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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달 Feb 19. 2021

무수한 눈송이처럼

나만의 속도로 내려앉자




유독 날 선 잣대를 들이댈 때가 있다.

나 자신에게.


사실 나는 특별하지도 않고

유별나지도 않은데

그 평범함과 고유함을 보지 못하고

외부의 기준을 들이대다 보니

나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고

나태한 것 같을 때가 있다.


7살이 된 딸아이가

자신이 정성 들여 그린 그림을 들고

뛰어와서는 뽐을 낸다.


기존의 그림실력보다 더 늘기도 했고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디테일을

더 살렸다는 만족감이 있는 표정이다.


우쭐하는 표정을 하는 7살을 보며

잠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특출 나지 않은 그림이지만

나 자신이 만족했으니

그런 우쭐한 표정이 나왔을 것이다.




나 자신에게 유독 엄격한 나 같은 사람은

스스로를 괴롭힐 때가 많다.

그리고는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했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았다.



나라는 사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생각들은

나만의 것들인데

남들의 기준과는 애초에 맞지 않다.




이번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한번씩 감동스럽게 쌓일 정도로 내려서

눈을 보며 감탄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들이

다 모양이 다른 것처럼

나도 그중에 하나인 것 같았다.

특이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고

그렇지만 비슷한 속도로 내리는 눈들.




어렸던 마음을 기억하기도

다시 감각을 익히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말 그대로 순수했던 그 감각들.



인생을 살며

타인들과 섞이기 위해 얻게 되는

사회적 기술들이

그 순수했던 감각들을

마음속에 잠시 숨겨두게 되는 것 같다.



산다는 것과

인생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 즈음

인생의 시계를 거슬러 올라가듯이

그 숨겨뒀던 것들이 기억이 난다.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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