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선생님은 애들 가르치는 것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주위 사람뿐 아니라 나도 그랬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아이들만 가르치면 끝인 거 아니냐고. 심지어 나조차 여러 번 교생실습을 나가면서도 발령받기 전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은 아이들만 가르치는 줄 알았다. 예쁜 옷을 입고 아이들과 함께 미소를 띠며 노래를 부르고, 칭찬과 사랑의 말이 넘쳐나고, 아이들이 가고 나면 다음날 수업 때 무엇을 할까 즐겁게 상상하며 수업을 짜는 선생님의 모습.
하지만 지금 저 질문을 들으면 실소가 나온다.
정말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정말 가르치기만 하면 참 좋겠다.
가르치는 건 사실 범위가 굉장히 애매한 일이다. 애초에 교육이라는 것이 정의 내리기 애매하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에서 다루어지는 일 자체가 굉장히 애매하다. 일반인이 보는 가르치는 것의 정의는 말 그대로 가르치는 행위이다. 국어시간에 광고의 특성을 알아보고, 광고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르치는 것, 수학 시간에 소수의 나눗셈을 가르치고, 그 방법을 가르치는 것과 같은 가르치는 행위 말이다.
사실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이보다 훨씬 많은 범위를 뜻한다.
우선 나라에서 가르치라고 하는 교육과정이 있다. 교육과정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계속 바뀌어 나간다. 교육과정에는 아이들이 꼭 배워야 할 내용들과 시간들이 포함되어 있다. 담임선생님이 체육을 일주일에 10시간 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교육과정에서 정해진 시수대로 체육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은 6학년 기준으로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실과, 음악, 미술, 체육, 영어 10과목이다. 이 10과목을 몇 시간 가르칠지 모두 정해져 있다. 물론 교사의 재량에 따라 조정도 가능하지만 연간 10% 내외에서 가능하다. 그럼 이것들을 언제 어떻게 가르칠지 계획은 교사가 짠다.
1년, 1달, 1주일, 매일 어떻게 주제가 연관되었을 때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지 연구한다. 여러 선생님이 모여 함께 연구도 한다. 어떤 주제를 어떻게 수업할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더 좋은 의견이 있으면 수정한다. 수업 1시간을 위해 아무리 적어도 2시간 이상은 준비를 해야 한다. 수업자료를 만들거나 필요한 동영상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럼 이 뿐일까?
교사에게는 맡겨진 업무들이 또 있다. 교육행정과 관련된 업무들이다.
예를 들어 평가를 맡은 선생님이 있다고 하면 교육청에서 그와 관련한 공문은 1년에 20개가 넘게 온다. 1년에 학교에 접수 및 생산되는 공문은 사실 상상을 초월한다. 매일 공문을 살펴보면 하루에 기본 30개다. 이를 각 선생님들이 나누어서 공문을 처리하게 된다.
사실 교사가 처음 되었을 때는 교사가 왜 공문처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사도 국가공무원이니까 공문처리를 하는 거야.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 교육과 연관되는 일이지."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었으나 지금 10년 차 교사가 되어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이다. 오늘만 해도 내가 생산한 공문과 접수한 공문이 5개가 넘는다.
가정통신문 만들기, 주간 학습 안내 계획하기, 주간 학습 안내 자료 만들기, 수업자료 준비하기, 학교 유튜브 채널 안내장 만들기, 학교 유튜브 채널 안내 쪽지 쓰기, 사회적 경제교육 공문 확인하고 보고서 계획하기, 별별 영상 창작소 예산에서 물건 사기, 동학년 문의사항 해결하기, 실시간 수업 준비 및 진행하기, 온라인 수업자료 제작하기, 온 책 읽기 도서 구입하기, 온 책 읽기 관련 온 작품 선정하여 살펴보기 등등
화장실을 못가 방광염에 걸리는 교사가 많다는 사실은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 그래도 교사는 칼퇴를 하더라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저 많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수업 준비는 집에서 해결해야 한다. 학교는 교사가 원한다고 남아서 야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야근을 하려면 승인을 받아야 하고, 밤에 학교를 지키는 당직기사님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내가 학교에 있으면 당직기사님이 쉬지 못하시고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단속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는 강제 칼퇴를 한다. 선생님들의 가방은 항상 크다. 어디를 가도 선생님인 줄 안다. 가방이 크거나 쇼핑백이나 에코백이 항상 동반된다. 거기엔 내일 수업할 교과서와 자료들이 잔뜩이다. 때로는 아이들의 시험지도 들어있다.
정말 운이 좋아 학교에 공문이 접수되지 않았을 때에는 수업 준비를 학교에서 하는 호사를 누린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교 후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항상 그 과정은 긴박하다. 특히 초등교사는 다양한 과목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물론 다양한 과목을 통합적으로 구성하여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장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예산을 쓰는 건 또 어떠한가. 예산을 일단 따왔으면, 물건을 찾는다. 최저가로 알뜰히 찾은 물건을 학교 아이디로 로그인하여 담는다. 100만 원이 넘는 경우 교감, 교장선생님께 가서 구두로 의논을 한다. 확정이 되면 공문 시스템으로 어떤 물건을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서 구매할지를 올린다. 이때, 행정실장, 교감, 교장선생님의 결재를 받을 수 있도록 올린다. 그 후, 행정실 물품구매 담당자에게 어디에서 어떻게 살지에 대해 이야기하여 구매를 부탁한다. 물건이 오면 1층 행정실에 온 물건을 5층 연구실까지 교사가 직접 옮기고, 물품 검수를 한다. 이상이 없으면 행정실에 이상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그제야 물건을 사용할 수 있다.
선생님들이 예산을 힘들어하는 이유다. 단계가 여러 단계이고 물건을 샀을 때 그 책임을 온전히 교사가 지어야 한다. 특히 부장을 하게 되면 학년 전체의 운영을 맡게 되는데 그 부담이 상당하다.
교실 청소도 해야 한다. 수시로 업무회의와 수업 회의도 해야 한다. 문의전화도 받아야 하고 아이들과 학부모님 상담도 해야 한다. 각종 예산 사용에 대한 정산서와 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수업 준비를 밤새 하고 다음날 아이들에게 밝고 따뜻한 표정으로 수업한다. 점심을 아이들과 먹으며 수시로 아이들의 식사를 확인하고 식사예절을 지도하느라 항상 허기지지만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가르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때가 오기는 할까.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직업은 겉에서 지켜보는 것과 속에서 직접 겪어 보는 것의 차이가 꽤 크다. 겉에서 보기에는 좋은 점이 크게 보이고, 좋지 않은 점은 보이지 않거나 작게 보인다. 사실 다른 직업을 논의도 하기 전에 내 코가 석자다. 나부터도 초등교사의 좋지 않은 점은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마 대부분 자신의 코가 석자일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직업의 어려움을 직면하고 난감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진로교육은 각 직업의 좋은 점을 알리기에 집중되어 있다. 또 적성에 맞는 직업에 엄청난 환상을 품고 있다. 물론 적성에 맞는 직업이 있을 수도 있으나 좋아하는 것만이 적성은 아니다.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도 적성인 것이다.
처음에 나 역시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적성의 범위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내가 이것까지 하면서 교사를 해야 할까, 이렇게까지 힘든 게 교사였을까 무한한 질문에 질문을 거듭했다. 가르치는 본질적인 업무 외에 너무도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매일이 혼란이었다. 믿는 직업에 발등 찍힌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 평온하게 직장을 다니는 것 같은 사람들이 그렇다. 선생님도 그렇다. 그럼 이대로 좌절만 하고 있어야 할까? 새로운 시각으로 직장을 새롭게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