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나를 찾기 위한 두 번째 여행
닦지 않고 그대로 두면 모든 것은 흐려지고 만다.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시간이 그저 흘러가 버리곤 한다. 다른 사람들의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때가 많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다 보면 결국, 멈출 수밖에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가 되면 내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려 해도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짚어내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방향을 잃은 채, 되돌아갈 지점도 찾아낼 수 없게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자신을 관찰하는 시간’이다.
꾸준히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 시간을 나를 돌아보는 데 사용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짧은 시간이더라도 내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지금의 나를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그 시간이야말로 내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은 삶의 깊이를 더해주고, 더 충만한 삶으로 나를 이끌어준다. 그동안 나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냥 모른 척하며 살아왔다. 어려운 일들은 덮어두고 외면하며, 피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야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에게 얼마나 절실히 필요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매 순간 나를 돌아보며 지내려면, 때로는 속도가 느리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하며 걸어가는 시간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나를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이기까지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오늘 할 일을 목록으로 적어본다. 하루의 흐름을 계획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하루가 끝났을 때 나의 일정을 되돌아보는 데도 유용하다.
하루가 끝나면 그날 적어두었던 일정을 체크하면서 내가 느낀 감정들을 정리한다. 만약 해야 할 일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나 상황을 되짚어보며 나 자신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다. 가끔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걸 꼭 해야 하나?” 싶은 순간도 찾아오지만, 그럴 때는 그 일이 정말 필요한지를 다시 고민해 보고 수정하면 된다.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반복해도 좋다. 하다 보면 불필요한 일은 자연스럽게 걸러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럴 때 나는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내 일정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나 상황에도 자연스레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가기 전, 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만들어진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에는 내 감정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하루 동안 어떤 감정이 나를 지배했는지 살펴보고, 그 감정을 간단히 적어보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고,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를 적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기나 메모가 된다. 글로 적어두면 감정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만약 감정을 마주하는 과정이 두렵다면, 아주 짧은 시간만이라도 시도해 보고 점차 그 시간을 늘려가면 된다. 지금 나는 글을 통해 나를 만나고,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어가는 중이다. 이 과정이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