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은 그저 밤일뿐.....

by 글하루


"글은 잘 써져?"

"내 늘어나는 흰머리를 보면 모르겠니. 어쩔 거야 이 흰머리."

"내 눈에는 네 흰머리는 양반이다. 영토를 확장하는 광개토대왕도 울고 갈 네 앞머리가 더 걱정이다."

"고만해라, 많이 넓어졌다 아이가."

"그래, 큭~ 그리고 힘들다면 왜 쓰는데... 그만 쓰면 그만이지."

"네 말대로 그만 쓰면 그만이지, 그런데 웃기게도 욕을 하며 보는 아침드라마처럼 욕을 하면서 글을 쓰게 되더라고. 시간이 지나면 쌓이는 건 사진하고 글인 거 같아. "

자세를 바꾸어 앉으며 잠깐의 시간을 두고 말했다.

"글을 쓰면서 나를 남긴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래, 너는 글을 남겨라. 나는 술병을 남기련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마시자 술, 남기자 글."


누가 나를 작가라고 하는가. 나는 날지 못하는 노란 병아리 한 마리일 뿐이다.

읽는 사람은 좋겠다. 쓰는 고민이 없잖아. 부럽다.

오늘도 나는 글을 쓰며 좌절하는데.... 그래도 글 쓴다고 하면 멋있잖아.

내 멋에 사는 거지 뭐.

어찌 보면 글을 쓴다는 것은 아쉬움을 확인하는 여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왔다.

"편의점에서 한잔만 간단히 하자."

"그래 약속해라, 간단히 하기로."

"친구 간에 약속 지키면 재미없다. 그래도 노력은 해 볼까."

편의점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몇 개 사서,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 앉았다.

적당한 어둠과 불빛, 외롭지 않게 지나가는 사람들, 시원한 바람 그리고 마음을 열어 젖히기 좋은 친구

나는 완전히 무장해제하고 누드비치에 누운 사람처럼 거리낄 것이 없이 편했다.

"야 좋다야, 사는 게 별거냐. 맥주 한 잔이면 여기가 천국이지."

"그렇지, 천국에는 내가 있어야 딱이야."

"그렇다고 네가 천사라고 말하지는 마라. 너도 양심은 있겠지."

"천사는 존재가 양심이라 양심이 필요 없다, 그건 양심 없는 악마들이나 말하는 위장술이야."

웃었다.

"글을 쓰면서 좌절하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좌절하나 똑같네. 힘든 건."

"그래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잖아. 다 똑같아 사람이 하는 일인데."

고개를 끄덕였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니 시원한 폭포수가 몸 안으로 흘렀다.

"맥주 한 잔 마시려고 낮에 일하는 거 같아. 힘든 날일수록 맥주 한 모금이 죽여주잖아. 글 쓰는 것도 똑같은 거 같아. 힘들다가도 마음에 드는 한 줄을 쓰면 미인한테 간택당한 느낌이 들거든. 오늘이 뜨거워지거든."

"원래 좌절하고 쓰러질수록 멋진 거 아니겠어. 나는 멋지려고 좌절한다. 히~"

둘은 가만히 눈을 보며 건배하고 가만히 웃었다.

"그래 멋있다."

친구는 하늘을 봤다.

"어쩌면 소망은 이루는 게 아니라 별처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좌절은 그저 밤일 뿐이야, 내게는 낮이 있쟎아."


날이 더워진다.

밤에 잠을 청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더운 밤에 불어오는 바람 한줄기가 소망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흐미한 바람에 기대어 더운 밤을 넘어가는 것

그리움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을까

소망은 여름밤의 바람이지.


- 소망 -


창문을 기어서 넘어오는

실낱 바람 한 줄기에

버틸 수 있는 더운 밤이면


가느다란 그리움 잡고

꼿꼿이 버티는

그대 마음을 보라


경계선에 서서

이리 가지 못하고

저리 오지 못하는

마지막 잎새


간절하게 바라보던

처음 눈동자를

그대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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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악보 없는 노래 (음맹이 좌충우돌 앨범을 내는 실제 이야기! )

소 설 : 오늘밤 나를 읽어줘 (경고, 눈을 대면 떼지 못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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