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면하거나 동면하거나
눈이 내렸다고 희열 하지 말자
축제가 다가오면 덤덤히 숨을 아끼고
잘 숨어보자
우리가 서로 헤어질 때
남은 한 해를 잘 쓰자 말하지 말자
등 돌린 서로의 어깨를 붙잡지 말고
언젠가 기필코 마주칠 눈동자를 나눠갖고
그때까지 서로를 안타까워 하자
이불속에서 녹여낸 몸과 달궈진 손으로
또다시 만나기로 하자
아침이 되어도 알아차리지 못할 외출이
잘려 나가더라도 잠들지 말자
마음껏 상심하고 또 가슴을 쓸어내리자
아무것도 하지 말고 공허를 잘 구워내자
그러고 나서 다락에게 안부를 묻자
어쩌다 사선에 닿거든
먼지들을 잘 헤아려보자
내가, 너와 또 흩어질 날을 고대하도록
염원하며 또 묵은 계절은 쓸어 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