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약 실제 구현 기술 사례 | 신경통, 코막힘, 간질, 희귀암 치료까지
지난 글에서는 바이오의약품과 함께 21세기 치료 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전자약(electroceutical)이 무엇인지 개념과 원리를 알아봤어요. 오늘은 2024년 12월 현재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개발이 진척된 전자약 기술 몇 가지와 이를 이용한 실제 제품 사례를 알려드릴게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전자약 특집 1편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듯, 전자약의 원리는 신경 신호를 모방한 전기적 자극을 인체에 전달해 병증을 치료하는 거예요. 즉 신경 신호가 도달할 수 있는 인체 부위의 병증이라면 어디에든 전자약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이론적으로는 존재한다는 뜻이죠.
우리 몸의 신경계는 크게 뇌와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계, 중추신경계와 신체의 다른 부분을 연결하는 말초신경계로 구분돼요. 중추신경계는 기억과 사고, 외부 감각 신호의 처리, 생물의 운동 과정을 조절해요. 그래서 중추신경계의 기능이 손상되면 우울증, 뇌전증(간질), 치매, 파킨슨병 같은 다양한 질환을 앓을 수 있어요.
한편 말초신경계는 중추신경계와 신체의 다른 부분을 연결하며, 하부 구조인 자율신경계를 통해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각 내장 기관의 활동도 제어해요. 그래서 말초신경계가 손상되면 내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신경이 손상된 부위에서 각종 신경통 질환이 발생할 수 있죠. 전자약은 이 두 가지 신경계로 인한 질환에 모두 작용할 수 있답니다. 지금부터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고 실제 시판 중인 전자약 제품을 구현 기술별로 하나씩 소개해드릴게요!
경피 전기 신경 자극술(Transcutaneous Electriacal Nerve Simulation, 이하 TENS)은 피부에 전극을 접촉시켜 말초신경계에 전기 자극을 전달해 신경신호를 조절하는 기술이에요. 기기에서 송신한 자극이 말초 신경의 활성화를 유도해 이상 신호 전달을 차단하거나 몸에서 통증 완화 물질을 분비하도록 해 아픔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어요[1].
미국 기업 티빅 헬스(Tivic health) 사가 개발한 클리어업(ClearUP)은 TENS기술을 활용해 알러지성 비염, 편두통 같은 질환을 완화하는 기기예요. 수정테이프처럼 새긴 몸체의 끝으로 코 주변을 문지르면 미세한 저주파가 발생해 얼굴 피부 밑의 신경 조직을 자극해요.
인간의 안면부에는 두개골 안에서 시작해 이마와 뺨, 턱까지 이르는 뇌신경이 뻗어 있는데 세 개의 가지로 갈라져 얼굴 곳곳을 휘감은 구조라서 ‘삼차신경(trigeminal nerve)’ 이라고 불려요. 클리어업은 바로 이 삼차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해 코 안쪽의 붓기를 완화하고 코막힘 등의 통증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답니다. 같은 원리를 이용해 두통, 불면증, 심지어 우울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내는 전자약들이 이미 시중에 여럿 출시되어 있어요.
심부뇌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이하 DBS)은 뇌의 특정 부위에 아주 가는 전극을 삽입하고 직접 전기적 자극을 주어 뇌가 발산하는 비정상적 신호를 바로잡는 치료법이에요. DBS는 뇌의 이상 활동 때문에 발생하는 파킨슨병, 난치성 뇌전증(간질), 본태성 떨림, 근긴장이상증 등 복잡한 뇌신경 질환에 효과를 보여요. 다만 뇌의 깊은 안쪽 부위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두개골 안쪽에 신호 발생 장치를 직접 삽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요. 이렇게 수술을 거쳐 기기를 체내에 삽입하는 방식을 ‘침습적(Invasive)’ 방법이라고 표현한답니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메드트로닉(Medtronic) 사는 DBS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한 시장 선도기업이에요. 이 회사가 개발한 퍼셉트PC(Percept PC)는 지난 2020년 처음 미국 FDA승인을 받았고, 22년부터 국내에서도 정식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에요.
메드트로닉의 퍼셉트PC는 환자의 증상에 맞춰 조절된 전기 자극을 두뇌조직에 직접 전달해 이상 활동을 차단하고 신경 신호를 정상으로 회복해요. 전극을 삽입하는 뇌부위에 따라 파킨슨, 뇌전증, 근긴장이상증 같은 여러 뇌질환에 활용할 수 있답니다. 또한 특별히 개발된 소프트웨어와 연결하면 뇌의 이상 신호를 실시간으로 식별해 모니터링하거나 기록하는 것도 가능해요. 이를 활용해 의료진이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준답니다[4].
미주신경 자극술(Vagus Nerve Stimulation; VNS)은 뇌신경의 갈래 중 하나인 미주신경에 전기 자극을 가해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이에요. 위 그림처럼 뇌 대신 미주신경이 뻗어 있는 목 부근의 피부를 절제하고 신경에 직접 전기적 자극을 가하는 장치를 삽입해 활용한답니다. 수술이 필요한 침습적 방식이기는 하지만, 뇌수술을 거쳐야 하는 DBS에 비하면 환자의 부담이 훨씬 적은 편이죠.
본래 VNS는 약물 치료법이 듣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이하 간질) 치료를 위해 개발되기 시작한 기술이에요. 1990년부터 2020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한 메타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VNS의 효능은 치료 6개월차에 최적화되며, 약 45-65%의 환자에게서 발작 빈도가 5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6].
