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by 꿈부기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서 누군가 나를 떠날 때 그 엄습하는 불안감과 '내가 뭘 잘못했지?'와 같은 생각이 나를 지배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나와 상대방의 흔들리는 관계가 비로소 종결을 선언한 것일 뿐이다. 이런 문제는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뿐만 아니라 말할 수 없는 비밀들 또한 많다 모두가 자신만의 그림자를 한줌씩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빛이 비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우리는 남들과 그동안 비교하며 살아서 잘 못 느꼈지만 '나' 자체로 눈부신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가 말해주고 싶은 주제이다.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는 짧게 넘어가는 에세이로서 마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2.0'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가 비슷하고 태수작가, 하태완 작가 둘 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출신의 작가라는 것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분위기도 비슷하며 장르도 에세이로 일치하며 위로를 주는 힐링 에세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여러모로 익숙한 느낌을 준다.


나는 나를 설명하길 꺼렸다. 온전히 이해시킬 자신도 없었을뿐더러,

실은 나조차도 내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게 나를 힘들게 했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의미일까.


나의 나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내가 나로 서서 살아가는 것은 어디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우리는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아니라 남들의 기류에 휩쓸려 살아온 인생이기에 '나'를 나는 잘 몰라왔다. 어쩔 때는 이기적이고 쉽사리 영원을 약속하고 진취적이다가도 금방 시들었고 간사했다며 자신을 표현하는 하태완 작가는 이런 나, 보잘것없는 나 자신의 존재의 부재를 느낀 것이다. 살아야 해서 살아온 인생이지만 뭘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고 의미를 모르고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을 잃은 것은 아닐까?


사실 우리 인생이 다 그렇게 진행될 때가 많다. 삶에 치여 내 정체성을 잃어갈 때가 많다. 페르소나 속에서 내 삶의 이유보다 실리를 쫓는 삶을 선택하며 살아오고 상황과 관계, 그리고 환경에 치여살아 오며 자신도 힘든 인생 가운데서 나 자신을 생각할 틈이 없어질 때가 많다. 하지만 내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와 내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너는 오래된 결핍처럼 앉아 있다.


어깨에는

장마가 한창이었다.


해진 소매로 눈을 비비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많았다.


한 송이 저녁,

아무 일도 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서로의 등을 쓸어내렸다.


나는 파도 같은 말들을 울컥울컥 삼킨다.

여전히 시퍼렇게.


너는 무엇을 버리며 왔기에

시간이 멀어지는 것에도 통증이 있다고 했다.

좀처럼 피지도 지지도 않는 마음이

이름이 없어 자라지 못한다고 했다.


여전히 어슴푸레한 안녕.


아무렴 낙원은 가장 오래 아팠던 곳에서

슬픔을 흉내 내지 않고 살아 낸 터전에서 피어난다.


그러니 말없이

한 번만이라도 화사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너무나도 힘들게 살아와서 나만의 삶이 어떤 삶인지 조차 잊고 지낸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랐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가 회고하게 되는 시다. 이런 것에 답을 못했기에 더 울컥울컥 올라오는 나의 감정을 삼키게 되고 이제라도 우리만의 낙원에서 만나보기를 바래볼 뿐이다. 이젠 쓴맛을 삼키고 단맛을 맛보아 보길 원한다.

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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