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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열 Oct 11. 2022

해파리에 쏘였어요.

"해파리에 쏘여서 왔습니다."

"병변을 좀 볼까요?"

"언제 쏘이신 거죠?"

"며칠 됐습니다. 처음엔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습니다."

"가렵지는 않으세요?"

"별 느낌은 없는데 이게 안 사라지네요."

"해파리에 쏘인 모양대로 병변이 생기셨네요. 일단 병변이 들어갈 수 있게 먹는 약이랑 바르는 약을 드려볼게요."



해파리에 쏘여서 오는 환자는 가끔 있긴 하지만 내가 있는 병원은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이라 흔하지는 않다.

나도 가끔 바닷가에 놀러 갔을 때 백사장에 떠밀려온 해파리 사체나 바닷물에 떠있는 해파리를 보기는 하지만 쏘이는 게 무서워서 근처에 가지는 않는다.


해파리는 다세포 동물 중 가장 원시적인 동물로, 특별한 기관이 없이 몸체인 갓과 촉수로 이루어져 있고 강장이라는 몸 안의 빈 공간에서 소화와 호흡 등 생리작용이 일어난다. 먹이는 플랑크톤이나 어린 물고기로, 사냥을 한다기보다는 헤엄치다가 촉수에 먹이가 붙으면 촉수에 있는 수천 개의 자포라는 독침이 자동으로 발사되어 먹이가 마비되는 식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촉수에 있는 자포는 해파리의 의지가 아니라 자동으로 발사된다. 자동발사다 보니 죽은 해파리의 촉수를 만져도 쏘일 수가 있다.

출처: 구글이미지

자포는 왼쪽 아래 사진처럼 동글동글하게 생겼는데, 오른쪽 아래 그림 모식도를 보면 수류탄 안전핀처럼 튀어나온 부위에 무언가가 닿으면 즉각적으로 독침이 발사되는 구조이다. 날카로운 독침이 박히면 거기서 독액이 뿜어져 나오게 되고 이 독액으로 마비 증상이 생긴다.


독액의 성분은 다양한 단백질 성분인데, 해수욕장에 많이 보이는 노무라입깃해파리의 독은 뱀·거미·벌 합친 성분으로, 통증과 부종, 발열, 근육 마비와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쇼크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자포 한 개의 독액은 인체에 영향이 미비하지만, 수천 개에 쏘이게 되면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해파리를 마주했다면 촉수에 닿지 않도록 어지고, 죽은 해파리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도 만약 해파리에 쏘였다면 다음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

1. 물안에 있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빠르게 물 밖으로 나온다.
2. 병변을 깨끗한 물로 씻어야 하는데 생리식염수가 가장 좋고 없다면 바닷물을 이용해야 한다. 생수나 수돗물을 이용하면 삼투압 차이로 자포의 독액이 더 많이 나오게 된다. 식초나 오줌도 안된다.
3. 박혀있는 촉수를 제거해야 하는데 카드로 긁어내거나 장갑이나 수건을 이용해서 제거한다. 테이프로 붙였다 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후 온찜질로 통증을 가라앉힌다.
4. 병변의 상태에 따라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응급처치 후 병원을 방문한다.
5. 만일 어지러움이나 의식의 저하,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응급한 상황이므로 119나 응급구조센터에 도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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