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선 지하철을 타고 서울 쪽에서 금정역 플랫폼으로 들어서면 중앙 화단에 예쁜 장미꽃이 피어 있는 것이 보인다. 넝쿨 장미는 아니다. 장미 몇 그루들이 다발 뭉치를 이루어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모양이다. 색깔이 참 예쁘다. 장미꽃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다. 흔히 보이는 빨간 장미가 아니라 주황색 장미다.
1993년 경 금정역 부근으로 이사를 갔다. 처형 가족이 그곳에 살고 있어 그쪽으로 터전을 옮겼다. 직장은 2호선 을지로 입구역 근처에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출퇴근했다. 늦봄에 접어들면 이곳 금정역에 이렇게 예쁜 장미꽃 무리가 출퇴근길의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플랫폼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도 그곳에 우아하게 피어 있는 장미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였을 것이다. 그런 혼잡스러운 곳에 이처럼 아름다운 꽃을 심어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 감사가 저절로 나왔다.
금정역 근처에 살며 두 딸들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 3년 정도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지만 아름다운 주황색 장미꽃은 내 마음속에서 잊을 수 없었다. 단순한 꽃이 아니었다. 막 가정을 꾸리고 두 딸을 낳아 한참 부푼 꿈에 젖어 살고 있던 그 귀한 시절을 함께 한 존재였다.
이후 혹시나 지하철로 금정역을 지나갈 때마다 그곳 장미꽃은 어떻게 되었는지 창밖을 내다보아 확인하곤 했다. 그때마다 꽃나무는 항상 그렇게 그곳에 있었다. 매년 봄철마다 아름다운 주황색 꽃잎을 멋있게 피어내었을 것이다.
얼마 전에 금정역으로 갈 일이 있었다. 그 장미꽃 나무들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예쁜 주황색 꽃들을 피우고 있었다. 내가 그 꽃을 처음 본 지 거의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니 내가 처음 보기 전부터 이미 심겨 있었으니 그 장미꽃 나무는 훨씬 오랫동안 그렇게 묵묵하게 서 있었다. 기특하기 그지없었다. 고마웠다.
30년 전 장미꽃이 지금도 나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선사해 준다. 앞으로 세월이 흘러 내가 노쇠한 부모의 모습이 되더라도 내 마음의 꽃밭은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장년이 되어 있을 두 딸의 마음에도 나 역시 아름다운 추억의 꽃들을 심어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