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 어릴 적 꿈도 공무원이었어요

-취직한 다음엔 뭘 해야 할지 길을 잃은 당신에게, 아이로 돌아가라 #2

by 꿈꾸는 맹샘

"어릴 적 꿈도 공무원이었어요?"


공무원이 되고 싶다던 아이가 문득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과 자주 못 보니 화상으로 매일 2명씩 진행하는 진로상담 시간 중 한 타임이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나의 직업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공무원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뭘까? 나는 어릴 적에도 공무원이 되고 싶었을까? 뭐라고 대답을 해야 꿈을 디자인하는 선생님 다운 대답일까? 이럴 때는 역질문이 최고다.


"글쎄, 어땠을 거 같아?"

"그랬으니까 선생님 된 거 아니에요?"


참으로 우문현답이 아닌가. 아이들의 발상은 항상 허를 찌른다. 어른은 가지지 못한 시각. 아니, 어렸을 적 가졌지만 잊어버리고 살았던 시각. 그 아이는 정말 내가 공무원이 되고 싶었는지가 궁금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시인도 되고 싶었고, 가수도 되고 싶었고, 댄서도 되고 싶었고, 상담사도 되고 싶었고, 기획자도 되고 싶었다. 어떤 때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가, 디자이너도 되고 싶었다. 그때 내 짝꿍은 까르푸(대형 매장) 사장이 되고 싶다고 했고, 내 뒤에 앉은 친구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돌아보면 우리는 참 용감했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용감함이 지금도 참 그립다.


지금 교실은 어떨까? 절반은 유튜버가 꿈이다. 나머지 절반 중 절반은 교사, 공무원이다. 나머지는 회사원, 디자이너, 화가 등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다. 물론 꿈이 없다는 아이들도 꽤 된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정말 다양하고 원대한 꿈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들은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하며 꿈을 꾼다. 무작정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지를 먼저 생각해 본다. 유튜버가 되고 싶은 이유는 재미있을 거 같아서와 돈을 많이 벌어서란다. 교사,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는 안정적인 직업이라서란다.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공무원은 무슨 일을 할까? 어떤 분야의 공무원이 되고 싶니?"


"그냥 평범한 일을 하겠지요. 공무원도 분야가 있어요?

엄마가 공무원이 최고라고 했는데."


한 번 더 머리가 띵했다.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데 공무원이 꿈이라고 이야기한다. 공무원이 된 후, 이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꿈을 이루었다고 좋아할까? 안정적인 삶에 행복감을 느낄까?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직업은 꿈이 아니다. 직업은 직업이다. 직업을 얻게 된 후의 삶, 내 인생의 빛깔과 모습이 꿈이다. 아이에게 공무원이 된 후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다음 상담 때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사실 현재도 공무원 공부를 하는 많은 청춘들이 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공무원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공무원 공부를 하며 공무원이 하는 일을 알고, 공무원의 매력에 빠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공부를 하며 고개를 갸웃하지만 일단 한 번 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항상 놓친 고기를 바라보며 산다. 놓친 고기가 항상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놓친 안정감이라는 큰 물고기는 정말 엄청나게 커 보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공무원이 된 후, 공무원을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 놓친 고기가 커 보여서 정말 크고 좋은 물고기인 줄 알았는데, 실제 잡고 보니 내 생각과는 너무도 다른 고기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안정성 면에서는 확실히 뛰어나다. 그러나 만만치 않게 민원에 시달린다. 우리나라는 세금으로 공무원 월급을 준다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나라의 녹을 먹는 품위와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일반직 공무원들이 받는 민원과 업무강도는 일반 직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휴가도 마음껏 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도 않다.


특히 교사는 학기 중에는 옴짝달싹 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내 수업이 빠지면 다른 선생님이 내 수업을 메워야 하는데, 그걸 알면서 연가를 쓰는 교사는 거의 없다. 또 우리 반 아이들이 있는데 내가 빠지면 우리 반 아이들은 하루 종일 이 선생님, 저 선생님을 만나며 보결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하루 빠지고 나면 다음날 수업을 메우는데 오히려 진이 빠진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휴가를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께서는 모친상을 치르자마자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겉에서 보는 것과 실제 생활하는 것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좋다고 공무원에 뛰어든 것은 아닌지, 정말 공무원이 어릴 적부터 꿈이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혁신적인 일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하는 작업은 어떤 공무원과는 정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공무원이 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공무원이 된 이후에 어떻게 생활을 할지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고 공무원 공부를 시작하면 좋겠다. 원래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 내가 어릴 적부터 꿈꾸던 꿈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내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어릴 적 당신의 꿈도 공무원이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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