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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Mar 02. 2024

버려진 아비들의 병실

존경받지 못해서인지

 아버지가 마지막 일 년을 지냈던 요양병원 병실을 속으로 '버려진 아비들의 병실'이라 불렀다. 버려진 아비들은 먹고 싸는 기본적인 부분까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신세이면서도, 아니 그래서인지 툭하면 옆병상 사람과 코골이가 심하다는 둥 냄새가 난다는 둥 갈등을 일으켰다. 아주 가끔 이웃 병상과 죽이 맞는 경우가 있었는데, 오히려 그럴 땐 이내 병상의 위치나 가끔 아예 병실을 옮겨버리곤 했다.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는 일이지만 궁금하긴 했는데, 어느 고참 요양보호사가 신참에게 하는 말을 듣고 이유를 알았다. 환자끼리 친해지면 관리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난 아버지가 그것에 화를 내길 바랐다. 유감스럽게도 아버지는 그런 종류의 '관리'에 고통을 느끼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관리 받는 것에 고통받고 화내는 부류의 인간이었다면 비록 먹고 싸는 것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할지언정 뒤늦게나마 아버지를 존경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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