 있기에 이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잠을 못 자면 다음날 두뇌회전이 안 됨을 느꼈었다. '잠이 보약'이라던 선조들의 생각은 틀림이 없다.


그 외에도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몸이 하는 일에 따라 뇌의 활동이 달라지므로 바이오피드백 biofeedback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바이오피드백을 활용하는 방법도 어려울 게 없다. 미소를 짓고, 곧고 반듯한 자세를 취하며, 평온한 표정을 갖고, 천천히 깊게 호흡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 등을 말한다. 정신이 몸을 결정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몸이 정신을 결정할 수도 있다. 몸과 정신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매사에 감사하고 때론 그저 사람들 속에 있기도 필요하다. 정 어려우면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제 그만 침대에서 나오라고 권한다. 우리의 뇌 회로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물망이며 때로 매우 취약한 생태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생활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흐름을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인간이 동물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동물처럼 자연스러운 욕구를 실현하며 살아야 할 인간'을 괴롭힌다는 의미다. 의, 식, 주라는 기본 욕구를 충족하면서 타자와 어울려 살아야 할 인간들을 그렇게 살 수 없는 환경 안에 가두니 '스트레스'가 유발되고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질환들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당장 사회를 바꿀 순 없으니 우울증을 이기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들을 해야 할 테다. 저자의 권유를 실천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회적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사회 변혁에 대한 꿈을 버려선 안 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에서 실천을 "결정"하며 살아가기'만이 전미래에 있는 우울증이 도래하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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