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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열 Mar 02. 2022

염색만은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

"원장님, 저 또 왔어요."

"어, 또 염색하셨어요?"

"어쩔 수가 없어요. 머리가 하야니까 너무 신경 쓰여서요."

"그래도 염색하면 염색약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이 계속 심해지는데요. 약으로 가라앉히더라도 점점 더 심해져서 염색을 안 하시거나, 옻이 안 오르는 허브 염색약 같은 걸 쓰셔야 해요."

"허브는 써봤는데 염색도 잘 안되고, 머리가 하야면 너무 나이 들어 보여서요. 원장님도 나이 들어 보세요."


그렇다. 나는 아직 백발은 아니기 때문에 그분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도 흰머리는 난다. 인턴, 전공의 시절부터 조금씩 늘어나던 흰머리가 개원을 하면서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너무 신경 쓰이는 것들은 아내에게 뽑아달라고 한다.


흰머리는 왜 생기는 것일까. 

머리 색은 모낭의 멜라닌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멜라닌 색소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서 점차 멜라닌 색소가 없어지면서 흰머리가 생기게 된다.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유전자인데, 일란성쌍둥이의 경우 환경적인 요소의 차이가 있어도 흰머리가 유사한 정도로 발생한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유전자 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은 인체 내 대사로 인해 과산화수소의 생성되는데, 노화가 진행되면 과산화수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줄어들면서 과산화수소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멜라닌 색소 형성이 줄어들면서 흰머리가 생기게 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흡연이나 스트레스도 영향을 주는데, 흡연의 경우 혈관의 수축을 유발해 모발 주위 혈액순환을 저하시켜 흰머리뿐만 아니라 탈모에도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의 경우 재밌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흰머리가 나던 사람이 휴가를 갔더니 흰머리 나던 게 검은 머리로 바뀌어서 났다는 보고가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영향도 결국 스트레스에 저항을 잘하고 나이가 들어도 과산화수소를 처리하는 효소가 많이 분비되고 흡연을 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유전적인 요소'가 좌지우지한다고 생각된다.


어떤 이유에서건 흰머리는 노화이자 노인의 상징이고, 이를 없애기 위해서 염색을 하는데, 염색약은 접촉피부염을 매우 잘 일으키기 때문에 괜찮았던 사람도 어느 순간 염색하고 났더니 염증이 생기는 것을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처음엔 증상이 경미하기 때문에 약을 조금만 써도 금방 호전이 되는데, 반복적으로 염색약에 노출되다 보면 점차 그 증상이 심해져서 두피뿐만 아니라 얼굴과 목, 심한 경우 전신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염색약을 허브 계열로 바꾸거나, 헤나로 염색을 하거나, 갈변을 유도하는 샴푸를 쓰는 방식이 오히려 안전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본인이 원하는 만큼 염색이 되지 않기도 하고 머릿결이 안 좋아지기도 해서 다시 염색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이러한 사람들에게 나는 염색을 하지 않는 것을 권유한다. 요즘은 백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드러내는 'going gray'가 대세이기도 하고, 다른 모습들은 다 늙었는데 머리색만 새까만 경우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젊은 사람들이 노인을 나이 들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백발보다 '얼굴의 검버섯'과 '돋보기를 쓸 때'에 크게 느낀다고 한다. 염색에 드리는 노력과 비용으로 차라리 얼굴의 검버섯 하나를 없애는 게 오히려 더 젊어 보이고 사람을 고급스럽게 보이게 한다. 


너무 무리한 염색으로 본인을 너무 괴롭히기보다 노화를 인정하고 자연스럽고 고급스럽고 당당하게 드러내는 편을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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