영국에 본사를 둔 의료기기 업체 리바노바LivaNova가 개발한 아스파이어SR(AspireSR) 은 2024년 12월 현재 FDA 승인을 받아 실제 간질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침습형 VNS기기예요. 이 기기는 심박수가 급격히 올라가는 상황을 감지해서 발작을 미리 예측하고 자동으로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기능이 특징이에요. 이를 통해 24시간 내내 실시간 추적 치료가 가능해, 다른 기종보다 효과적으로 발작을 줄이다는 임상 결과가 보고되었답니다[7]. 최근에는 수술 없이 귀나 목에 부착해서 사용하는 비침습 VNS기기들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추세예요.
노보큐어(Novocure) 사가 발표한 옵튠 루아(Optune Lua)는 세계 최초의 암 치료용 전자약이에요. 이 기기는 지난 2019년 미국 FDA로부터 흉막중피종(MPM)이라는 폐 관련 난치성 희귀암의 치료 효과를 인정받았는데, 지난 2024년 10월 또다시 비소세포성 폐암의 치료 효과를 인정받아 큰 화제가 됐답니다.
옵튠루아는 노보큐어 사가 독자 개발한 ’종양치료전기장(Tumor Treating Fields; TTF)’ 이라는 기술을 사용해요. 커다란 패널을 환자의 가슴이나 등에 부착하고 작동시키면 기기가 특정 주파수의 전기장을 인체로 전달하는데, 이 전기장이 암세포의 내부 구조를 손상시켜 증식을 막아요. 이를 통해 정상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9]! 다만 임상 시험에서 입증된 옵튠 루아의 성능은 아직 화학적 약물 요법과 병행할 때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도로 단일 치료 효과가 인정된 것은 아니랍니다.
그러나 옵튠 루아는 전자약 기술이 암 치료에 도입된 세계 최초의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무척 커요. 최근 빅데이터 혁명• 무선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붐을 타고 전자약 기술 개발 경쟁이 활발한 만큼,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보다 혁신적인 항암 치료제가 나타나 인류를 암에서 해방시킬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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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Teoli D, Dua A, An J. 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 Treasure Island (FL): StatPearls Publishing; 2024 Jan-.
[2] Mosby, et al. Trigeminal nerve. Mosby’s Medical Dictionary. 10th ed. St. Louis: Elsevier; 2016:1985.
[3] Zhou T, Xu W, Shi W. Investigation of the mechanism of action of deep brain stimulation for the treatment of Parkinson's disease. Cogn Neurodyn. 2024 Apr;18(2):581-595. doi: 10.1007/s11571-023-10009-5. Epub 2023 Oct 9. PMID: 38699617; PMCID: PMC11061068.
[4] Goyal A, Goetz S, Stanslaski S, Oh Y, Rusheen AE, Klassen B, Miller K, Blaha CD, Bennet KE, Lee K. The development of an implantable deep brain stimulation device with simultaneous chronic electrophysiological recording and stimulation in humans. Biosens Bioelectron. 2021 Mar 15;176:112888. doi: 10.1016/j.bios.2020.112888. Epub 2020 Dec 15. PMID: 33395569; PMCID: PMC7953342.
[5] Rosa MA, Lisanby SH. Somatic treatments for mood disorders. Neuropsychopharmacology. 2012 Jan;37(1):102-16. doi: 10.1038/npp.2011.225. Epub 2011 Oct 5. PMID: 21976043; PMCID: PMC3238088.
[6] Toffa DH, Touma L, El Meskine T, Bouthillier A, Nguyen DK. Learnings from 30 years of reported efficacy and safety of vagus nerve stimulation (VNS) for epilepsy treatment: A critical review. Seizure. 2020 Dec;83:104-123. doi: 10.1016/j.seizure.2020.09.027. Epub 2020 Oct 10. PMID: 33120323.
[7] Hamilton P, Soryal I, Dhahri P, Wimalachandra W, Leat A, Hughes D, Toghill N, Hodson J, Sawlani V, Hayton T, Samarasekera S, Bagary M, McCorry D, Chelvarajah R. Clinical outcomes of VNS therapy with AspireSR® (including cardiac-based seizure detection) at a large complex epilepsy and surgery centre. Seizure. 2018 May;58:120-126. doi: 10.1016/j.seizure.2018.03.022. Epub 2018 Mar 28. PMID: 29702409.
[8] Hottinger AF, Pacheco P, Stupp R. Tumor treating fields: a novel treatment modality and its use in brain tumors. Neuro Oncol. 2016 Oct;18(10):1338-49. doi: 10.1093/neuonc/now182. PMID: 27664860; PMCID: PMC5035531. © 2016 Published by Oxford University Press on behalf of the Society for Neuro-Oncology.
[9] Kutuk T, Appel H, Avendano MC, Albrecht F, Kaywin P, Ramos S, Suarez-Murias ME, Mehta MP, Kotecha R. Feasibility of Tumor Treating Fields with Pemetrexed and Platinum-Based Chemotherapy for Unresectable Malignant Pleural Mesothelioma: Single-Center, Real-World Data. Cancers (Basel). 2022 Apr 16;14(8):2020. doi: 10.3390/cancers14082020. PMID: 35454925; PMCID: PMC9032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