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이 해주는 전기충격
모든 사람은 꿈을 꿉니다. 포유류도 꿈을 꾼다고 하는데 연구에 의하면 동식물조차도 수면 리듬을 통해 고등동물에서 볼 수 있는 렘수면과 유사함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거의 모든 생명체가 꿈을 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꿈을 기억하지 못하면 꿈을 꾸지 않는다고 착각합니다. 단지 꿈을 기억하지 못할 뿐인데 말입니다. 우리가 잠자는 동안 렘수면 단계에서 꿈을 꾼다는 것을 연구자들은 밝혀냈으니까요. 자신의 기억과는 상관없이 자는 동안 5번에서 7번 정도 꿈을 꾼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꿈에 관심이 없습니다. 사는데 그다지 관련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악몽을 꾸어도 깨고 나서는 ‘휴, 꿈이었잖아’ 안도하며 그냥 넘겨 버리곤 합니다. 혹은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버스나 전철을 타보면 사람들이 그날 아침 자신이 꾼 꿈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들은 꿈 얘기를 하고는 대부분은 두 가지로 나뉘어 나름 해석을 하곤 합니다. ‘오늘 복권 사야겠어!’ 혹은 ‘오늘은 조심해야겠어!’로 말이지요. 그리고는 더는 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인터넷에도 자신이 꾼 꿈의 의미를 알고 싶어서 혹은 기분 나쁜 꿈을 꾸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자신들의 꿈을 올리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예전에 한 카페 동호회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의 꿈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꿈은 남편이 벌집에 돌을 던졌는데 엄청 많은 벌이 자신에게로 달려들어 잔뜩 쏘이는 악몽을 꾸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꿈이 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공유를 한 것입니다. 이 꿈에 대한 회원들의 주된 댓글은 ‘대박 꿈이다’ ‘복권 사라’ ‘벌침에 많이 쏘였으니 아픈 거 빨리 나을 거다’ (꿈을 올린 분이 몸이 아픈 상태였기에) 등등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해몽합니다.
꿈은 영혼의 언어입니다. 현실에서는 들을 수 없는 영혼의 언어를 우리는 잠을 잘 때 들을 수 있습니다. 매일 밤 영혼의 언어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꿈을 꾼다는 것은 무의식 차원에서는 이미 그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그것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한 상태고, 꿈은 그 내용을 전달해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린 관심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는데도 깨고 나서는 이내 잊어버립니다. 꿈은 중요하고 긴급한 메시지일수록 강한 톤, 기분 나쁜 악몽의 형태로 보내줍니다. 마치 ‘제발 잠 좀 그만 자고 너 자신을 봐라. 너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라며 말해주는 듯이 말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며 쏜살같이 달려가는 도로에 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가까이에는 갑자기 길이 끊어지며 천 길 낭떠러지가 놓여있습니다. 운전자는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계속 운전해 가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삶이 지금 이와 같다고 한다면 신은 이런 위험을 어떻게 알려줘야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예전 동남아에 쓰나미가 밀려왔을 때, 911 테러 때, 많은 사람들이 악몽을 꾸었다고 합니다. 실제 911의 사건을 그대로 보여준 꿈도 있었다고 합니다.
대구 지하철 폭발 사고 때 대구에 살던 한 택시 운전사는 그날 아침 악몽을 꿉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했고, 그날 지하철 가까이 가고 있을 때 앞에 검은색 리무진이 새치기했다고 합니다. 아침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새치기 차를 그냥 양보해 주고 나니 신호등에 걸려 버린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택시 운전사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 앞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나며 지하철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꿈을 보내주는 현자는 (탈무드에서는 그 현자를 하느님, 융은 우리 안에 200만 년 된 현자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인간이 악몽의 형태로 꿈을 보낼 때 꿈에 더 집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시급한 문제일수록 악몽의 형태로 알려주게 됩니다. 악몽은 무의식이 해주는 전기충격과 같다고 말합니다. 평소에 꿈에 관심도 없고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악몽은 깨고 나서도 너무나 생생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끌게 된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너무나 끔찍한 악몽일수록 잊고 싶어도 안 잊힙니다. 이것이 악몽의 목적입니다. 지금 너무나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제발 자신을 좀 돌아보라는 긴급 메시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상징>에 나오는 구스타프 카를 융의 환자 사례를 소개합니다.
(융의 환자는) ‘어느 날 밤, 높은 산 정상에서 허공을 향해 걷는 꿈을 꾸었다. 그 꿈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위험이 다가왔음을 감지하고 그에게 엄중하게 경고하는 한편, 위험한 산행을 삼가도록 설득했다. 심지어, 등산 중 조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암시하는 꿈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그는 실제로 허공을 걸었다. 등반 안내자는 그가 난코스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봤다. 그의 친구는 암석에 발을 디뎌 가며 암벽을 내려갔고, 그 역시 친구를 따라 암벽을 내려왔다. 그런데 그렇게 내려오던 그가 갑자기 로프를 놓았다. 안내자의 말에 따르면 그는 ‘허공으로 뛰어내듯’ 추락했고, 아래쪽에 있던 친구를 덮쳤다. 두 사람은 이렇게 해서 사망했다.‘
그리고 융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삶에서 위기라고 하는 결과는 기나긴 무의식적 역사를 지닌다. 우리는 위험이 쌓여 가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그리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나 의식은 깨닫지 못해도 무의식이 깨닫는 수도 있다. 무의식은 꿈을 통해 그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