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즈빙 가는 길
가오슝항의 제3선착장 내에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오래된 창고들이 있다. 이곳을 2000년대에 이르러 시에서 문화예술 개방 공간으로 만들었다. 젊은 예술인들이 몰려들어 다양한 창작공간, 전시공간, 카페, 조형물 등을 설치하면서 이곳은 가오슝 관광의 핵심 어트랙션이 되었다.
공간이 상당히 넓다. 트램 세 정거장이 설치될 정도로 넓으니 이곳을 샅샅이 다 구경하려면 다리가 꽤 아플 것을 각오해야 한다. 창고와 창고 사이의 공간은 작열하는 태양을 피할 곳이 없으니 챙 넓은 모자나 양산이 필수다.
이곳에 오면 대만 문화가 얼마나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작품의 모티브가 일본 애니메이션인 경우가 많아서 살짝 거부감이 일기도 하고, 다소 유치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낡고 오래된 것을 때려 부수고 기어이 새것들을 올려 세우고 마는 우리보다 레거시와 아카이브를 중시하는 그들의 인식과 노력이 부럽기도 했다. 재개발, 재건축에 밀려 어지간한 낡은 것들은 버텨내지 못하는 우리의 도시들은 그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지 못하고 콘크리트와 대형 유리창에 갇혀 정체성을 잃어간다. 서사가 없는 도시에 어떤 관광객이 매료되겠는가?
보얼예술특구에서 망고빙수로 유명한 하이즈빙으로 가는 길에 다카오철도이야기관이 있다. 박물관은 작고 내용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지만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잔디공원과 공원을 가로지르는 옛 철로들이 인상적이다. 마침 이때가 주변 고등학교 졸업식이었는지 학사모와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을 날리고 비눗방울을 만들며 노는 모습이 순수하고 정감 있어 보인다.
아마도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빙수집이 아닐까 싶은 하이즈빙. 우유를 얼린 후 갈아서 나온 눈꽃 빙수 위에 다양한 생과일들이 시럽과 함께 토핑 되어 나온다. 열대기후의 아스팔트 위를 하루 종일 걸어 다닌 여행객에게 이만한 호사와 위로가 있을까?
하이즈빙에 이르는 동안은 낡고 오래된 상가들이 만들어준 그늘 덕분에 태양을 피해 조금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다. 건물 1층 상가를 주차장으로 쓰는 모습이 오래된 오사카 변두리의 상가건물들을 연상시킨다. 주차가 고려되지 않은 오래된 빌딩들은 그 스스로 도시의 박물관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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