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 쉬나드
옳은 것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할 수 있을까
J는 크리스마스섬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파도에 올라탈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린다. 이내 넘실대는 파도가 다가오자 순간 팔을 저어 파도에 올라탄다. 양다리를 벌려 자세를 잡고 좌우 균형을 유지하며 앞으로 전진한다. 짜릿한 순간이다. 올해 60을 바라보는 J는 보드에 올라타 몸을 누여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내일 더 한 파도에 올라탈 상상을 하니 심장이 뛴다. 아직도 삶에서 경험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 새롭고 기쁘다.
서핑은 오래도록 생각하고 있던 나의 노년생활 버켓 리스트 중 하나다. 체력이 딸려 힘들겠으나 최근 몇 년간 중학생 아들과 다녀보니 나름의 요령도 생긴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운동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건강에도 금상첨화다. 불편한 곳에서 불편한 사람들과 억지로 어울리는 것보다 지속가능한 취미가 생긴 기분이다. 나에게 성공이란 무엇일까? 돈이 목적이 아닌 "옳은 것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면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 꾸준히 노력하는 삶 속에서 성공도 거짓 없이 진실되게 다가오리라. 서핑은 나에게 이러한 생각이 들게 한다.
나에겐 경영에 대한 철학적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다. 이본 쉬나드 - 파타고니아 창업주다. 말이 경영인이지 대장장이, 암벽 등반가, 서퍼, 환경운동가에 가깝다. 1957년 암벽등반 자비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쉬나드 이큅먼트'를 시작으로 사업했으니 65년 정도가 되었다. 그가 지구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하는 방법은 많은 기업과 대학교에서 본보기로 소개된다. 말로 하고 그치는 기업철학이 아닌, 살아서 행해지다 보니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경영을 한다는 것! 단순함과 유연성
완벽함은 더는 뺄 게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다
암벽을 오르는 사람은 커다란 등반 장비들을 베이스캠프에 남겨 두고, 오로지 자신의 기술과 바위의 특성에만 의존해 암벽을 맨손으로 오를 수 있도록 기술을 완벽하게 연마해야 한다. 그래야 대가의 반열에 오른다. 절벽에서 대가들이 사용하는 물건이란 간결하고 가벼우며 거추장스럽지 않아야 선택을 받는다. 피켈, 카라비너, 캠핑용품, 자동차, 시계... 자세히 보면 더함이 아닌 뺌의 철학이 숨어 있다.
철학은 회사의 다양한 부분에 적용될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표현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철학이 강력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동지침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오래 지속되는 기업이 여러 가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영위하더라도 기업의 가치관, 문화, 철학은 변함없이 장기간 유지되기 마련이다. 즉 기업에 철학이 있다는 것은 상관의 지시나 명령을 기다리거나 융통성 없는 계획을 따르는 대신, 철학을 지침 삼아 자발적으로 옳은 길을 찾아가는 자율권이 되어준다. 실수는 있을 수 있으나,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등대와 같다.
나는 쉬나드의 철학을 좋아한다. 그의 철학에서는 자연 생태계의 균형과 조화에 대한 진심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싶은 몇 가지를 정해 구심점으로 삼고 싶다.
첫째, 품질과 디자인 철학이다. 고품질이라는 기준과 단순함이라는 디자인 원칙은 파타고니아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 만드는 모든 제품, 셔츠, 재킷, 바지의 기능 하나하나는 반드시 필요한 것! “디자인이 복잡하다는 것은 아직 기능적 필요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완벽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에 이름을 가리킨다.
둘째, 인사철학이다. 우리 자신 스스로가 최대 고객이기 때문에 “제품에 대해 열정적인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직원으로 두면서 업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있을 수 없다” 진정 깊이 있게 성찰이 필요한 대목으로 다가온다.
셋째, 경영철학이다. “일은 늘 즐거워야 한다. 일터로 오는 길에는 신이 나서 한 번에 두 칸씩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올라야 한다” 유연한 근무로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을 하고 함박눈이 내리면 스키를 타고 아이가 아플 때는 집에 머물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권위가 아닌 신뢰로 운영하며 일과 놀이와 가족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경철학이다. “매출의 2퍼센트를 환경을 위해 기부한다” 옳은 일을 하기로 선택할 때마다 그 일이 언제나 더 많은 이익을 냈다고 강조한다. 죽은 행성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지 않은가! 뼈 때리는 말이다.
자연주의 기업의 형태란 무엇일까? 자연주의 기업은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를 것이다. 일종의 가족과 같은 기업이라고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여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동시에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을 기업이 보살피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마치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가르칠 때와 같이 기업 내부의 사람들이 회사 자체와 대표를 믿고 따르게 하는 것. 회사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회사 철학을 추구하며 독자적으로 일하는 모습은 회사라기보단 서로 생각이 자연스럽게 통하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유기적인 집단, 가족처럼 보인다.
쉬나드는 회사를 설립하고서도 처음엔 경영보다 산과 바다를 다니는 걸 더 좋아했다. 하지만 경영이 점차 악화되자 책임감을 느끼면서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고, 수동적으로 일하는 기계가 아닌 일하는 게 신나서 출근길에 뛰어나오는 회사를 꿈꾸고자 기업의 가치를 세운다. 그중에서 필자이게 인상적 것은 세 가지로 간직하고 싶다.
성공적인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환경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한다.
이익을 추구하되 성과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성장과 확장은 우리 회사의 기반이 되는 가치가 아니다.
최대한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한다. 우리는 모든 기업 활동에서 개방적인 의사소통, 협력적인 분위기, 최대한의 단순성을 장려하는 동시에 역동성과 혁신을 추구한다.
나는 책 속의 경영이 아닌 "경영하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이윤을 쫒는 경영이 아닌 나의 인생에 참 경영을 먼저 꿈꾼다. 주위를 보면 사회적 위치가 높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은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인생이 대단하거나 부럽다는 생각은 거의 없다. 좋은 인생이란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고 자기 철학을 중심으로 절제의 미덕이 있어야 한다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 가정에 불성실하고, 힘이 약한 이들에게 오만하며, 자신에게 조차 진실되지 못한 사람들을 여럿 봤다. 옳은 일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한다는 것은 결국 인생 후반부로 갈수록 더 기대되는 삶과 면을 맞대고 있는 것 같다.
2022년 9월 쉬나드와 그의 가족들은 파타고니아의 모든 지분을 환경보호를 위한 재단과 비영리 기구에 기부했다. 기부한 지분이 4조 원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고 한다. 자신의 신념과 철학이 굳건한 경영인! 그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사명을 행동으로 멋지게 옮겼다. 숙연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타인의 삶을 해하는 사람, 자신의 삶만 사는 사람, 타인의 삶에 기여하는 사람.. 나는 어떤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지는 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철학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