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키드(wonderkid), 그들의 알 수 없는 미래

그 많던 제2의 메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by 장작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레알마드리드의 라이벌인 바르셀로나. 솔직히 말하자면 바르셀로나에 대한 호감은 별로 없다. 그들의 축구 자체는 무척 훌륭하다. 하지만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 중 잊을 수 없는 경기가 있다. 그 경기는 온갖 오심으로 얼룩졌는데, 하필 그 오심들은 첼시가 경기에 패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경기에 이겼다면 첼시는 클럽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너무나 억울했고, 이것이 정말 축구란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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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내가 바르셀로나에 관심을 가질 법한 일이 생겼다. 무려 3명의 바르셀로나 선수가 바르셀로나에 입단하게 된 것이었다. 어린 선수들이었지만 엄연히 바르셀로나 소속의 선수였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한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 세 선수가 그 주인공이었다.


텔레비전이나 매체에서 그들과 관련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곤 했다. 세계적인 명문 구단에 속한 세 명의 어린 선수들이라니. 그 세 명이 잘 성장해서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하고 경기에 뛰게 된다면 우리나라 축구의 수준 역시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게 아닌가. 나의 기대감은 한없이 부풀어 오르고 커져만 갔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구단이다. 바르셀로나에는 우리나라 출신의 세 명의 선수 말고도 내놓으라 하는 유망주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든다. 우선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감독의 눈에 들어 1군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1군에서도 자신에 비해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은 선수들보다 자신이 나은 점을 보여 줘야만 경기를 하고 데뷔도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오래전부터 자신이 존경하고 보고 싶어 했던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같은 선수들과 경기장 위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곳이 바르셀로나라는 축구팀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펼쳐질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다. 무럭무럭 성장해서 잠재력을 펼쳐 보여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바르셀로나가 유스팀 선수 6명에 대해서 FIFA 규정 19조를 위반했다면서 징계를 받게 되었다. 해당 조항은 18세 미만 선수의 해외 이적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다만 해당 선수의 부모가 축구와 관련 없는 일을 하면서 현지에 체류하는 경우에는 허용을 해주지만, 세 선수 모두 해당되지 않아 징계를 받게 되었다. 그 징계 때문에 그들은 3년 동안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공식 경기에 뛸 수 없게 되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식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은 축구 선수로써 큰 타격이다. 친선경기나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출전할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정기적으로 경기에 나서면서 경기장에서 부딪쳐 봐야 자신의 진짜 실력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거기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과 보완할 부분을 찾고, 훈련 방향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세 선수들은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한 셈이었다. 이는 팀 내의 다른 유망주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세 선수는 모두 바르셀로나 1군에서 데뷔하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되었다. 어릴 때 보여준 재능은 있었지만, 성인 팀에서 뛸만한 경쟁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 사례를 접하면서 나는 유망주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망주는 그저 어린 선수들 중에 또래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잘하는 선수다. 그 선수가 바로 성인 무대에서 데뷔한다고 다른 선수들을 뛰어넘는 기량을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유망주에게는 실제 경기를 뛰면서 얻는 경험이 필요하다. 아직 어리기에 자신에게 맞는 경기 스타일이 정립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코치진의 조언도 필요하다. 시간이 필요하다.


반짝이는 재능을 몇 차례 보여줬다고 해서 ‘제2의 메시’라고 추켜 세우며, 과도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대감이 때로는 선수에게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것은 선수들의 성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좋은 미래가 있다는 희망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 희망은 가능성이다. 잘 될 수도 있지만, 잘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주 뛰어난 어린 선수가 등장했다고 해서 그 선수의 성공확률을 100%로 볼 수는 없다. 우리 삶과 마찬가지로 축구 선수들의 삶에도 생각지 못한 변수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 변수가 바르셀로나로 간 세 선수와 같이 부정적인 것이라면 선수들의 성장에는 장애물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팀에 입단한 유망주라고 해서 모두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다. 수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그 뒤로 별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채 사라져 간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래전 이탈리아 로마에 갔을 때, AS로마와 US 레체 두 팀 간의 세리에A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당시 AS로마에는 프란체스코 토티, 다이엘레 데 로시 등과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있었다.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게 하는 이름 하나가 더 있었다. 그 이름이 바로 보얀 크르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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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고 날쌔며, 볼을 잘 다루는 어린 선수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제2의 메시가 등장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보얀도 그랬다. 키가 173센티미터로 무척 작았다. 하지만 무게 중심이 낮아서 상대 선수들에게 볼을 잘 뺏기지 않았고, 빠른 발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만 17세의 나이에 메시가 보유하고 있었던 구단 최연소 득점 기록을 경신하며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바르셀로나 1군에 있었던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고, AS로마, AC밀란, 아약스, 스토크 시티, 마인츠 등의 여러 팀을 옮겨 다녔다. 그리고 결국 2023년 3월 33살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메시와 같은 위대한 선수의 뒤를 이어 ‘제2의 메시’가 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영광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자체가 선수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아쉽게도 보얀은 자신이 어렸을 때 보여줬던 가능성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갖기보다는 다가올 미래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며 내 앞에 주어진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나가는 것.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해야 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들떠서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놓치게 되면, 밝은 미래 또한 보장할 수 없다. 현재를 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밝은 미래를 기다릴 수 있는 법. 가능성만 믿고 현재를 소홀히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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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키드(Wonderkid), 유망주들의 미래는 밟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현실에서 터뜨리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미래의 일은 알 수 없고,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과도한 기대감을 갖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성장을 응원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경험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기다림도 필요하고 인내도 필요하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면 버려야 한다. 미래는 멀고 그 미래가 다가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눈앞의 현재를 착실하게 사는 것이 현재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줄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수첩이나 빈 종이를 꺼내서 장래에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보라. 그리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계획을 세워 보라.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그 계획에 자신이 '당장 지금 할 수 있는 일'도 적어 보라. 이제 다 끝났다. 당신은 이제 '당장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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