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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oo Jul 03. 2024

Q ADHD아이의 감정조절 어려움 어떻게 대처할까요

성인ADHD인은 이 고민에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Q: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ADHD약 메디키넷을 먹습니다. 저녁에 약효 떨어지니 감정조절이 잘 안 되나 봐요. 사소한 일에도 계속 서럽게 우네요.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감정을 받아주니 끝이 없고 모르는 척하자니 아이가 상처받는 거 같아 갈팡질팡하네요. 사소한 일에도 넘 서럽게 우니까 걱정스럽네요. 사춘기 때문인지, 약 부작용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전혀 울 일이 아닌데 울어서 왜 우는지 자꾸 물어봐도 대답을 흐리네요. 약에 적응하면 괜찮아질까요?


kwoo: 15년째 ADHD약물치료를 이어오고 있는 저 또한 아침에 약을 복용하면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 감정이 다소 억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약효가 떨어지는 저녁이 되면, 이에 대한 반동 작용 때문인지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가령 작은 일에도 쉽게 감동을 받거나 슬퍼하는 등 감정이 요동칩니다. 이는 ADHD약물치료 부작용의 일종이지만, 다른 부작용에 비하면 소소한 편입니다. 또한 일반인들도 저녁에 더 감성적인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ADHD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은 아닙니다. 밤 늦게 쓴 편지를 다음 날 아침에 보면 너무 유치해서 찢어버린다는 말처럼, 밤에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일 겁니다.

아이가 저녁에 감정을 표출할 때는 “그랬구나.”, “많이 속상했구나.”, “엄마였어도 힘들었을 것 같아.”와 같이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해주세요. 이러한 소통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진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DHD자녀를 둔 부모 역시 ADHD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아, 말처럼 실행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모 또한 하루의 피로가 쌓인 저녁에는 이성적인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아이의 감정에 휩쓸리거나 빨리 해결하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큰 소리로 말하며 다그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아이의 감정이 진정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됩니다. 아이의 감정이 건강하게 해소되는 것과 마음 깊숙한 곳에 억눌리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두 경우에서 아이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성장합니다. 


저 또한 ADHD를 치료하는 부모로서,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자기 마음대로 안된다며, 말그대로 난동을 피우는 아이를 보면,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내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아, 배운 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먼저, 차분한 톤으로 일정하게 말하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속상함을 공감하고 이해하려 합니다. 만약 이해가 어렵더라도 그 자체로 수용해야 하지요. 아이가 진정되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함께 대화하며 현실적인 대안을 살펴봅니다.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심호흡 하기’입니다. 실제로 유치원에서부터 배우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아이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마다 옆에서 끊임없이 알려주지만 아이는 그때마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는 아이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부모는 조급하더라도 아이에게 조급한 티를 내며 닦달해선 안됩니다. 언제나 일관된 태도로 같은 규칙과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많은 육아 서적이 있지만 모든 아이에게 완벽하게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 아이는 일반적인 아이가 아닌 ADHD아이라는 점 그리고 부모 또한 ADHD성향이 다분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고, 이것을 고려하여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올바른 방법을 기반으로 많이 노력했다고 해도 즉각적으로 해결되진 않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보다는 아주 점진적으로 개선됩니다. 그러나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어간다면, 다음 내원 때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하여 양물 변경이나 용량 조절 등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비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지요. 더욱이 5학년 여자 아이라면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이기 때문에 호르몬 변화로 인해 이전과 다르게 더 예민해질 수도 있습니다. 약물 부작용과 사춘기 중 하나라기보다는, 약물 부작용과 사춘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주치의 선생님과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원래 아이들의 감정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쉽게 변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ADHD아이라면 더욱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매우 힘들겠지만, 더 힘든 것은 아이의 마음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꾸준한 인내입니다. 



☞ 이런 말은 하지 말자. 

“무슨 그거 가지고 힘들어 하냐”, “좀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다.”

: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아이가 가진 문제를 축소하는 모습입니다.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닙니다. 아이가 바라보는 세계와 어른이 바라보는 세계의 크기는 같지 않습니다. 부모가 볼 땐 사소해 보이는 문제일지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전부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입장을 인정하고 함께 해결책에 대해 찾아가는 소통 과정을 가져야 합니다.


“또 시작이야?”, “왜 이렇게 너만 예민한 건데?”

: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고 모든 책임이 아이에게 있다는 의도로 느껴집니다. 아이는 원래 감정 조절하는 걸 어려워합니다. 인내심을 먼저 가져야 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양육자입니다.


“다른 애들은 안 그러는데 왜 너만 그러는 건데?”

: 아이를 타인과 비교하는 말입니다. 그럴수록 아이는 더 비참하게 됩니다. 또한 부모에게 남과 비교하는 사고 방식을 배우게 돼서, 자기보다 부족한 면을 가진 친구의 이름을 대며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겐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이해시켜주면서, 아이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별것도 아닌 걸로 왜 자꾸 울어”

: 집 안 부모 앞에서 우는 건 잘못된 게 아닙니다. 안전한 공간에서, 신뢰하는 사람 앞에서 울 수 없다면, 아이는 어디서 울어야 할까요? 아이가 집안에서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두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건전한 해소 방법을 익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 이런 말을 해보자. 

“속상했구나.”, “힘들었겠구나.”, “나도 그런 일로 힘들었을 때가 있었어.” 등등. 소통에서 중요한 건 비언어적 메시지라는 메라디언의 법칙을 떠올려 보세요. 다정한 목소리와 눈 맞춤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손잡는 것과 포옹 등 스킨십도 함께 하세요. 


※ 자녀가 없는 성인ADHD인이 이 고민에서 알아야 할 점

: 이 고민은 비단 ADHD부모에게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성인ADHD인은 내면에 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이 있는데, 이 아이를 ‘내면 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성인ADHD인은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려 합니다. 이러는 데에는 주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어린 시절의 부정적 경험을 피하고 싶은 마음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지요. 그러나 이 내면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쉽게 상처받습니다. 

주변 또래들의 모습을 자신의 비교 기준으로 삼고 자기 관리를 하기보다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감정 조절을 못해서 실수를 하더라도 자책과 후회에 매몰되지 말고, 연민과 동정심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격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고민에서 부모가 ADHD아이에게 접근하는 방식처럼 스스로의 감정을 공감하고 지지해주세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등 자신을 위로하는 말들을 반복할수록 스스로에 대한 연민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하양이(마음챙김 명상 책)에 나오는 대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거나 감당하는 게 어려울 때는 현재 감정 상태를 적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떠올리고 말해보세요. 마음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감정일기처럼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하루의 감정을 글로 표현한다면, 좀 더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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