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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Jan 24. 2023

취향을 찾아서

샴푸와 바디로션 치약까지 각개 전투인 우리집

우리는 어느 도시든 우리가 정착하고 싶은 곳이 생기기 전까지는 서울과 텍사스 휴스턴에 베이스 캠프를 두고 세계 이곳 저것을 다녀보고 있다. 그러기에 기존에 있던 내 서울 집의 관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서울에서도 일년에 3,4개월 정도는 살고 있기 때문에, 결혼 전 마련해둔 빌라를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관리하며 서울에 있을 때 마다 그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집도 사람이 살면서 관리도 해주어야 그 역할을 다 하기에,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이 한 두달에 한 번씩 서울로 오셔서 이곳 저곳 살펴봐 주시고 있다. (기후 변화 때문인지 강추위가 매서운 이번 겨울에도 부모님 덕분에 동파 한 번 겪지 않고 잘 보낸 것 같다.) 


여튼 부모님이 우리집을 방문하면 매번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시는 부분이 있다. 우리 부부는 향에 대한 취향도 다르고, 서로 쓰고 싶은 샴푸, 치약, 칫솔 등이 달라서 일반 한국 집에서 "같이 사용하는 물품"이라고 생각될 만한 것들이 두 개씩 구비되어 있다. 나는 유럽의 화한 맛의 치약을 좋아하는 한편, 그는 화이트닝 기능성이 들어간 미국 치약을 선호하고,  나는 우디 계열의 향을 좋아하는 반면, 그는 좀 더 스파이시한 향을 선호하는 것 같다. 


물론 집의 전체 향을 좌우하는 디퓨저나 캔들 같은 경우에는 우리 둘의 취향을 어느정도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것으로 쓰고는 있지만, 그 외의 단독으로 쓸수 있는 용품은 각자의 취향을 가장 많이 반영한 물품을 쓰는 우리의 방식이 60이 넘은 부모님에게는 의아할 것도 같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집에 샴푸와 바디로션은 가족 공용 1종이 당연했고, 심지어 우리 아빠는 내 동생과 스킨 로션을 함께 썼던 것 같기도 하다. 하하


사는 것에 맞고 틀리는 것이 어디있겠느냐마는, 우리 부부는 좀 더 각자의 취향에 맞는 삶을 존중해 주는 것 같다. 나와 그는 한 가정을 이루고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24시간 중 24시간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고, 게다가 함께 동일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경우들도 있어서 그야 말로 짝꿍처럼 붙어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가 좋아하는 취향이나 취미에 대해서 많이 이해해 주면서, 서로가 너무 구속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숨쉴 구멍조차 없는 느낌이랄까 ㅎ) 


여튼 부부가 무언가를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각자 자신만의 시간과 영역, 그리고 취향을 지켜주는 것도 부부가 함께하는 일상을 풍부하게 해주는 하나의 선택지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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