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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엄마가 게임하지 말랬지? 아이 좀 말려주세요.

메타버스 시대, 사춘기 아이들은 게임으로 세상의 눈을 뜬다.

by 꿈꾸는 맹샘

"선생님. 애가 사춘기인가 봐요. 제 말은 듣지도 않고 게임만 해요."


부모님들을 상담하면 항상 게임이 화두가 된다. 게임을 일주일에 2번 30분으로 정했지만 아이는 항상 목을 맨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30분이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얼마나 애태우는 시간인지 말이다. 특히 메타버스와 연계된 게임은 더욱 그렇다. 한 번 시작하면 끝내기가 어렵다.


그런데 엄마는 시계만 가지고 시간을 재고 시간이 완료되었다고 끄라고 재촉한다. 아이는 게임에 대한 목마름이 더욱 강해진다. 점점 반항도 시작한다. 어떨 때는 엄마 몰래 게임을 하기도 한다. 어릴 때는 엄마가 나가면 언제 오냐고 기다리며 전화를 했지만, 이제는 엄마가 나가면 언제 오냐고 걱정하며 전화를 한다. 엄마가 없는 시간은 게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은 학급에서 4~5명의 부모님들이 매년 호소하는 문제이다. 특히 부모님들이 답답한 것은 게임으로 아이들과 계속 갈등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사춘기라 갈등하고 싶지 않고, 게임도 그만하게 하고 싶다. 그럼 부모님들께 역으로 물어본다.


"게임을 하는 게 어떤 부분에서 걱정되세요?"

"공부를 안 하니까요. 아주 게임만 보려고 한다니까요. 또 나쁜 길로 빠질 까 봐 그렇지요."


정말 아이들은 게임만 보려고 하는 걸까? 아이들은 정말 게임을 하면 나쁜 길로 빠질까? 오늘 있었던 아이들과의 대화이다. 집에서는 말하지 않는 학교에서 말하는 아이들의 속마음 대화이다. 아이들은 교실이 자신의 대화를 들어주는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쏟아낸다. 오늘은 통일 방탈출 메타버스 관련 책을 만드는 것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한창 의견을 나누다가 갑자기 한 아이가 대뜸 묻는다.


"선생님, 근데 요즘 메타버스 유행하는 게임 뭔지 알아요?"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이런 거 아니야? 선생님도 재미있던걸."

"와. 선생님 어떻게 알아요? 우리 엄마는 맨날 해보지도 않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 맨날 하지 말래요."

"와, 우리 엄마도 똑같아. 할 만하면 끄라고 한다니까. 내가 알아서 끌 수 있는데."


"근데 선생님. 마인크래프트 진짜 좋은데 이용자가 폭망이에요. 썩었어요."

"왜?"

"막 욕 쓰고, 남의 것 가져다 쓰고 해요. 진짜 나쁘지 않아요? 그래서 요즘은 그런 사람 피해 다녀요."


아직도 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게임만 하는 것 같은가?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성숙한 생각을 하고 있다. 게임에서 욕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잘 알고 있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피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맵을 베껴다 쓰는 것이 비겁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피하려고 한다. 흔히 말하는 현질이 아깝다고도 생각하고,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어른 중에 이런 게임에 대한 규칙이나 행동을 상세히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어른들이 제대로 해보지를 않았으니까.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들과 점점 멀어져 간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려는 마음이 없다고 착각한다. 부모님만 아이들이 공부를 못해서 전전긍긍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누구보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 부모님들에게 칭찬받고, 선생님에게도 칭찬받고 싶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랄수록 칭찬을 해 주는 사람은 적어지고, 칭찬을 받을 일이 적어진다. 그럼 이런 자기 인정의 욕구를 어디에서 받을 수 있을까? 바로 내가 잘하는 것, 게임이다. 특히 메타버스 안에서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세상을 꾸밀 수 있다.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롤이나 와우 등 거친 게임의 세계로 뛰어드는 아이들이 많지만 대부분 초등학생 아이들의 첫 게임은 가벼운 게임이다.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게임. 부모님들도 총 쏘는 게임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쉽게 허락해 주는 편이다. 그런데 그 뒤가 문제다. 사이버상에서의 칭찬이 아이들이 평소 현실에서 듣는 칭찬보다 크다. 그리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메타버스 게임 안에는 많다. 그래서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모님은 표면적으로 아이가 게임을 많이 하는 현상 자체에만 주목한다. 기본적인 욕구에 대한 생각 없이 게임이라는 도구를 두고 대립을 하게 된다.


