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택배 두 상자
우체국 택배 기사예요.
만 오천 원 착불이네요.
우체국 택배 상자 두 개를 받았다.
약 4년간의 결혼생활의 결과물이었다.
결혼 준비할 때 그 남자의 집에서 사준 원피스 두 벌, 반지 하나, 목걸이 둘, 청바지 긴 거 하나, 짧은 거 하나, 임신해서 입은 원피스 하나, 유축기 등등
결혼하고 나는 저것들만 입고 살았었다.
몇 달 전까지.
귀국 후 그 사람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C시에 살기로 했었다. 그 집은 평일에는 거의 비워져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막일을 하는 그의 아버지는 공사가 있는 곳에서 장기 여관 생활을 하였고 일이 없을 때 지내는 곳이었다. 동시에 노후의 삶을 위해서 빚을 내서 지은 집이었다. 그 남자는 그곳을 다른 이들에게 별장이라고 하였고 주말에 그 남자의 가족이 모여 있는 곳으로 자랑을 했다. 그곳에는 우리가 남기고 갔던 짐들이 보관 중이었고 미국에서 가져온 짐들이 있었다.
찝찝했다. C시에는 내 속옷들과 입었던 옷가지들이 있었고 그 사람의 어머니는 나의 폐물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착용했던 것, 내 손길이 닿았던 물건을 가족이 아니라는 사람들이 보관 중이다. 그 남자의 어머니는 점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미국에 살 때도 부적을 썼다며 우편으로 보내주려고 했었다. 비록 부쳐지지 못해 한국에 남아있는 당신 아들 옷에 넣어 두었다.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다. 부적을 쓰는 그 남자의 엄마.
내 물건을 모두 보내라고 했다. 두 달이 지났다. 애들을 데리고 오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고, 내 물건들도 받지 못했다. 재차 내 물건이 너에게 있다는 게 불쾌하다고 말했고 드디어 택배가 왔다. 착불로. 정말 가난한가 보다. 아이들을 데려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둘째 아이에게 나오는 부모 수당을 자신의 통장으로 돌렸다. 둘째 아이는 S시에 가서 가와사키로 입원했고 퇴원을 하면서 보험금 청구를 했었다. 아이들 보험은 계약자가 나였기에 나에게 보험금이 들어왔다. 그것을 알고 그 남자는 나에게 보험금을 달라며 주지 않을 거면 아이들 실비를 해지해달라고 요구했다.
폐물 함 속에 단정하게 정돈해서 맡겼던 내 목걸이와 반지는 손지갑에 엉켜있었고 심지어 목걸이 한 개는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했다. 줬다 뺏는 것도 그 집안 내력이었고, 맡긴 물건을 헤집어 놓는 것도 그 집안 내력인가...
그 남자의 엄마는 참 간섭이 심했다.
예물을 보러 가는 것도 그 남자의 엄마 시간에 맞춰 다녔고 내 폐물도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신이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다. 예식이 끝나고 인사를 할 때 입어야 할 원피스를 고르면서 앞으로 배가 불러올 것이니 55 사이즈를 입는 나에게 77 사이즈 옷을 입혔다. 나는 임신을 해서도 살이 찌지 않았고 저 옷들은 딱 한 번 입었다.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시작한 결혼생활이었다.
예식장도 스드메라고 불리는 것도 다 간섭이었다. 그 남자는 첫째 누나가 웨딩플래너를 소개해 준다고 했다고 "너한테 물어보고 말해달래"라며 나에게 전달했다. 첫째 누나는 항상 그런 말을 했다. 그 남자에게 네 부인이 싫어할 수 있으니 물어보고 말해달라고. 내가 뻔히 거절을 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손윗사람이니 나보다 우위에 있었다.
결혼식 당일.
신부는 나인데 그 남자의 엄마는 헤어, 메이크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 남자의 첫째 누나를 통해 웨딩플래너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게 그 샵의 부원장에게 헤어, 메이크업을 다시 하고 만족스럽게 나갔었다.
정말 소름이 돋았던 일은 결혼식 전 날 그 남자의 엄마는 그 남자에게 결혼식 날 입을 팬티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 남자는 팬티를 보여줬고 그 엄마는 팬티를 만지며 비싼 거라 좋다고 했단다. 도대체 그 남자는 왜 그런 말을 나에게 전달했을까..?
신혼집을 꾸밀 때도 그 남자의 엄마는 굳이 J시까지 내려와 집안에 들어가야 할 가전제품이며 가구를 골라 놓고 갔다. 나와 그 남자는 그것들을 사주는 것으로 잠시 착각을 했었다. 신혼살림은 시엄마가 고르고 돈은 내가 그리고 그 엄마의 아들이 갚았다. 내가 그 남자와 가전을 취소했다 하니 첫째 누나는 전화를 해서 욕을 했다. 너희들이 머라고 엄마가 골라 놓은 것을 취소하냐며. 그 신혼집에 있던 가구들은 모두 그 남자의 아버지 집에 들어가 있다. 정말, 아주 정말 마음에 들었나 보다.
허무했다. 결혼생활 약 4년의 결과물이.
나는 지금 일상생활이 어렵고, 아이들과 억지로 헤어졌으며, 남은 것이 저 쓰레기들이었다.
그리고 이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