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남중국해
여행지에서 하루 일정을 짤 때 늘 제일 먼저 염두에 두는 것은 일몰을 감상하는 일이다. 가오슝에서 제일 근사한 일몰 포인트는 시즈완의 바다 풍경을 석양과 함께 내려다볼 수 있는 영국영사관이었다.
1858년 청나라가 영국과 프랑스의 연합군에 패한 후 체결된 톈진조약과 1860년의 베이징조약에 따라, 대만의 여러 항구가 외국에 개방되었다. 영국은 타이완에서의 통상 확대를 위해 1865년에 타카오(가오슝의 옛 이름) 영사관을 설치한다. 1879년에 이르러 이 건물이 완공되었고 그간 선박을 이용했던 영사관 자리가 이곳으로 정해진다.
이 건물은 반원형 아치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회랑이 특징이다. 산 위에 위치한 관저는 영사의 거주지이면서 외교 사절을 접대하던 장소였고 산 아래의 영사관 사무실은 항구와 인접하여 통상 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이었다.
이곳은 2019년에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관저 내부는 현재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카페 내부보다는 야외 테라스와 전망대에서 낙조를 구경하는 공간들이 관광객들에게는 더욱 인기가 있다.
영국영사관이 자리 잡은 시즈완 해변 자체도 사람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다. 전철에서 내려 영국영사관을 찾아가는 길에 페리 부두가 있고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드리운 낚시꾼들 모습이 흥미롭다. 맨해튼 이스트리버 선착장 주변 풍경을 연상시킨다. 이곳에서 치친섬으로 건너가는 페리를 탈 수 있다.
영사관 입장료는 우리 돈 4천 원 정도. 입장료에 밀크티 쿠폰이 포함되어 있다. 입구를 들어서서 조금 더 들어가면 영사관 사무실(맨 위 사진)이 나오고 산등성이까지 올라서면 영사관 관저가 나온다.
영국영사관은 대만의 수많은 일몰 장소 중 단수이 해변과 쌍벽을 이루는 곳이다. 아름다운 시즈완의 바다를 물들이는 석양과 그 앞에 떠 있는 상선은 해양도시의 독특한 저물녘 풍경을 그려준다. 일출과 일몰은 하늘이 점지해 줘야 볼 수 있다. 다행히 이날은 아주 맑았고 미세먼지 한 톨도 없었던 탓에 저물어 가는 태양이 어떤 날보다도 더 웅장하고 또렷했다.
영사관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가오슝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가오슝 랜드마크인 85타워를 중심으로 마운틴 모양의 스카이 라인이 펼쳐지고 바로 앞 보얼예술특구의 낮은 건물들이 시내의 높은 빌딩들과 대비되어 인상적이다. 벽안의 외국인들은 가오슝 시내와 남중국해를 번갈아 바라보며 늘 고향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가오슝은 중북부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기후 조건 때문에 동남아시아의 분위기도 많이 나고, 인종구성도 다양하다. 인구면에서 타이중에 추월되었음에도 대만 최고의 항구도시 인프라와 경제 역동성 때문에 여전히 대만 제2의 도시로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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