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사, 용호탑, 치친섬
이지카드가 있어서 가오슝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했다. 가오슝 2일 차 일정은 이 이지카드로 갈 수 있는 가오슝의 명소 세 군데를 오전, 오후, 저녁에 각각 한 군데씩 방문하는 것으로 정했다.
가오슝 MRT는 홍선과 금선에 순환선 하나가 추가된 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광산에 가려면 홍선 쭤잉역에서 내려 불광산에 가는 직행버스를 타야 한다. 구글맵에 도착지를 입력하면 대중교통 노선과 도착시간까지 상세히 안내된다. 여행의 필수 아이템이었던 론리플래닛은 더 이상 존재감을 발휘하기 힘들어졌다. 구글이 안내해 주는 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 굳이 택시를 부를 일도 없다. 불광산 직행버스 요금은 우리 돈 3,4천 원 정도다.
불광산은 가오슝 동쪽 다슈구에 있다.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도시를 방문해 도시 외곽의 어딘가를 찾아 나서는 것은 여행 중에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라 묘한 설렘이 있다.
불광산에는 불광사와 불타기념관이 있다. 1967년도에 성운스님에 의해 불광사가, 2011년에 불타기념관이 각각 건립되었다. 대만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불교 명소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불타기념관에는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모셔져 있다. 연간 천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종교 명소다.
수백 수천년된 역사 유적도 아니고 고작 수십 년 전에 건축된 현대 유산임에도 공간에 깃든 역사의 숨결은 마치 수백 년을 이어온 건축물인 양 매무새가 단정하고 기품이 있었다. 대승불교의 본산이라 부처상과 스님, 건축양식등에 대한 이질감이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덜하다. 전체 부지가 꽤 넓다. 다 둘러보려면 최소한 두세 시간 이상은 소요된다. 관광객이 많아서 가오슝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한 번에 타기도 어렵다. 넉넉하게 시간 계산을 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치친섬(치진섬, Qijin Island)은 가오슝(高雄) 앞바다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시즈완(Zizhuwan) 항구에서 페리로 약 7분 거리에 있다. 이 섬은 검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하다. 이 해변에서는 타이완해협의 잔잔한 바다 위로 은은한 석양과 가오슝항을 드나드는 상선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형적인 항구도시의 근교 휴양지다. 마치 영종도, 을왕리와 같은 느낌이랄까? 바다 색깔도 인천 앞바다와 같은 느낌이다.
시즈완 선착장과 섬을 잇는 페리는 왕복 4천 원 정도. 이지카드로도 결제 가능하다. 7분 거리를 십분 간격으로 운영하고, 새벽 두 시까지 운행한다. 등대, 조개 박물관, 풍차, 무지개교회 등의 포토존이 많고, 자전거를 빌려 섬을 한 바퀴 도는 투어도 인기가 있다.
페리에서 내리면 수산물을 파는 시장이 있다. 관광객 상대의 식당들도 많고 저녁에는 소규모의 야시장도 펼쳐진다. 해변에 이르려면 작은 동네 길을 지나가야 되는데 로컬 감성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이 없는 이발소의 풍경이 이국적이었다. 열대지방의 문과 창이 없는 공간들은 그 동네 사람들의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끼치는 걸까? 그들은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길을 애써 피하지 않는다.
해저문 저녁시간, 치친에서 가오슝 시내를 물 건너 바라본다.
짙은 어둠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노란 가로등, 그 불빛 너머로 도시의 타오르는 빛들이 물 위에 번지면 나는 잠시 어두운 객석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외로운 관객이 되고 만다.
불광사를 다녀온 오후 시간에 대만의 또 다른 명소인 용호탑을 다녀왔다. MRT가 닿지 않아 로컬 버스를 타고 갔다. 평상시 가까운 거리도 늘 자가용을 이용하는 터라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는 일은 언제나 새롭고 설렌다. 말처럼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창밖 풍경을 보고, 버스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다 보면 지금 이곳에서의 내 정체성이 오롯이 나그네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가끔 서울을 방문할 때도 차 대신 열차나 버스를 교통수단으로 선택하면 꼭 외국의 한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나의 오감이 거리의 사람들과 풍경에 빠짐없이 열려 있으니 차를 운전해 다니는 것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용호탑은 연지담이라는 큰 연못의 한쪽 끝에 설치된 7층 쌍탑이다. 출입구가 각각 용과 호랑이 모양으로 되어 있고 용의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의 입으로 나오도록 되어 있다. 이곳을 통과하면 불운을 몰아내고 행운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입구를 통과하기 위한 관람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쌍탑의 내부계단을 다 오르면 7층에서 바라보는 연지담과 주변 사원들 그리고 쭤잉구의 동네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주변에 높은 빌딩이 없고 가로막힘 없이 시원하게 펼쳐져서 7층이라는 낮은 높이에서 바라보는 전망임에도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호랑이 입구를 나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있는 미각포부라는 빵집에서 크림빵과 에그타르트를 사들고 버스정류장으로 한참을 걸어가는 동안 하나씩 꺼내어 먹었다. 골바람이 세차게 불던 늦은 오후.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그 길. 그 아무것도 아니었을 길 하나가 대체 뭐였길래 기억은 이리도 생생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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