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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May 04. 2024

쇄편11

어떻게든 살아만 있으면

 이건 뭐, 그냥 여름이다. 세상이 날 '억까'한다고, 합당한 네러티브도 없이 괴롭힌다는 건강하지 못한 생각에 몰닉되어 며칠 방안에 틀어박힌 사이 또 계절이 바뀌었다. 오른발왼발오른발왼발. 여름햇살을 꿀꺽꿀꺽 마시고 무성하게 자란 나뭇잎 아래를 걸으며 지난 스무번의 여름 동안 변한게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다 평생 재활만 하다가 마감하는 인생을 살게되지 않을까. 오른발왼발오른발왼발. 입안으로 중얼거리던 말이 나도 모르게 바뀐다. 어떻게든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만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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