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ror - 무의식이 만든 오류 찾기
제11회 브런치북 발간 프로젝트에 다시 응모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발행한 책들을 다듬고 오탈자 정리하는 일을 마감 전까지 꾸준히 하려 합니다. 오늘은 리뷰하는 과정을 글로 남겨 봅니다.
회계사라지만 내가 만든 숫자에서 오류를 찾아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이미 내 무의식에서 내가 작성한 보고서는 아래 같은 성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 내 눈엔 이미 아름다움;
- 남들이 볼 때도 완벽할 것 같음;
- 일하기 싫은 게으름에 그만 보고 싶은 욕망.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보고서를 올려야 하는 대상이 직장 상사인데요. 어지간해서 직장 상사랑 잘 지내지 못하는 저로서는, 그 사람을 싫어하는 내 마음이 무의식을 통해 error 숫자로 나타납니다.
심지어 한소리 더 듣게 된 날이면 그런 error는 더욱 많아져서 가뜩이나 분위기 좋지 못한 회의실에서 마구 튀어나오는 내 오탈자랑 다양한 error 따위로 그날 하루는 엉망이 되고 맙니다. 결국 '당신 회계사 맞아?' 이런 소리까지 듣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이력서를 다듬게 되죠 (회계사 맞지. 감정에 따라 휘둘릴뿐..).
이런 것들 모두 무의식에서 어떤 목적이랑 소망을 가지고 발현된 것일 텐데, 내 무의식은 왜 내 인생에 걸림돌일까?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일부러 숫자를 틀려서 그 사람이 싫다는 내 마음을 온 천하에 알리고 싶은 무의식 소망을 찾게 됩니다.
무의식을 공부하는 회계사이니 이런 경험을 토대로, 숫자를 만들 때 최대한 감정을 다스리려 합니다. 그 숫자 주인이 아무리 웃기는 인간이고 이 보고서를 확인할 상사가 오지게 꼰대라고 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그럴수록 그 사람 좋은 점만 떠올리며, 미움을 최대한 마음에서 지워 봅니다. 이것이 Error를 지우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얄팍한 의식으로 만든 계획에 훨씬 강력한 무의식이 통제당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주로 실패하고 맙니다. 이래서 정신분석을 받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그 누구도 스스로는 스스로를 무의식에서 구원하지 못합니다.
다시 브런치 글로 돌아옵니다. 브런치 글은 여타 지금껏 써온 다른 글들이랑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브런치 작가 고시를 통과한 우리 작가님들이랑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것을 역으로 글을 쓸 때 이용합니다.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작가님들 생각하며 글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요. 리뷰를 할 때도 작가님들을 적극 이용합니다. 이 방법을 작용하려면 전제 조건 하나가 필요합니다.
무의식이랑 의식, 모두에서, 동일한 이미지로 브런치 작가님들을 사랑할 것.
내 글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상태로 '내 글은 완벽하다'는 자뻑 기조가 깔려 있어서, 아무리 읽어도 내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이 만든 오류가 숨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찾기 위해 오탈자 검수 전문인을 고용하는 것은 브런치 세상에 맞지 않습니다. 브런치는 오롯이 작가들 손을 통해서 책 발행까지 이루어져야 의미 있는 곳이니까요.
그럼 내가 썼기에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에러를 어떻게 찾을까요? 바로 내 글을 읽으신 작가님을 댓글이나 라이킷을 통해서 확인한 후에 그분 브런치로 가서 [작가 소개]랑 [사진] 그리고 [글]을 읽어보면서 그 작가님 삶을 그려봅니다. 그렇게 동일시를 통해 나는 주부, 소방관, 화가, 변호사, 의사, 연구원, 금융 공학자, 사진작가 등 새로운 사람으로 심지어 다른 성별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에 사는 누군가로 변해 있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태어난 나는 내 브런치 글을 우연히 길에서 마주한 듯한 기분으로 처음부터 살살 읽어 내려갑니다. 심지어 내 프로필 사진까지도 처음 보는 사람이듯 지금 눈으로 다시 확인해봅니다. 이 과정은 이미 다른 브런치 글에서 한 번 설명드리긴 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 북을 발간한 이후에는 이 과정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우선 아래처럼 표로 브런치 책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누구로 동일시한 것인가를 명확하게 설정을 하고 기록을 합니다. 그 기록 중에 몇 번을 회독하게 되는지는 자동 계산이 되고요.
평소에 따로 놀던 제 의식이랑 무의식이 브런치를 쓸 때만큼은 진심으로 하나가 되어서 한 몸으로 움직이니 그 과정에서 나오는 집중력, 글에 대한 애착은 여타 다른 글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동을 제게 줍니다. 마치 내가 무언가를 잉태하여 내어 놓은 생명체 같은 느낌까지 갑니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제 책들이 이번 응모 전에서 50위 안에 들기는 힘들 것입니다. 쟁쟁하고 깊은 사연을 가진 작가님들 책에 비하면 너무도 얄팍한 글임을 스스로 알기 때문입니다.
제 글을 좋아하해 주시는 작가님들 독자님들 응원만으로도 이미 저는 당선된 작가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그 응원으로 제 무의식에서는 이미 저는 당선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식 중에도 당선되고 싶은 마음은 포기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봅니다. 그 과정이 너무도 행복하며, 여러분들에게 받는 사랑을 무의식에 공급하면서 나도 생각지 못했던 글들이 쭉쭉 써지는 황홀함은 가히 중독입니다. 덕분에 제 글이 더 재미있고 성장하는 착각도 들고요.
자, 이것으로 제가 브런치 북이랑 개별 글들을 리뷰하는 방법까지 공개했습니다. 어떤가요? 이미 비슷하게 하시는 작가님들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말씀해 주세요. 리뷰 방법은 다양하게 많이 할수록 모든 글들은 더욱 빛이 날 테니까요.
모두들 사랑하며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