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대만, 작은 행복 그 사랑스러움

난리난리 대만여행(11) 온기로 채워진 여유, 화산 1914의 오후

by 이설



카페 CHLIV는 대만에서 제법 유명한 곳이었다.

수석 바리스타가 라테아트 챔피언 출신이란다.

여기서 한 번,

게다가 숯을 이용한 음료와 베이커리를 선보이는 독특한 콘셉트라니, 여기서 또 한 번.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적인

문구들이다!


게다가 대만에 와서 아직 ‘제대로 된 카페’를 한 번도

못 갔던 터라,

맛있는 커피에 대한 갈망이 커져 있었다.

꼭 마시고 말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하지만 막상 찾으려니 쉽지 않았다.

화산 1914 안에 있긴 하지만, 살짝 뒤편 골목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길을 헤매며 ‘문 닫았나? 혹시 안 하나?’ 하는 불안이

밀려오려는 순간, 간판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이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테이블이며 카운터며 온통 까맣다.

나는 그렇게 까만 공간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이곳은 예외였다.

높은 층고, 원목과 벽돌의 조화 거기에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블랙 인테리어임에도 묘하게 따뜻했다.


공간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처음엔 2층까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래도 손님이 적당히 오가며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는 분위기, 붐비지 않으니, 더 좋았다.


자리를 잡고 카운터로 향했다.

이제 또 손짓발짓의 시간이다.

그냥 주문만 해도 되겠지만, 커피에 진심인 나는 궁금한 게많다.

커피 맛집이라니, 원두의 특징도, 배합도, 괜히 다 알고 싶었다.


결국 여러 질문 끝에 라테를 주문했다.

라테아트 챔피언의 카페라니, 아트를 안 보고 갈 순 없지.

그리고 한 잔은 숯을 이용한 라테.

이건 또 얼마나 특별할까, 호기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거기에 빵이 빠지면 아쉽다.

온통 까만색의 빵들이 신기해 두 가지 정도 골랐다.

숯 콘셉트가 아주 확실하다.


커피가 한 잔 한 잔 나올 때마다 바리스타의 손끝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라테아트는 이미 포기한 사람이지만,

그 섬세한 손놀림을 보면 늘 부럽다.


잠시 후, 음료와 베이커리가 모두 나와 테이블 위에 예쁘게 놓였다.

사진 한 장 찍고, 한가득 기대에 부풀어 커피 한 모금을 소중이 홀짝 마셨다.

아... 살짝 아쉽다.

조금만 더 커피 향이 진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일행의 차콜라테도 한 모금 맛봤다.

초코라떼라 했지만 숯 때문인지 단맛이 묻혀 있었다.

생각보다 연했고, 그래서 더 미묘했다.


그럼에도 그 한 잔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대만에서 마신 첫 커피 한 잔의 여유.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사롭게 채워졌다.


하지만 그 시간도 길지 않았다.

시간이 훌쩍 흘러 단수이로 향할 시간이 다가왔다.

해가 지는 순간은 유난히 짧기에, 아쉬운 그 시간을

놓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서둘러 나오는 길에 왜인지 낯익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춘수당?’

전날 가이드가 추천했던 밀크티 맛집이다!

이런 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한 모금이라도 맛을 봐야지.


테이크아웃으로 밀크티를 주문했다.

잠시 앉으려 했더니 직원이 손짓으로 앉지 말라는 표시를 했다.

살짝 마음이 상하려 했지만, 기분 좋은 날엔 기분 좋게 넘기는 게 답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밀크티를 받아 거리로 나왔다.


한 모금 마셔보니 행복당과는 확실히 달랐다.

여기는 차를 직접 우유에 끓여 만들어

단맛이 적고 깔끔했다.

버블이 더 단단한 것만 뺀다면 내 입엔 오히려 더 좋았다.

커피에 밀크티에 물로 배가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지만

배부른 여행의 콘셉트는 확실히 이어가는 중이었다.


거리 한쪽에서 밀크티를 마시며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 타이베이역으로 향했다.

드디어 대만에서의 첫 대중교통 이동이다.

두근거림이 다시 시작됐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여유로운 하루를 꿈꿨지만,

결국 또 분주한 하루가 되어 있었던 날의 기억.
그래도 사진 속 웃음들을 떠올리면 그날의 공기와 온도가 총천연색으로 되살아난다.


화산 1914에서는 참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전날 질퍽한 신발을 신고 다녔던 기억이 있어서,

뽀송한 신발을 신고 걷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던지.

순간, 생각했다.

행복이 뭐 별거야?

이렇게 뽀송한 신발을 신고 걷는 것만도 행복이지.


그 사소한 기쁨이 하루를 빛나게 만들었다.

그날의 감정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준 것 같다.
여행이란 결국 그런 순간들이 쌓여 마음의 결을 다듬는다.
그래서인지 그 기억을 꺼내는 지금

그 모든 순간이, 유난히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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