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림을 잘하고 싶었어. 11년 전《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2》를 본방 사수하며 볼 정도로 요리에도 관심이 많았지.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난 것은 《흑백요리사》에 나온 최강록 셰프 덕분이었어. 프로그램 제목이 왜 흑백인가 했더니 흑수저 셰프와 백수저 셰프로 계급을 나누었더라고. 흑수저 셰프 80인이 등장했고, 2층에서 백수저 셰프 20인이 화려하게 조명을 받으며 등장했지. 냉부와 한식대첩에서 알게 된 셰프들도 나왔고, 뭐니 뭐니 해도 마셰코 2 우승자 최강록 셰프가 반가웠어. 무려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화면에서 본 마셰코 키친이 생생하게 떠올랐어. 밤을 새우며 마셰코 2를 다시 정주행 하기까지 했어.
마셰코도 그 당시 키친의 재료와 스케일이 대단했고, 우승 상금도 3억이었어. 채 썰기부터 미스터리박스 미션과 팀 미션, 탈락 미션 등 다양한 경연이 펼쳐졌지. 김소희, 강레오, 노희영 3인 심사위원의 심사평도 예리해서 더욱 긴장감이 감돌았어. 흑백요리사에 생존과 탈락이 있다면 마셰코에는 받은 앞치마를 지켜내야 하는 운명이있었지. 누가 "축하드립니다. 2층으로 올라가십시오."가 될 것인지 "앞치마를 벗고 마스터셰프 키친을 떠나 주십시오."가 될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어. 제한된 시간에 완성된 요리는 맛도 있어야 하고 플레이팅도 훌륭해야 했거든. 오랜만에 마셰코 같은 요리 경연 대회가 흑백요리사로 돌아온 느낌이야. 백수저, 흑수저 셰프의 요리 계급 전쟁은 오랜 경력의 셰프에게 젊은이들의 요리는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고 싶은 측면도 있었던 것 같아.
그때의 추억을 안고 제철 곱창김을 샀어. 마셰코 2는 아이들과 즐겨봤던 프로그램이지. 그때도 시댁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아이들을 먹이고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할 때였어. 마셰코 2를 보면서 자라서인지 아이들은 요리에 흥미가 있어. 썬 마늘을 볶고 우유와 치즈를 넣어서 소스도 만들 줄 알지.이제 남자도 스스로가 밥 정도는 챙겨 먹을 줄 알아야 하니까. 사랑이 밥은 먹여줄 수 있지만 그 밥을 해야 하는 건 여자의 몫이었는데. 아내의 아침밥을 챙겨주는 남편들도 생겨나는 것 같아. 물론 일회성에 그칠 수도 있지만 그만큼 함께 먹는 걸 챙긴다는 의미가 크겠지. 왜냐면 나는 전적으로 내가 챙기며 살았으니까.
곱창김을 굽는 나의 마음은 가족들이 생각났어. 내가 먹이며 키운 아이들, 어느덧 다 컸네. 구운 김을 통에 담고 김 부스러기를 정리하며 한 장 먹어보니 바싹하고 담백 고소한 김맛이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어 각자 살아가지만, 우리의 마음은 늘 가족 안에 있겠지.
먹고사는 일 중요하겠지? 가성비 좋은 재료와 식단으로 알뜰하게 가족 살림을 하던 시절의 습관은 그대로 남아 있어. 이번 주는 1,500원짜리 양배추를 사서 양배추게맛살 전과 양배추떡볶이, 양배추비빔국수 등을 했어. 청경채도 자주 사용하는 가성비 좋은 식재료야.
만두도 먹고 싶을 때가 있잖아. 부추잡채 지짐만두 300g이 원뿔원 행사를 하길래 샀어. 할인가 5,980원이고, 한 봉지에 11개씩 들었어. 총 22개인 거야. 에어프라이어가 없다면 프라이팬에서 기름으로 로스팅하고 물로 스티밍 해서 뚜껑 덮고 구워내는 방식이 제일 간편해.
4인분에 4,482원에 산 우동이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어. 건더기와 건더기스프가 훌륭했지. 어묵은 추가로 넣었어.
잘 먹었으니까 마음의 양식도 쌓아야겠지. 생활 독서로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내가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