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으면서 채널을 돌리던 중 영화 채널에서 신년 특집으로 세계 명작선을 연달아 방영해 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쇼생크 탈출을 해줘서 멍 때리면서 봤습니다.
2부를 넘어가기 전 피가로의 결혼을 앤디가 틀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후 독방에 갇히게 됩니다. 독방을 나오고서 앤디와 레드와 대화가 나오는데 오늘날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안(머리)에 음악이 있었고 이 안(마음)에도... 그래서 음악이 아름다운 거야. 그건 빼앗아 갈 수 없거든. 음악에 대해서 그렇게 안 느껴봤어?"
"글쎄, 젊었을 땐 하모니카를 잘 불었지 이젠 흥미를 잃었지만 여기선 소용이 없었으니까"
"이런 곳일수록 소용이 있죠 잊지 않게 해주니까요"
"잊어?"
"세상엔 이렇게 돌로 만들어진 장소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잊는 거죠. 마음속의 그 어떤 건 아무도 뺏지 못하고 손댈 수 없다고요. 자신만의 것이라고요"
"무슨 얘기야?"
"희망이요"
"희망. 한 가지 얘기해 줄까. 희망은 위험한 거야. 희망은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어. 이 안에선 아무 쓸모도 없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아"
(중략)
"기억하세요. 레드. 희망은 좋은 겁니다.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최근 며칠 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보고 왔습니다.
레드와 앤디를 나눈 듯한 느낌이 확실하게 드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마케이누 즉, 버려진 개라고 하여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일하려고 하지도 않는 세대를 말합니다. 한국과 옆 동네인 중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은 탕핑족이라고 하여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구직활동을 넘어 그냥 저처럼 가벼운 글쓰기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모두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빚을 넣어서 집을 샀지만 남은 것 빚. 주식 투자 또한 빚져가면서 했으니 또 남은 건 빚... 구직 활동을 하려고 해도 몸이 갈려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긴 합니다. 그러다가 유튜브, 게임과 같은 가벼운 소비활동만 하게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심심찮게 봅니다. 그러다가 밖에 나가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서 흔하게 말하는 '히키코모리'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히키코모리가 되면 사회적 비용을 들여서라도 정신건강의학과와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치료하고자 합니다. 은둔형 외톨이는 영국, 미국과 같이 서구권 사회에서는 이미 자원을 들어가며 회복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람이 회복되면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보면서 현재 내 또래들(남자와 여자 다 포함)을 보는 듯한 모습을 봤습니다. 음지남이라고 하는 주연을 볼 때 말이지요. 취업하고 싶어도 취업도 안되고 뭔가 하고 싶어도 운이 안 따라줘서 안되고 연애조차도 할 수 없었던 사람을 말이지요. 그런 사람을 인터넷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흔하게 "한국 언제 망하냐"이런 식으로 화풀이를 하지만 내심 무국적자가 되는 걸 원하지 않겠지요. 내심 한국이 더 좋게 발전했으면 좋은 마음에서 투사를 하는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반대로 짱구 가족은 평범한 가족으로 대비됩니다. 아들, 딸이 있으며, 자가도 있고 자차도 있으며 빚은 있지만 결혼까지 해서 극명하게 대비가 됩니다. 네, 정말 대비가 됩니다.
짱구 극장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데 옆에 애들이 있어서 눈물을 흘리고 싶은데 못 흘려서 마음으로 계속 울었습니다. 혼자 있었다면 아마 울면서 계속 봤을 겁니다.
사람들을 보면 분노가 많습니다.
마치 풍선에 바람을 가득 넣고 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누군가 바늘로 터트리면 그것이 계기가 되어 분노의 화살을 바로 표출할 수 있을 정도의 분노가 가득 찬 느낌이 듭니다.
어떤 사람은 과거보다 많이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과거가 더 살기 좋았다고 합니다.
네, 그럴 수도 있지요.
저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보며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중간 부분에 기성세대인 극장판 감독의 반성과 마지막에 우리 세대에게 히로시(짱구 아빠)를 통해 대신 전달하는 메시지를 말이지요.
"이렇게 사회가 안 좋게 변화하는 것을 무시한 것은 우리 기성세대가 잘못한 게 맞아요"
"사회가 나쁘게 바뀐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좋은 것이 있어. 지금 나쁘긴 하지만 조금씩 좋게 바꾸려고 노력하고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면 결국엔 내가 행복하지 않을까?"
앤디가 말한 것도 비슷합니다.
"희망"
이 단어는 요즘 각박한 사회에서 쓸모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직장 생활이 힘들며, 손님에게 치이며, 취업하기도 바쁜데 저 두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기 한 단어를 바꾼다면 우리의 삶은 바뀔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소망"
저는 희망하면 추상적인 느낌이 들지만 소망하면 간절히 원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 힘든 세상에서 내가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가지고 세상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소망은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줘서 한 사람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