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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늘 Oct 05. 2024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홀로족

 안녕, 나야.


 한강뷰 카페에 다녀왔으니 마운틴 뷰 카페에도 가봐야겠지. 강이 더 좋을까? 산이 더 좋을까? 이번에 찾아간 마운틴 뷰 카페 옆에는 계곡도 있어. 청둥오리와 원앙도 있는 계곡이야. 물소리 들으며 산책하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그래서 무릎이 안 좋은 엄마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이라서 모시고 가게 되었어. 공기 좋은 곳에서 평지를 걷는 산책길이니까.




 






 점심 메뉴도 정하고 갔어. 일산에서 유명한 해물칼국수집이 북한산우이역에도 생겨서 가보기로 했거든. 그런데 맑은 공기를 마시니까 보양식 생각이 나셨는지 오리 백숙을 먹으러 가자고 말을 꺼내시더라고. 내가 안 먹는 거 아시면서 그런 말을 하셔서 불편했어. 역시나 아무거나 다 잘 먹어야지 하는 잔소리를 하셨지. 물론 엄마 심정도 이해는 가. 아버지(왜 어머니는 엄마라고 부르게 되고, 아빠는 아버지라고 부르게 되는지 모르겠지만)가 백숙을 안 드시니 먹고 싶어도 못 드시는 상황이거든. 언젠가 둘째 사위랑 먹었던 백숙이 맛있었다고 하시길래 그럼 그렇게 드시러 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 내키지 않는 음식을 효도라는 명분아래 먹어야 하나 순간 고민도 됐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역시 혼자 다니는 게 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리던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운 거야. 엄마와 먹는 해물칼국수가 그저 그랬어. 아무래도 내 기분이 상했기 때문이겠지.













 나는 간절하게 혼자 있고 싶어. 그런 의미에서 나홀로족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더라. 혼자 다니는 사람들이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아. 오히려 더 편안해 보여. 시끌시끌 웅성웅성 주변을 소란스럽게 하지도 않고, 고요하게 오고 가는 나홀로족 등산객도 의외로 많았어. 공원에는 근처에 사시는 동네 어르신들도 많이 나오셨어. 물론 삼삼오오 다니는 등산객이 더 많긴 하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노년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해.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싫은 사람과 연결되는 것은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좋은 사람들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하더라. 어찌 보면 모든 일상의 시간은 바로 자기 자신과 잘 지내야 하는 것이지. 건강한 습관과 적당한 운동, 각자가 의미를 두는 활동을 해야 하는 거야.






 나는 혼자라는 느낌이 좋아. 그동안 많이 지쳤나 봐. 남들처럼 엄마, 며느리, 아내, 딸, 동생, 누나 역할 등을 하느라 힘들었어. 물론 워킹맘인 사람들도 있지. 하지만 내가 그들이 될 수는 없잖아. 누가 많은 역할을 해내는지 서로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비교할 수 없는 각자만의 생활이 있는 거니까. 무엇이든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무엇이든 안 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 거니까. 갈 길이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아야겠지.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면 이 가을, 이주혜의『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읽어보길 바라. 이 책에는 일기를 쓰면서 객관화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라는 메시지가 있어.

 "헤어지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기록하세요. 어떤 수치심도 글로 옮기면 견딜 만해집니다"(23쪽)

 과거의 기억에서 헤매고 있다면, 기록을 통해서 헤어질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딸들은 왜 그렇게 엄마를 미워할까요?"(188쪽) 아빠가 주양육자였던 화자의 딸은 엄마를 뒤늦게 이해하지만 독일로 떠난 상황이야. 봄이 오면 어김없이 돌아온다는 제비처럼 화자의 딸도 언젠가 돌아올까? 요즘 세대답게 그녀는 "만약에 말이야. 그 자리로 돌아가지 못해도 괜찮은 거지?"(321쪽)라고 엄마에게 묻더라. 이 책의  스토리는 눈이 아름다운 아이, 윤수를 빼놓을 수 없어. 책을 덮고 나면 윤수의 눈물, 윤수의 계절, 윤수에 대한 기억이 선명해져. 한바탕 눈물을 쏟게 되는 사연이야.






 나는 남들의 삶에 나를 맞추며 살고 싶지 않아. 다수의 삶들이 한 마디씩 할 때,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고민도 하지만, 그조차 나로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겠지. 잘될 거야. 응원할게.

 이만 안녕, 편지를 마친다.



북한산우이역 카페에서 바라본 하늘 사진입니다. (글·사진 ⓒ별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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