그럼 현명한 부모님은 어떨까? 학급 아이들의 80% 가까이 게임을 하는데, 왜 문제를 호소하는 부모님은 4-5명일까? 정답은 대응방식의 차이이다.


첫 번째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게임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들은 자아의 혼란을 느낀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이때 자신을 지지해 주는 것은 부모님보다는 친구다. 친구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심사는 친구가 무얼 하느냐이다. 친구는 게임을 한다. 같이 해본다. 메타버스 게임은 무언가를 짓고 만들어 자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친구에게 인정이란 것을 받는다.


이때가 중요하다. 친구에게 받는 인정을 부모님도 해주는 것이다. 게임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아이의 옆에서, 또는 부모님 혼자서 아이가 빠져있는 게임을 해 보는 것이다. 잘 모르겠는 건 물어도 보고, 어려운 점은 부탁도 해 본다. 부모님께 자신이 한 것을 인정받으면 아이들은 어떨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샘솟는다. 그럼 게임에 더 몰입하면 어떻게 하냐고? 부모님이 자신이 하는 게임을 한다고 아이가 더 빠질까? 오히려 반대다. 비단 게임뿐 아니라 부모님께 인정받을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한다. 자신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기 시작한다. 메타버스 시대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인정이 핵심이다.


두 번째로,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우선하면 게임 시간에 제한을 타이트하게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자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숙제하는 시간, 집안일을 돕는 시간 등을 우선으로 설정한다. 그 후 게임을 할 시간을 아이에게 정하라고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꼭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는 것을 부모님이 격려해 주는 것이다. 시간 계획을 세워 하나의 루틴을 만들어 아이가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그 안에서 게임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어른들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더더욱 마찬가지다. 그것이 친구와 함께 노는 시간일 수도 있고, 전화로 연락하는 시간일 수도 있고, 게임일 수도 있다. 게임을 통해 마음을 쉴 수 있는 시간을 열어 줄 필요가 있다. 단, 모든 것이 완료되어서 일상적인 루틴이 깨지지 않도록 초반에 시간을 조정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메타버스 게임의 경우 결과물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공유하는 기회가 꼭 필요하다. 인터넷 상의 사람이나 친구들이 아닌 내가 가장 인정받고 싶은 부모님과 공유하는 것이다. 부모님은 이 기회를 놓지지 않고, 이를 어떻게 세상과 연결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결과물을 만들면서 어떤 생각을 했니?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니?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싶니? 종이에도 그려볼 수 있니? 와 같이 아이와 대화하는 매개체로 만드는 것이다. 단,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곤란하다. 편한 분위기라면 아이는 마음을 좀 더 가볍게 열고, 게임을 좀 더 가볍게 대할 수 있게 된다.


게임을 갈등의 매개체로 두냐, 소통과 인정의 매개체로 두냐는 부모님의 시각 변화가 가장 크다. 이제 세상은 바뀌고 있다. 마냥 앉아서 주어진 학습과제를 외우고, 학습한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끝이 보이고 있다. 창작하고, 논의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대다. 특히 메타버스 안에는 많은 기회가 시작되고 있고, 아이들은 게임으로 이미 메타버스를 온몸으로 공부하고 있다. 물론 부모와 교사의 적절한 개입과 지도가 있을 때 아이들의 공부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마냥 아이들의 게임을 막는다면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일 일지도 모른다. 마냥 게임을 막을 것이 아니라 시각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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