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달아오른 식탁 위에서 우리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

#미래식량

by 닥터파브르

2025년 6월 22일, 일요일. 숨이 턱 막힐 듯한 더위가 내리 꽂히는 하루였다. 아들과 함께 도서관으로 향하던 길, 아스팔트 가장자리에서 공벌레 한 마리가 느릿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아이는 반가운 듯 웃으며 그것을 조심스레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무심히 지나치려다 문득 멈춰 선다. 작고 검은 곤충 하나가 이 숨 가쁜 여름날, 내 마음을 가만히 붙잡았다.

작고 귀여운 공벌레 잡기

햇볕은 오늘도 잔인하리만치 뜨겁다. 뉴스에서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이미 1.5도를 넘어섰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임계점.’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절망의 언어가 귓가에 맴돈다. 점점 더워지는 기후는 농작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더 이상 사과재배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대구 하면 사과였는데. 그리고 나는 사과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럴 수가.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까?


몇 해 전, UN은 곤충을 ‘제2의 식량 자원’으로 공식 인정했다. 싱가포르는 더 민첩하게 움직였다. 무려 16종의 식용 곤충을 승인했다. 한때는 낯설고 괴상하게만 느껴졌던 단어, ‘충식(蟲食)’이 이제는 생존의 언어로 다가온다. 영화 설국열차 속 꼬리칸 사람들이 나눠 먹던 바퀴벌레 단백질바의 장면이 불현듯 떠오른다. 허구였던 장면이 서서히 현실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대체육과 배양육도 있다.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같은 브랜드들이 미래의 식탁을 바꾸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안전성과 윤리성, 생산성을 둘러싼 질문들은 여전하다. 그 사이, 곤충단백질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적은 사료로도 빠르게 자라고, 탄소 배출도 적으며, 필수 아미노산과 단백질 함량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자신이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곤충을 ‘먹어서는 안 될 것’이라 단정했을까?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 홈페이지 갈무리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곤충은 늘 우리의 곁에 있었다. 중국의 시장 구석, 동남아의 거리 노점, 일본 시골 마을의 술안주, 멕시코의 타코 속에서도 곤충은 이미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살아 있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나는 최근 한 밀웜 농장 대표님으로부터 건조된 식용곤충을 선물 받았다. 밀웜. 한 마리, 두 마리, 조심스레 입에 넣어보았다. 놀랍게도 낯설지 않았다.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새우깡의 고소함과 바삭함이 입 안을 채웠다.


나는 제법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일곱 살 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빠, 이건 진짜 못 먹겠어.” 아이는 아직 충식의 미래에 마음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심심할 때면 세 마리, 네 마리씩 밀웜을 집어 입에 넣는다. 바삭한 소리와 함께, 내 안에서 하나의 질문이 또렷이 울린다.


“당신은 먹을 준비가 되었는가?”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새로운 식탁 앞에 앉아 있다. 선택과 적응 사이, 불안과 기대 사이에서 우리는 다시 삶을 배우고 있다. 도서관 앞에서 공벌레를 바라보던 아이의 눈처럼, 곤충을 마주하는 우리의 시선도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호기심 가득하다. 곤충은 단지 먹거리를 넘어,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묻는 하나의 물음표처럼 거기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물음에 조금씩, 천천히 답을 준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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