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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쁨문고 Aug 27. 2024

저도 '잘'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그냥' 해야겠죠.

 안녕하세요 주니님. 우린 편지를 쓰기로 하고 주에 한 번씩 주고받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격주로 한 번씩 쓰는 셈이죠. 일기를 매일 쓴다는 것과 타인에게 글을 보낸다는 건 또 다른 느낌이네요. 다양한 주제로 블로그 포스팅을 한 지 60여 일이 지나가고 있어 꾸준히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어디서 올라온 용기였을까요? 과거의 제가 3~4일에 하나씩 주고받자고 했던 것이 얼마나 경솔한 제안이었는지 문득 깨닫습니다.


 최근 '그냥' 해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끼는 중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 2개월 동안 매일 1~2시간을 사용해서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중입니다. 시작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쓰는 중입니다. 아무 말이라도 매일 포스팅하는 걸 목표로 부담 없이 시작했거든요. 하루하루가 조금씩 쌓이니 잘하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 시간적 제약과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상충해서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충은 긍정적인 편입니다. 예상치 못한 회식이 잡히는 날이면, 끓고 있던 의욕이 술에 희석된 후 알코올과 함께 휘발되어 버립니다. 개인적인 사유로 무언가에 집중할 여력이 없을 때도 있고요. 그래도 2달간 매일 글을 올리는 중입니다. 가끔 블로그 이웃 중 매일 포스팅한 지 100일도 채 안되었으면서, 10일 단위로 자축하시는 분들을 보며 호들갑이라 생각했던 걸 반성합니다. 저는 스스로 매일 자축을 하며 포스팅하고 있으니까요.


 MBC에서 김연아 선수를 인터뷰한 영상이 짤로 만들어져 돌아다는 걸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무슨 생각하면서 (스트레칭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대답했던 것 말입니다.

 손흥민 선수도 한 매체에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하는지) 너무 궁금해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운동선수들은 온몸의 미세한 근육까지 조절하며 최상의 컨디션, 퍼포먼스를 찾기 위해 '그냥' 한다는 말이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주니님이 말씀하셨던 한동희 선수를 보며 고참 선수들이 줄곧 하는 말이 '잠재성이 있고, 이미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으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라는 이야기 하더라고요. 멀지 않아 스스로를 누르고 있는 벽을 깨서 나올 거라 믿습니다. 선배들이 말하는 잠재성을 폭발할 수 있는 '그냥' 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거죠. 이미 프로 무대에 올라와 있는 한동희 선수라는 한 개인으로 봤을 때는 무수한 노력과 함께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을 거라 감히 추측해 보지만 말입니다.


 한동희 선수의 데뷔 첫 시즌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아주 기대가 컸던 신인이었기 때문에 3루수로 실책을 범했을 때도 말입니다. '우리 동희 실책 괜찮아. 앞으로 롯데를 짊어져야지. 사소한 건 넘어가!!'라고 외치며 끝없을 것 같은 믿음의 박수를 보냈을 때 말입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꾸준한 기회를 받았고 성과를 보이기도,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돈을 받는 '프로'라면 '잘'해야지 '그냥' 나오기만 하면 어떡하냐는 질책이 어김없이 이어졌죠.


 여기서 우리는 '그냥' 한다는 것에 대해 정의가 필요합니다. 우선 그냥 하는 것은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쌓아 올라가는 연습 혹은 준비의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운동선수에게는 수많은 연습을 통해 미세한 근육의 감각을 찾는 과정이겠죠. 이러한 연습이 쌓여 직관이 되고 자연스럽게 판단으로 이어지는 거로 생각합니다. 아쉬운 것은 사람마다 실전에서도 꾸준한 윤곽을 드러내기 위해 쌓아야 하는 양이 다르다는 것이겠죠. 그러기에 한동희 선수의 꾸준함과 그냥을 응원하는 입장에 서보기로 합니다.




 고작 하루 1~2시간을 쌓아서 만드는 꾸준함은 한편으로는 미약하게 느껴집니다. 제 일과를 말씀드리자면 보통 5시 30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시작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평균 19시쯤이 됩니다. 이후 식사를 하고 간단히 홈트레이닝을 마치면 20시가 넘는 시간이 되고요. 평소 책을 읽고 있으니 1시간 정도 잡아봅니다. 그리고 블로그를 쓰기 시작하면 1~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그럼 잠들기 전까지 1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생깁니다.


 이번 주 같이 회식 일정이 3일 정도 있는 때라면 새벽 1~2시까지 쓰기도 해야 하니 이런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재미있습니다. 무언가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거에 가까운 상태거든요. 우스갯소리로 부업이라면서 주장하지만, 사실 글을 쓰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그래서 좋아하는 건 꾸준하고 해보고 싶단 생각에 글을 씁니다. 처음에 비해 평균 작성 시간도 빨라지고 방문자도 조금씩 늘어나는 점에서 오는 각각의 재미도 있더라고요.


 왜 이런 '그냥'은 본업이 아니라 부업이나 취미에서만 더 인정받을 수 걸까요? 속상한 일입니다. 본업에서도 '그냥'이 통할 수 있는 시기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말이에요. 주로 문서를 만지는 저에게는 '그냥' 문서를 작성했다가는 큰 피드백을 받습니다. 보고서의 제1원칙은 옆집 사람에게 바로 들이밀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는 것이 포인트거든요. 그런 보고서에서 고려가 사라지는 순간 독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하고 싶은 말만 가득한 종이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주니님이 '잘' 해야 한다는 상황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직업 특성상 사람에게 물리적, 심적으로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심지어 보수를 받으면서 하는 일이잖아요. 사회적으로도 알려진 소득을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저에게는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다르게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진부하지만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우리의 '그냥'의 수준을 '잘'까지 끌어올리면 되지 않을까요. 많이 깨지고 다시 되뇌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다시 일어서고.


 가장 잘하고 싶고, 떨리는 순간 그것을 인지했을 때가 최고로 떨리는 순간이니까요. 마음으로 간절한 것보단 부담 없이 생각했던 차선책이 잘 풀리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요. 최선을 이루지 못한 건 강심장이지 못했고, 더 특출 난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지만, 차선책이라도 이뤄갈 수 있다는 건 그냥 쌓아온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주니님도 마찬가지로 잘 쌓아오셨을 거로 생각하고요.


 드디어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분명 기억합니다. 작년 우리가 1년에 한 번 만났던, 함께 야구를 처음 봤던 날 지각하셨던걸요. 그러면서 말씀하셨죠. 내년에는 조금 더 여유가 있을 테니 앞으로는 괜찮을 거라고. 속지 않고 믿겠습니다. 새로운 시즌을 잘 치르기 위해 그냥을 쌓아온 우리 선수들을 1회부터 응원하셔야죠. 좀 다른 의미지만, 그냥 나오시길 바랍니다. 올해는 좀 더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날이 많아지길 바라면서 편지를 줄입니다.


자이언츠의 라이트 한 팬이라는 껍데기로 늘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드리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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