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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Jul 18. 2022

지방러의 서울살이 3개월 차 소감

일상의 이해

태어나 대학 졸업할 때까지 부산에서 24년, 직장생활 시작하며 경상북도에서 몇 년, 경기도에서 10년을 살다가 서울로 이사 온 지 이제 막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대학 졸업 당시 취업으로 고향을 떠날 때 대학 동기들과 나눴던 이야기가 "우리는 뿌리를 옮기는 것"이라 말했는데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나는 세 번째 뿌리를 옮긴 셈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도 "서울 사니까 어때? 좋아?"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아직 낯설고 적응해야 할 것이 많아 좋은지 안 좋은지 판단하기는 어렵고 오래 살았던 경기도와 비교해보면 무엇이 다른지는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전격 비교! 지방살이 서울살이의 차이점을 샅샅이 알려주마!


1. 노인이 많다

경기도에 살 때는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서울에 오니 길거리에 노인이 진짜 많다. 특히나 놀라운 것은 도서관에도 노인이 많다는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바로 하교시키던 3월 한 달은 아이 학교 보내고 근처 도서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때껏 내가 보아왔던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아기 엄마나 학생들, 취준생이었다. 하지만 서울의 도서관에 와보니 젊은 사람보다 중장년층, 노인층이 많다. 옆에서 지켜보니 도서관 사서의 업무 중 20% 이상은 할아버지 할머니 말벗되어드리기, 도서관이 왜 쉬냐, 사서 정비를 왜 하느냐는 등 역정 들어드리기도 포함된 것처럼 보였다.  도서관뿐 아니라 길거리, 마트, 공원 등등 이제껏 경기도에 살 때는 고령화 사회라거나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못 느꼈는데 서울에 오니  체감이 확 되었다.


2. 생각보다 노후하고 낙후되었다

지방러에게 있어 서울이란 곧 강남과도 같다. 즉 잘 모르는 사람에게 서울은 강남, 테헤란로 주변처럼 높은 건물이 많고 길도 널찍하고 무언가 핫한 것이 먼저 생기는 곳, 기업의 본사가 있는 곳 그런 이미지이다. 나 역시도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서울 사람인 신랑을 처음 만날 때만 해도 막연히 '나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랐겠지, 나보다 문화 혜택을 더 많이 받고 더 많은 경험을 해봤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중학교 때까지 한옥 살고 푸세식 화장실을 썼다는 사실(나는 아파트만 살아봤음, 연탄도 갈아본 적 없음), 신혼여행이 첫 해외여행이라는 사실(대학생 때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 한 두 번쯤은 다 가는 거 아닌가? 석사 출신이라면서 해외 학회 발표도 안 가봤나?)에 문화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아... 서울도 서울 나름이구나...


지금 동네 이사 와서 주변을 돌아다녀보면 아직도 '노상방뇨 금지', '쓰레기 투기 금지', '가게 앞에 있는 화분 가져가지 마세요 CCTV가 찍고 있습니다' 이런 안내문이 많이 보인다. 폐지 리어카, 고물상 리어카도 여전히 많다. 도로와 인도 사이 안전가드 위에 항상 싱싱한 꽃이 꽂혀 있던 (그리고 그 꽃잎에 물이 맺혀 있던) 예전 동네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는 광경이다.


도서관이나 지역 문화센터의 방학 프로그램 신청하려 했더니 인터넷 접수를 받지 않고 현장접수나 전화 접수를 받는 곳이 많다. 또 전체 상황판을 종이에 써서 벽에 붙여놓고 마감 현황을 빨간 스티커를 붙이는 걸 보면 20년 전에도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여기는 8,9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것일까? 느껴질 때가 많다.


3. 복잡하다

경기도는 신도시가 많다 보니 대부분 계획도시이고 모든 것이 널찍널찍, 네모반듯하다. 네비를 찍고 운전을 하면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다. 100미터 전방에 우회전이라고 나오면 우회전 도로가 하나뿐이어서 익숙해지면 실수할 게 없다. 하지만 서울에서 운전하려니 100미터 전방에 우회전인데 그 이전에 우회전할 수 있는 갈림길이 항상 1, 2개 더 있다. 경로를 이탈하여 재검색한다는 말이 어찌나 자주 나오는지... 한강 다리 건넜다가 맴돌고 맴돌고 맴돌고를 반복하기도 한다.


4. 수준 높은 무료 프로그램이 많다

'아 세금이 서울로 다 모이는구나' 느껴지는 시점이 종종 있는데, 각종 문화 교육 콘텐츠를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한 비용에 이용할 수 있을 때이다. 5월 가족의 달 기념행사로 구립 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어린이 뮤지컬을 본 적이 있다. 그래픽 효과며 배우들 연기가 수준 높았고 특히 엔딩 장면에서는 천정에서 훌라후프가 내려와 배우 중 한 명이 거기 매달리며 곡예를 하는데 태양의 서커스 한 장면이 스치는 듯했다. 이 공연을 3인 가족이 무료로 보고 남는 티켓은 동네 주민한테 드림으로 주기도 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두드려지는 계산이 '예전 경기도에 살 때는 핑크퐁 뮤지컬을 한 장당 5만 원에 샀는데, 이 정도 퀄리티면 7만 원 정도 책정되었겠다'였다.


경기도에서는 주말에 아이 체험 프로그램 신청하려면 내 돈 내산 마트 문화센터 정도가 전부였다. 반면 서울은 어린이 박물관도 많고 도서관, 교육청, 시립/구립 문화재단, 기업에서 운영하는 무료 프로그램이 워낙 방대하여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한참 걸린다. 무료인데 선착순 신청이고 그 숫자는 한 타임에 5~8명 규모로 적은 편이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해서 오픈하고 30초~50초 컷으로 마감된다. 예약 오픈 시간도 오전 9시, 10시라 아침 회의가 있는 워킹맘에겐 그림의 떡이지만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것.


여기서 평생 살지 아직 내 인생에 변수는 많고 아직 서울살이에 적응기간을 겪고 있지만 정 붙이고 살면 제2의 고향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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