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겨리 Nov 12. 2024

가을 탄다.

가을을 타고 난 타고 있다.

가을 탄다.


가을이 타고 있다.

많이들 가을 탄다.

가을이 가을하니 가을을 타게 된다.

가을 타는 사람들이 가을을 타서 우울한 건 가을 때문이 아닌데,

가을을 타고 있으니 가을도 가을 해서 가을을 탄다.

누가 가을 타라고 말했나?

누가 가을 탄다고 말해서!

가을이 가을 타게 만들었다.

가을은 가을가을한데 가을이 가을 하다.

가을이 타니 가을을 타고 있다.

우리 가을타지 말고

가을 만나러 가자.

가을은 지금

위로가 필요해.

나도 가을 탄다.

그대 없는 가을이 나를 태우고 있어.




살면서 태우는 게 참 많다.

무언가를 태우면 무언가 피어났다.


종이를 태우고 나무를 태웠다.

장작을 태워서 장작불을 피웠다.

오늘을 태우며 인생이 타고 있다.

그렇게 태운 날들이 쌓여 한 줌의 어제가 되었다.

그래서 어제가 순간인가 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불태웠다.

불태운 사랑은 다음날 하얀 낮이 된다.

자동차에 타고 버스, 지하철도 타고

자전거도 타고 킥보드도 탄다.

무엇을 타면 어디론가 간다.

타고 태우는 것이 일상이다.

계절을 타기도 한다.

봄을 타고 가을도 탄다.

여름을 불태우고 겨울은 타고 넘는다.

태우기 위해 타고 타기 위해 태운다.

그래서 우리는 바쁘다.

무언가를 타야 하고 무엇이든 태워야 한다.

행복했다. 당신을 태우고 나를 태우던 시간들.

살과 뼈가 타던 밤은 아~ 옛날이여~

갑자기 글을 태우다 정신도 타버렸다. (ㅎㅎ)

총명하던 나도 이젠 아~옛날이여.....

좋았던 시절이 있었으니 좋았던 거라 위로해 본다.

어제의 나를 태웠더니 지금의 나로 남았다.

검은 머리를 태우던 청춘은 이제 하얀 계절로 가고 있다.

언제까지 나에게 내일이란 이름이 허락될까.

언젠가 내일이 멈춘다 해도 오늘이 있어 행복하다.

지금 나는 시간을 태우며 하루를 달린다.




이전 09화 가을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