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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Aug 04. 2023

집에 귀신이 있었던 걸까

이상한 일들이 자꾸만...


지금 사는 이 마을은 신랑이 전에 15년 동안 살았던 곳이다. 우리의 신혼집도 이곳에 있었다. 그러다 신랑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타 도시로 가게 됐고 약 5년 만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이사오기로 결정한 후에 서둘러 집을 알아봤다. 

 달 후 셋째를 출산할 예정이었으니 다섯 식구가 지낼 수 있는 집이어야 했다. 아이들이 어리고 세명이나 있으니 아파트는 어려울 것 같아 하우스 지하나 1층 렌트로 알아봤는데 비싼 렌트비는 두 번째 문제였고, 렌트용 하우스 자체가 없었다.

마침 이 마을에 발전소 등이 새로 지어지고 파이프라인 공사가 진행 중으로 인구가 급증할 때였다.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인 상황. 모기지 담당자와 수없이 상담하고, 신랑과 잘 아는 동네 리얼터(부동산 업자)의 도움을 받아 몇 개 안 남은 매물 중 다행히 맘에 드는 집이 있어 구입할 수 있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장만한 집이라 한 달에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 상당했지만 렌트했을 때보다 훨씬 저렴하니 아주 잘 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어린아이들 데리고 이사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셋째를 출산하고 한 달 만에 이사를 했다.

한 2주 정도 살았을까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딸의 산후조리를 위해 캐나다까지 오신 친정엄마께서 이른 아침 들으신 소리가 그 시작이었다. 1층에서 누군가 걸어 다니는 소리가 나길래 '사위가 일찍 일어났나 보다' 하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주무시고 일어나셨는데 사위가 아직도 자고 있는 게 아닌가.

1층에 내려간 적이 없다는 사위의 말에 친정엄마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그냥 잘못 들으셨나 보다 하고 다들 넘겼는데

그 후로 신랑도 나도 의문의 발걸음 소리를 몇 번씩

듣게 됐다.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그냥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혹시 여기 귀신 있는 거 아냐? 하하하"
"에이 설마~... 뭐, 진짜 있을 수도 있지. 하하하"

둘 다 마음 한편에는 진짜 귀신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약간씩은 있었지만 애써 모른척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1층 거실에 모두 모여있을 때 갑자기 "쾅!!" 하고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났다. 순간적으로 나와 신랑은 재빠르게 둘로 갈라져 문이 닫힐만한 곳을 찾아봤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문이 닫혀있는 곳이 없었고, 열려있는 문이 그렇게 큰 소리로 닫힐 이유도 없었다. 그전까지 신랑과 나는 그저 농담으로

웃으며 얘기했었는데 문 소리 이후로는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절전모드였던 컴퓨터가 저절로 작동한다던지, 물건이 갑자기 떨어진다던지 하는 일은 자주 발생했다.


우리 집 정말 귀신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귀신에게 질 수 없었다.

어떻게 마련한 집인데!

나는 '귀신이 못 나가면 어쩔 수 없이 같이 지내야겠네'고 생각했는데 신랑은 많이 불안해했다. 혼자였다면 무시하고 지나갔을 일이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에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길까 걱정했다.

신랑은 종교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대대로 천주교를 믿던 시댁이었다. 이민 온 후 먹고살기 바빠 종교활동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이번에는 종교의 힘을 빌려야 할 때인 것 같다고 했다.

동네 신부님께 말씀드리고 축복을 해주십사 부탁드렸다. 무교인 나는 잘 모르지만 새 집이나 새 차를 살 때 신부님께 부탁드리면 성수를 뿌려주시며 축복 기도를 해주신다고 했다. 실질적인 효과가 없더라도 마음적으로 큰 안정이 될  같았다. 신부님이 집으로 오셨다.

집 안팎 모든 공간을 다니시며 성수를 뿌리고

기도를 해주셨다. 뭔가 든든했다. 없던 귀신들도 모두 도망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 신부님께서 와주신 후 이상한 일들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어쩌면 플라시보 효과였을 수도 있다.


우리는 요즘도 가끔씩 그때 이야기를 한다.

"억울한 사연이 있는 귀신이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었는데 쫓아낸 건 아닐까?"

"응, 그랬을 수도 있는데 아마 내가 영어가 안되니까 답답해서 스스로 떠난 걸 수도 있어. 아니면 애들 셋 매일 뛰고 소리치니 층간소음 못견디고 도망갔거나."


어찌 됐든 나쁜 귀신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미안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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