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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27. 2020

아디코 미니어처 숲 속의 집

일상 에세이



이번 추석에는 어디에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가족끼리 집을 지켜야 한다면 이겨내는 방법 중에 하나로 아디코 미니어처 만들기를 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기모란 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 이런 상태로 내년 여름까지는 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마음을 놓고 천천히,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방법을 대체로 모색해야 하고, 또 다들 그러고 있다. 지치지 않고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며 지금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운동으로 보자면 오늘 하루 세 시간 운동을 하고 가뿐한 몸으로 나에게 자랑을 하지만 나는 콧방귀를 뀔 뿐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대체로 일주일 동안 전혀 운동을 하지 않다가 일주일이나 이주일 후에 또 몇 시간 운동을 하고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운동을 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15분을 하더라도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이런 코로나 시국에서는 적절한 생활 리듬의 패턴을 만들어서 루틴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나는 초등생인 조카를 위해 같이 만들어 봤지만 만약 아이가 없다면, 조카도 없다면, 결혼을 하지 않아 혼자인 성인이라도 아디코 미니어처를 만들어 보면 홀딱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나의 주위에서는 아이들보다 아이의 엄마나 주로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질문이 많고 인터넷만 가서 주문하면 되는데 나에게 주문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 참 귀찮은 존재들이다(웃음).

어떻든 집에 초등학생들이 있다면, 용수철처럼 밖으로 튀어나가고 싶은 아이들을 집에 붙잡아 두는 방법 중에 하나는 아이들과 같이 무엇을 하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아디코 미니어처를 만들어 본다. 초딩들이 좋아한다고 하지만 저학년들은 쉽게 만들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고학년도 수월하게 만들 수 없다. 반드시 어른이 붙어서 같이 만들어야 한다.

아디코 시리즈는 여러 버전이 있어서 골라서 만드는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다 만들고 나면 그 이상의 기쁨을 준다.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이 자, 핀셋과 목공풀 내지는 본드가 있어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이 차분한 마음이다. 분명히 알아야 한다. 차. 분. 한. 마. 음. 이 가장 중요하다.

하루 만에 다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하루 동안 요만큼 만들어 놓고 쿨쿨 자고 일어나서 아이와 함께 다음을 또 만들어야 한다. 무턱대고 덤비다간 아이 앞에서 마음 저 밑바닥에 있는 또 다른 자아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저렇게 필통 같은 통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설명서대로 그림을 따라서 자르고 붙이고 만들면 된다. 만약 설명서만으로 도저히 못하겠다면 유튜브로 검색을 하면 아주 자세하게 많은 고수들이 만드는 방법을 영상으로 제작을 해놨다. 

집도 하나하나 기둥부터 벽면까지 전부 만들고, 집 안에 들어가는 싱크대, 침대, 탁자, 의자, 장식까지 다 만들면 된다. 잘 만들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마지막이 되면 어설프게 만들어도 꽤 멋지게 보인다. 완성하고 나면 초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집안의 세세한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좁쌀만 하기 때문이다.

이 아디코 시리즈를 여러 버전으로 몇 번 만들다 보면 고수가 되어 하루 만에 만들 수 있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처음에는 하루 만에 만들지 못하며 하루 만에 만들려고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아이와 함께 차분히 만들다가 한두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두고 밥도 먹고 다른 일도 하면서 다음 날에 다시 만들기를 권한다.

아이와 함께 뚝딱뚝딱 만들다 보면 이 시국에 좀 더 아이와 돈독해질 수 있다. 만약 나는 인내가 정말 없는 인간이다, 인내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는 인간이라면 덤비면 안 된다. 아디코 미니어처는 종류가 많고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에 재미만 붙으면 요즘 같은 시기에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시의적절한 것 같다. 



필통 안을 벌리면 이런 것들이 들어있다. 이런 것들이 나중에 형태를 갖춘다
설명서대로 풀과 가위와 여타 장비를 이용하여 만들어본다
불이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 시험도 해 가면서
슬슬 숲 속의 집이 형태가 나타난다. 슬슬 재미있어진다
집도 꾸미고 자갈도 깔고 그네도 만들고 주인공들을 안착시키면
와우 정말 예쁜 숲 속의 집이 만들어졌다
뚜껑을 닫으면 이렇게 된다
밤이면 이렇게 불을 밝히면 예쁜 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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