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오늘 갑자기 날이 어제와 달라졌다. 바람의 소리와 강도가 달랐고 냉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떨어졌다. 이제 온전히 여름에서 벗어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본격적으로 국밥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시기가 된 것이다. 국밥에 대해서 하나 더 이야기를 해보자.
국밥은 돼지국밥 같은 국밥이 있는가 하면 반대편에 딱 버티고 서서 팔짱을 끼는 국밥은 또 육개장 형태의 소고기 국밥이 아닌가 싶다. 소고기 국밥의 형태는 아마도 한국인에게는 가장 친숙한 국밥이다. 소고기 국밥은 경조사에는 빠지지 않고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었던 국밥이었다. 요즘도 많은 장례식 장에서는 소고기 국밥을 내주고 있다.
대량으로 조리한 소고기 국밥에서 나의 그릇에 소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으면 왜 그런지 해냈다, 같은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집에서도 명절이나 가족의 생일이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소고깃국을 끓이는 집이 많다. 소고기 국밥은 육개장에 가까워서 매콤하기도 하며 양껏 들어간 무 덕분에 달달한 맛도 가지고 있다.
국밥에 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발견했는데 소설가 박완서의 일화다. 박완서 소설가의 친구 중에 아들 두 명을 잘 키운 친구가 있는데 아들들은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을 각각 보내서 박사로 성공을 시켰다. 그 아들 중에 하나가 결혼을 하게 되어서 박완서는 초정을 받아서 가게 되었다.
결혼식은 친구의 자택에서, 정원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왔다. 박완서는 집안이 좋은 사람들이라 가든에서 열리는 거대한 결혼식을 생각하고 갔지만 작은 마당에서 지인들이 오순도순 모여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식 후 하객들을 위한 음식도 집 앞에 있는 옛날식 국밥집에서 국밥을 조달하여 하객들을 먹였다고 한다. 서로 빙 둘러앉아 육개장을 먹으며 정겹게 담소를 나누는 장면은 결혼식장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박완서 소설가가 그 결혼식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모습은 주례사였는데 주례 선생님은 신랑의 초등학교 담임이었다. 주례는 보통 신랑의 약력이나 업적을 먼저 말하고 주례사를 시작하는 것에 비해 담임이었던 주례는 신랑이 무슨 공부를 했는지, 어떤 분야에서 무엇이 되었는지 몰라서 그저 신랑의 초등학교 쩍 이야기를 했다.
신랑 아무개 군은 초등학교 때 무척 오줌싸개였습니다.
와하하.
그리고 개구쟁이였던 신랑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대부분 주례사를 했다. 주례사를 하면서 주례도 웃고 하객들도 웃음바다였다.
주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육개장을 앞에 놓고 후루룩 먹으며 결혼식장은 웃음꽃을 피웠다. 그곳에는 권위도 겉치레도 강압도 없었다.
박완서는 죽고 없지만 그녀가 남긴 여러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입 꼬리가 이렇게 올라간다. 정겹고 무엇보다 소박하다. 소박한데 풍성하고 단순하면서 속은 알차다. 그래서 읽고 나면 기분이 좋다. 그런 그녀의 글에서 국밥에 관한 에피소드를 읽으니 웃음이 나온다. 아마도 글의 힘이 아닐까. 국밥은 왜 그런지 서민 음식이라는 색깔이 강하다. 처음 만나서 국밥을 먹으러 가는 경우는 잘 없다. 조신하게만 먹을 수 없는 국밥을 마주하고 같이 먹는 인간관계라면 두 사람은 아주 친숙한 사이가 분명하다.