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웬일이래?

* 웬일은 어제에는 없던 오늘의 무슨 일!

by 글하루

여기 웬일이에요?

설마 나를 보러 온 건 아니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익순과 준완이 재회하는 장면이다.


군복을 입은 익순이 위병소를 향해 달려온다.

"충성"

위병소에서 익순에게 경례를 했고, 그 소리를 익순은 빠르게 지나쳤다.


위병소에서 기다리는 준완이 있다.

그곳에서 숨차게 달려온 익순이 멈춰 선다.

자신을 향해 선 익순이 가뿐 숨을 삼키며 말한다.


"오빠 여기 웬일이에요?"

잠깐의 틈을 지나 징검다리 걷듯 한 마디씩 익순이 말한다.

"설마 나를 보. 러 온. 건. 아니지?"

미소 지으며 말하는 준완

"아니야, 짜장면 먹으러, 간짜장 먹으러 왔어."


예전에 익순이 준완에게 부대 앞의 간짜장이 맛있다고 말을 했었다.

익순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지고 눈물을 잡듯 준완은 익순의 손을 잡고

준완의 큰 키 아래, 나무가 안아주듯 익순을 조용히 안아준다.

한 번의 포옹은 수천 마디의 말을 눈꽃처럼 뿌려 주었다.




웬일은 평상시에 하지 않던 말이나 행동이다.

익순이 소령계급장을 달고 위병소로 달려가는 건 웬일이었고

준완이 간짜장 먹으러 그 먼 길을 달려올 때부터 웬일이었다.

어제 같지 않고 오늘 무언가 다른 일이 벌어진 웬일은

사실 오래전부터 가슴속에서 일어나고 있든 무슨 일이었다.


최근에 나의 웬일은 와이프에게 목걸이를 사 준 일이었다.

스와로브스키 목걸이를 하나 선물했다.

가격을 말하자면 가격이 부끄러워 가격을 말하지 못하지만

그 얼마 되지 않는 가격을 지불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을 지나왔다.


(와이프란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 있다.

비 오는 날 차를 탔는데 와이프가 말했다.

"내가 당신 와이퍼네. 내가 당신 반짝반짝하게 하잖아. 웃음~")


와이프가 어느 날 말했다.

"당신이 사준 액세서리가 이제는 다 끊어지고 알이 빠졌어."

싼 걸 걸쳐도 비싸 보이던 젊음이 있었다.

그때는 여기저기 다니며 이뻐 보이는 액세서리나 옷을 이쁜 사람에게 입히고 걸치는 재미가 좋았다.

하지만 생활은 이런 일상을 절약이라는 이름으로 단속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졌다.

그러다가 이 말을 들으니 내가 한참을 아무런 선물을 하지 않았구나 깨달았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그랬었구나, 다시 사줘야지.'


지나가는 말로 와이프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고마우면 돈을 써야지, 말로는 뭘 못해.

고맙다고 말하면 뭐 해, 커피 한 잔도 못 사는데,

우리 나이는 지갑에서 돈이 나가야 진짜야."



얼마의 시간이 흘러 이것저것 알아보고 말했다.

선물을 한다고 하니까 와이프가 말했다.

"웬일이래?"


한창 둘이 좋았을 때는 이쁜 액세서리를 보면 어떻게든 사 와서 와이프에게 선물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 오래전 예전부터 요즘의 지금까지 흔하던 선물은 웬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 웬일을 한번 했다.

이름은 있지만 명품처럼 비싸지 않은 목걸이를 골라 선물했다.

웬일이 다시 웬일이 되지 않기 위해 그 웬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그 웬일을 위해 나는 내 용돈을 포기해야겠지만 한 포기의 기쁨을 수확할 수 있다.


웬일이 아름다우면

일상은 행복이 된다.

사랑은 내게 웬일이었고

행복은 용돈처럼 웬일이었다.




사랑한다면 말을 하세요

말을 하자면 안아 주세요

작아 보여도 작지 않아요

그것은 웬일이니까


어제 기다림의 마침표예요

오늘 행복의 느낌표구요

내일 소망이 물음표라도

기다릴 수 있어요


어제보다 오늘이 좋은 것은

오늘 무언가 좋은 일이

나를 웬일처럼 기다릴 거야

당신을 볼 수 있으니


- 그대 나의 웬일이니 -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6화내가 멈추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