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건 나에게서 아주 먼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 죽음을 생각한 적이 한번 있다. 어느날 갑자기 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10년전의 일이라 생각은 나지 않지만 그당시 고등학생이여서 논술시간에 받은 질문이었다. 사춘기여서 그런지 죽음을 생각하니 공포가 밀려왔다. 내가 이 세상에 사라져도 세상은 굴러간다는 생각이 오싹했다. 그리고 그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기에 죽음을 맞이 한다면 억울한 느낌만 있을것 같았다.
그렇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을때 같은 반의 친구인 은서(가명)가 백혈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한달도 안되었을때 갑자기 조회시간 전에 책상에 앉아 엉엉 울었다. 그리곤 조퇴를 하였다. 아이들은 궁굼하여 은서에게 괜찮냐는 위로와 함께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하였고 자신이 백혈병이라는 사실을 어제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은서는 바로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아픈 기색이 하나도 없던 아이였는데 왜 갑자기 백혈병이라는 거지? 또 공포가 밀려왔다.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고등학생의 감성이 예민한 같은 반 아이들 모두 은서를 걱정하며 죽는다는 것은 뭘까? 쉬는 시간마다 수다를 떨었다.
이를 본 선생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우리는 언제가는 다 죽을거야. 은서는 그 죽음의 시간이 빨리 왔을 뿐이야. 지금 은서는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렇지만 우리들은 그냥 살아가잖아. 이 값진 시간에 떠들지말고 은서를 위해서라도 공부해서 우리 중에 의사가 되어 은서의 병을 고쳐주려고 노력해보자." 공부는 안하고 불안한 마음에 붕 떠있는 우리들에게 공부하라고 하신 선생님의 말이지만 이 말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한다.
그 때 난 약사가 되고 싶었다. 현실적으로 나의 처참한 수학성적을 보아선 절대 의사가 될수 없다고 생각했고 약사가 되어서 은서에게 약을 주고 싶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였다. 그 일이 있은 후 은서는 7개월 뒤 세상을 떠났다. 우리 반 모두 장례식에서 사진으로만 은서를 볼 수 있었다.
10년이 지난 후 책에서 죽음을 만났다.
김영민 교수님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는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의 삶을 평가할 때 적용되어야 할 평가기준에 대해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얼마나 사회적 명예를 누렸느냐, 누가 오래 살았느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근본적인 평가기준은 누가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라고 말해주고 있다.
이제 나의 죽음이 고등학생때 보다 가까이 옴을 느낀다. 이 남은 삶은 좋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지기 위해서 살기 위해 이제 발버둥쳐야한다.
그래야만 값진 삶을 살았다고 죽음의 문턱에서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