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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뒷골목

낯선 듯 익숙한 그들의 이야기

by Mong

전날 저녁에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혼자 이틀을 묶을 예정이라 시내에 도미트리를 예약했다. 체크아웃 이후에도 짐보관이 편하고, 숙소의 편의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호스텔들의 위치가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교통이 좋고, 중간에 잠깐씩 숙소에 들려 쉴 수 있어 좋다. 여행의 목적이 휴식과 럭셔리한 리조트 혹은 호텔체험이 아니라면 나는 호스텔숙박을 추천한다.

내가 묶었던 숙소는 Zhongzheng에 있는 Gents House였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짧은 여행에서 시간은 정말 금과 같다. 언제 이곳을 다시 올 수 있겠는가. 늘 언젠가 다시 와야지 마음 먹지만 언제나 그런 다짐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늘 이 장면이 나의 마지막 장면이라는 마음으로 오감을 쫑긋 세우고 느끼고 봐야만 한다.

누군가 똑같이 백팩을 메고 앞서간다. 가게의 셔터와 벽면의 타일들이 낯설지 않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어찌나 간사한지 만일 같은 풍경을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보면 낡고 허름하게 다가올 풍경인데도 낯선 곳에 가면 이 풍경들이 레트로한 패션으로 느껴진다. 7,80년대에나 봤을 법한 디자인의 에어컨 실외기도 눈에 띈다. 아케이드형 통로들도 특징적이다. 기후가 일정하게 온난한 편이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이런 아케이드들이 많다.

좁고 구불한 뒷골목들. 그 안쪽으로 위치한 조그만 맨션들. 높은 빌딩들의 그늘에 파묻힌 그 공간에서 누군가 살아갈 것이다. 짧은 구간에 저렇게 많은 배수구가 배치된 걸 보니 우기에 집중호우가 대단한가 보다.

세계 어느 도시에나 공통적인 뒷골목 풍경. 그라피티. 노출된 콘크리트 마감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오래된 뒷골목 빌딩들은 대부분 주상복합이다. 엘리베이터도 없고, 주차도 안 되는 저런 빌딩의 주거환경은 이 공간들의 슬럼화를 앞댕길 것이고, 언젠가 높은 빌딩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 줄 것이다. 인간도, 그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도 영원하지 않다.

자전거는 뒷골목의 주요 교통수단이다. 보이는 건물은 지은 지 100년이 넘은 푸타이제 양옥건물이다. 대만에 얼마 남지 않은 일본점령기 시대의 상업용 건물 중 하나다. 지금은 청과 일본 점령시기의 타이베이 모습을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겉은 석재로 유럽식 기풍이 가득하지만 안은 목재로 일본풍이다. 대만 곳곳 거리의 느낌, 간판의 느낌은 중화풍이라기보다는 일본느낌이 강하다.

아침 식자재를 정리하는 식당 직원의 모습이다. 스쿠터 역시 이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이다. 복잡하고 주차환경이 좋지 않은 구도심에서 자전거나 스쿠터는 효율적인 교통수단일 것이다. 역시 같은 풍경 다른 느낌. 뒤에 있는 의복상회의 한자 간판 때문일까. 너무 익숙한 것들로부터는 느끼지 못하는 색다름. 그것을 찾아 떠나는 게 여행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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