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앞도 모른다)취직을 했다.그 다음엔 뭐할 건데?

취직한 다음엔 뭘 해야 할지 길을 잃은 당신에게, 아이로 돌아가라 #1

by 꿈꾸는 맹샘

"선생님이 된 다음엔 뭐할 건데?"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과 상담시간이었다. 컴컴한 밤에 야자시간에 복도 한쪽 끝에서 조용조용 상담하던 때. 사각사각 소리와 밖에 부는 밤바람만이 귓가에 맴돌던 때. 그때 예상치 못했던 말에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선생님이 되는 것에만 집중했지, 선생님이 된 다음에 무얼 할 건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교대에 가서 선생님이 되는 것이 나의 학창 시절 유일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교대에 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내 꿈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교대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나의 꿈은 선생님이라고 장래희망을 적는 곳에 어김없이 써냈다. 무조건 교대에 가야 했다.


사실 난 학교의 집중을 온몸에 받는 고등학교 수석 입학자였다. 중학교 때 공부를 잘하긴 해도 전교 1등은 아니었는데, 뺑뺑이 배정의 피해자로 저 멀리멀리 학생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 곳을 가게 되었다. 얼떨결에 수석 입학을 했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고1 때부터 공부에 힘을 쏟았다. 시험만 보면 너무도 많은 관심을 받는 바람에 난 내 꿈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오직 성적이 잘 나와 교대에 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나와 상담했던 고3 때 담임선생님은 20대 후반의 젊은 여자 선생님이셨다. 누구보다 열정이 넘쳤고, 항상 긍정적인 시각으로 우리를 독려해 주시곤 하셨다. 항상 웃으며 격려해 주시던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그냥 성적에 맞춘 대학을 소개해 주시고, 성적 잘 나오고 있다고 격려해 주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된 다음에 뭐 할 거냐고?

선생님이 된 다음에 뭐 해야 하지?


사실, 이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매해 나의 꿈을 쓴다. 초등학교 때에는 내 얼굴을 그리고 꿈을 쓰고, 중학교 때에는 진로검사를 하고 내 꿈을 쓰고, 고등학교 때에는 대학 커트라인 표를 보고 내 꿈을 쓴다. 취업준비를 하면서는 자기소개서를 쓰며 내 꿈을 쓴다. 앞으로 내가 직업을 얻은 뒤의 일은 중요하지 않다. 일단 내가 그 직업을 쟁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보다 한발 앞서 직업 쟁취하기가 우리나라 진로교육에서 생각되는 일이다.


그런데 모두 꿈에 직업을 쓴다. 정말 그것이 꿈일까? 꿈이 직업일 수 있을까?

취직을 했다. 그런데 그다음엔 뭐할 건데? 어떻게 살 건데?


어떤 아이의 꿈은 우주비행사이고, 어떤 아이의 꿈은 유튜버이고, 어떤 아이의 꿈은 심지어 회사원이다. 그것도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까지 쓴다. 그런데 그다음은? 그다음은 뭐할 건데? 어떻게 살 건데?


우리는 꿈에 대해 너무 좁은 개념을 가지고 있다. 아니, 너무 근시안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목표에 묻혀, 당장 직업을 얻어야 한다는 목표에 묻혀, 꿈을 직업이라고 부른다. 꿈은 직업이 아니다. 직업을 가진 후, 어떻게 살아갈지가 내 꿈이다. 취직을 한 후, 내가 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내 꿈이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을 받고, 월급만치만 일하며, 누가 시키는 것만 하며 일하는 삶을 꿈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주체적으로 일을 찾고,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미래를 찾아가는 과정을 꿈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나의 꿈은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따뜻한 선생님이다. 이 꿈을 위해 다양한 교육청 지원단 일도 하고, 학교에서 아이들과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나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 글도 쓴다. 때로는 예산을 따오기 위해 밤새 계획서를 짜고, 학교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어려운 일은 먼저 나서서 해결한다. 인내하고, 주도하고, 어려움을 기꺼이 이겨낸다. 이런 것들이 꿈이다.


꿈은 취직해서 얻게 된 직업 이름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떨까?

내가 초등학교의 다닐 때 내 짝꿍의 꿈은 대통령이었고, 내 뒷자리 아이는 대형마트 사장이었고, 내 앞자리 아이는 우주비행사였다.

지금 우리 반 제일 앞에 앉은 아이의 꿈은 유튜버이고, 그 옆에 앉은 아이의 꿈은 공무원이고, 그 뒤에 앉은 아이는 건물주다.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는 아무개의 꿈은 재테크 부자이고, 그 옆에 앉은 아무개의 꿈은 월세 받는 건물주이며, 그 뒤에 앉은 아무개의 꿈은 갭 투자 투자가이다.


이제 아이들은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꿈을 꾸지 않는다. 이제 어른들은 돈이 되지 않는 꿈을 꾸지 않는다. 혹자는 그럼 돈 말고, 변변한 직업 말고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런데 정말 돈만 잘 벌면 꿈이 이루어진 걸까? 취직만 하면 끝인 걸까?


직업을 얻은 후, 오히려 방황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요즘 MZ세대가 끈기가 없어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지만, 난 꿈의 부재에서 오는 절망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내가 원하던 것을 쟁취했을 때의 묘한 허무감과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는 것에서 오는 절망감 말이다. 그리고 상상도 못한 직업에서의 절망감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한치앞도 모른다는 속담처럼 도착지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는데, 안개에 껴서 30cm앞도 보이지 않는다.


직장생활이 힘들 때, 한번쯤 내가 그 직장에서 어떤 꿈을 꿀 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싶을 때, 내가 진짜 원하던 삶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인생은 정말 한치 앞도 모른다. 정말 재테크 부자가 되면 온전히 나의 공허함이 채워져 행복해 질까? 자아실현의 욕구는 정말 채워지는 걸까? 직업에서 한치 앞도 모르겠다면 아이로 돌아가 자신과 자신의 꿈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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