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작은 조약돌이 되고 말았다
제가 이 매거진에서 어떤 얘기를 하고 있냐고요? 엄마와 저의 삶이요, 시시한 삶. 우리의 시시한 삶에 뭐가 있냐고요? 사랑이요, 시시한 사랑들이죠. 그리고 열망, 시시한 열망에 대한 얘기. 저는 알아요, 시시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그래서 왜 이 매거진을 별로 읽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장 자끄 상뻬의 <풀리지 않는 몇 개의 신비> 속 구절을 제 마음에 맞게 바꿔 써보았습니다.)
[엄마의 시]
마음 안 거대하게 자리잡은
산을,
아니
당신을,
가을 텃밭의 무우 하나 쑤욱 뽑아내듯
뽑을 수는 없는가!
어제까지
아침이 너무 길었다.
마음 안
산을 지그시
바라보며 바라보고 있는
또 하나의 나는 깊은 그 산중의
작은 조약돌이 되었다.
겨우 작은 조약돌이 되었다.
[딸의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가수 ‘9와숫자들’의 노래가 떠오르는 시이다. “작은 조약돌이 되고 말았네 잔물결에도 휩쓸리는 / 험한 산중 바위들처럼 굳세게 살고 싶었는데”로 시작하는 <유예>라는 노래. 엄마는 이 노래를 모를 텐데, 이 노래가 나오기 전에 엄마의 시가 쓰인 건데, 엄마와 9와 숫자들이 마음이 통했군.
겨우 작은 조약돌이 되었다고 느낀 엄마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엄마의 마음 안 거대하게 자리잡은 산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알고 싶기도 하고 모르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