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외롭다. 아무도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 1
"내가 쓴 글 봐줄래?"
"무슨 글?"
"그냥 에세이 써봤는데 읽어봐 줘"
"그래 보내줘 봐"
"좋은데?"
"또 없어? 예를 들어 개선할 점이나 좋으면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없는데 그냥 좋아 너 글 잘 쓴다"
"고마워"
상황 2
"내 글 한 번만 읽어봐 줄 수 있어?"
"무슨 글?"
"에세이 써봤는데 한 번 읽어봐 주라"
"오 너 글 쓰는구나 그래 좋아! 시간 있을 때 읽어봐 줄게"
"읽어봤어?"
"뭘?"
"내 글"
"아 맞다 읽어봐 줄게!"
"읽어봤어?"
"뭘?"
글을 누군가에게 읽어주길 부탁을 해도 읽어봐 줄까 말까이다. 운이 좋아 읽어준다 한 들 자세히 읽어봐 주는 사람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쓰는 일은 외롭다. 외로움 속에서 한 자 한 자 적는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지만 그래도 적는다. 브런치에 오면 그나마 누가 읽어주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매번 통계를 눌러보지만 들어오는 사람은 적다.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도 넘기기 어려운 방문하는 사람들 중 내 글을 읽는 사람은? 없다. 가끔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면,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댓글을 보고 허겁지겁 답글을 쓴다. 한 가지 꿈을 꿔본다. 언젠가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수 천개의 느낀 바를 남겨주는 날을 말이다. 악플은 아니었으면 한다. 아..... 악플이 무플보다 나으려나?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고 쓰는 시기는 지났다. 한참 전 처음 글을 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글 한 편을 완성했다는 감격에 사로잡혀 온 동네 사람들에게 글을 읽혀보려고 노력했다. 저 글을 쓸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저를 칭찬해주세요 라고 바라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칭찬해주기를 바랐다. 지금은? 기대 안 한다. 남이 내 글을 읽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부탁을 해도 무미건조한 '좋았어'라는 피드백이 올 때도, 부탁을 해도 시간이 있을 때 읽어준다 말하고 그 뒤로 연락이 없기도 한다. 이런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깨달은 바는 남은 내 글에 큰 흥미가 없다.
그러다 찾은 게 글쓰기 모임이었다. 다양한 글쓰기 모임을 참여해 봤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모임은 부모님 뻘 되는 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모임이다. 그 모임에서는 서로를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준다. 각자가 써온 글을 함께 읽으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공유한다. 선생님 중 한 분이 내 글이 신선하고 좋다고 했다. 피드백을 듣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하다가 볼이 발개지고 나는 손사례를 치며 '아닙니다'라고 답한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자아도취에 빠졌으면서, 겸손한 척을 해본다. 선생님들과 글을 쓰고 글을 나누는 즐거움을 배웠다. 역시 글은 혼자 가지고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공유할 때 즐거움이 배가된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면 읽어줄 사람을 찾아다니면 된다. 그렇게 찾다 보면 글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이제는 제법 많은 글 친구들이 생겼다. 이제는 글을 쓰면 고민 없이 글 친구에게 글을 보낸다. 물론 글 친구라고 해서 내 글을 매번 곱씹어 주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고독한 글쓰기의 큰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